지난 1일, K리그 최종라운드 경기인 서울-전남과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후반 44분, 생각하기 싫었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1-0으로 리드하고 있던 서울이 전남 정윤성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1-1로 비겼고, 결국 골득실차로 포항에게 밀리며,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면서 다 잡았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직행도 놓쳤다. 내심 전북-경남과의 경기결과에 따라 1위를 노렸던 서울은 2위는커녕 3위로 주저앉으며 ‘K리그 챔피언쉽 2009’ 우승을 위해선 5경기를 치러야 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11월 21일부터 3~4일 간격으로 치러지는 강행군이 문제이긴 하지만 2007년 정규리그 5위로 마친 포항이 K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례를 비춰 보았을 때 전혀 우승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K리그 챔피언쉽에서 우승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팀에 대해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대팀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서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FC서울과 상대할 팀들은 어떤 전력을 가지고 있을까?
FC서울과 상대하게 될 팀은 어떤 팀들인가?
지난 1일 K리그 정규리그 최종라운드 종료 후 ‘K리그 챔피언쉽 2009’에 진출한 6개 팀이 결정되었다. 6개팀은 FC서울, 전북, 포항, 성남, 인천, 전남. 21일 서울-전남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다음달 6일까지 6경기를 통해 우승팀이 결정되게 된다.
1. 전남(정규리그 6위, 11승9무8패 승점 42점, 2009년 상대전적 1승1무)
FC서울의 6강 상대는 공교롭게도 최종라운드에서 FC서울에 아픔을 안겼던 전남.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복수할 차례이다. 전남은 시즌 중에 연승을 할 때는 3~4연승을 하면서 화끈한 면모을 보여줬으나 연패를 하면 한 없이 긴 침체기에 빠지는 등 기복이 심한편이다. 하지만, 한 경기에서 지면 탈락하는 단기전에선 연승, 연패가 의미가 없다. 1-1로 비기면서 6강 진출을 달성한 전남으로선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사력을 다해 경기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FC서울이 승리를 하기 위해선 전남의 주 공격수인 슈바와 웨슬리를 막아야 한다. 특히 슈바에 수비수들이 집중하는 사이 웨슬리에게 찬스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웨슬리에게도 집중 마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1일 경기에선 FC서울 수비진들이 효과적으로 이 두 선수를 막아냈기 때문에, 6강 경기에서도 이 두 선수를 무난하게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곽태휘의 출전이 예상되기 때문에 전남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곽태휘의 움직임에 주시해야 할 것이다.
2. 인천(정규리그 5위, 11승10무7패, 승점43점, 2009년 상대전적 3승1무(컵대회 포함)
FC서울이 전남에게 승리를 하게 되면 성남-인천경기의 승자와 맞붙게 된다. 이 두 팀 중 인천은 이번 시즌에 4번을 만나 3번을 이긴 만큼(PK승 포함) 선수들이 인천과의 경기에서 자신감을 보여 왔다. 특히 인천전에서 각각 2골을 성공시킨 데얀, 정조국, 이승렬이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면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인천과의 경기에서 FC서울 선수들이 피해야 할 것은 부상이다. 그동안 인천과의 경기에서 많은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왔다. 3~4일 간격으로 강행군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가용할만한 선수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인천의 거친 축구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3. 성남(정규리그 4위, 13승6무9패, 승점45점, 2009년 상대전적 1승1패)
FC서울이 4강에서 인천 아니면 만날 또 다른 상대는 성남이다. 양 팀 모두 이번 시즌에 백중세를 기록한 만큼 ‘K리그 챔피언쉽 2009’에서도 결코 쉬운 승부가 예상되지 않는 경기이다. 성남이 FA컵에서 우승하였다면 FC서울은 비교적 편안한 입장에서 성남과의 경기를 치를 수 있었겠지만, 성남이 준우승을 하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놓쳤기 때문에 성남 역시 ‘K리그 챔피언쉽 2009’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남의 장점은 미드필더진에서 순식간에 이뤄지는 압박이다. 지난 9월 성남원정경기에서도 FC서울은 성남의 압박에 고전하며, 전 후반 내내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FC서울 선수들의 한 박자 빠른 패스가 요구된다.
성남의 키 플레이어는 몰리나이다.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성남으로 영입된 몰리나는 12경기에서 8득점 3도움을 기록하며, 모따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왼발 킥 능력이 좋은 몰리나는 176cm의 작은 신장이지만 헤딩슛도 자주 할 만큼 위치선정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크로스가 올라오는 상황에서 FC서울 수비수들의 집중마크가 필요하다.
4. 포항(정규리그 2위, 14승11무3패, 승점53점, 2009년 상대전적 2승2패(컵대회 포함)
FC서울이 4강에서 승리하게 되면, 포항과 포항스틸야드에서 맞붙게 된다. 그리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도 얻게 된다. 귀네슈 감독 부임이후 FC서울은 지난 시즌까지 포항에게 패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 만큼 포항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컵대회 4강 2차전에서 2-5로 패하며, 천적 관계가 깨졌고, 10월 리그 경기에서도 2-3으로 패하며, 상대전적에서 2승2패로 균형을 맞추게 되었다.
포항의 강점은 측면 공격과 미드필더진이다.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최효진, 김정겸 측면 수비수의 활발한 공격 가담과 노병준, 데닐손의 측면 공격은 상대팀 수비수의 혼을 빼놓기 충분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형태로 이어지는 황진성-김태수-김재성-신형민의 미드필더진은 시즌 내내 공수의 균형을 조율해오며 경기를 이끌어 왔다.
포항을 맞아 FC서울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이영진 코치도 “서울이 포항에 비해 선수 구성이나 전술에서 전혀 뒤질게 없다. 그리고 포항이 어떤 전술을 쓰는지 잘 알고 있다. 이기는 방법 또한 알고 있다. 선수들이 포항과의 경기에서 자신감을 보여준다면 포항은 이기기 쉬운 상대”라며, 선수들의 자신감이 경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침을 밝혔다.
5. 전북(정규리그 1위, 17승6무5패, 승점57점, 2009년 상대전적 1승2패(FA컵 포함)
FC서울이 포항을 꺾는다면, 챔피언이 되기 위한 마지막 최종 상대는 전북. 시즌 막판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았던 FC서울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전북이 얄미울 수 밖에 없다.
전북의 장점은 F4로 불리는 공격진들이다. 정규리그에서 20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획득한 이동국, 도움 1,2,3위를 기록한 루이스, 에닝요, 최태욱의 공격진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좋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공격에 강점을 가진 전북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수비에서 단점을 보이고 있다. 루이스, 에닝요 등 공격성향이 강한 두 선수를 동시에 쓰게 되면, 공격력은 강해지지만, 수비의 가담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미드필더진의 수비가담 능력이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리고 최철순-진경선의 측면 수비진에 비해 중앙수비의 불안함도 전북 최강희 감독이 시즌 내내 고민할 만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다. 정규리그에서 59득점이라는 활발한 공격력에 비해 33실점이라는 많은 실점이 수비의 불안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그러므로 서울이 승리하기 위해선 중앙을 활발하게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요한-정훈의 중앙수비수보다 신장이 우월한 데얀-안데르손이 제공권에서 우위를 보여준다면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F4들의 공격력도 막강하지만 전북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포항에서 전북으로 이동한 브라질리아와 이광재이다.
브라질리아는 최근에 물오른 감각을 보여주며, 10월에만 3골을 몰아치며, 전북의 상승세를 이끌어 나갔다. 이광재는 최근에 최강희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이동국에게 몰리는 공격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했고, 2007년 플레이오프에서 3골을 기록할 만큼 골 결정력을 갖춘 조커이기 때문에 FC서울 선수들의 집중적인 마크가 요청된다.
FC서울 선수들에게 우승을 위해 필요한 것. 바로 자신감
6강에 올라온 팀은 어느 팀을 막론하고 기왕 ‘K리그 챔피언쉽’에 올라온 만큼 우승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FC서울 역시 마찬가지다. 줄곧 선두를 달리다 막판에 미끄러진 FC서울 입장에서는 어쩌면 우승이 가장 절실할지도 모른다. 시즌초반에 전관왕을 노리며 시즌을 시작한 FC서울은 FA컵, 피스컵,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서 모두 떨어지며, 이제 K리그 하나만이 남았다. 그러기에 K리그 우승은 FC서울에겐 중요한 목표이기도 하다.
이런 FC서울의 우승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사실, FC서울 선수들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떨어진 이후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선 육체적 능력도 좋아야 하지만, 또한 정신적 능력도 좋아야 한다. 심리적인 면이 불안하면 결코 좋은 경기를 만들어 나갈 수 없다.
K리그 챔피언쉽에 오른 6개 팀은 실력이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할 만큼 쉽게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지면 바로 탈락하는 단기전의 특성상 선수들의 자신감이 경기의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결전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하고 좋은 모습으로 멋진 경기를 치러 12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주장 김치곤이 우승컵을 높이 들어 올리는 모습과 구단프런트, 코칭 스텝, 선수, 팬들이 하나 되어 기뻐하는 모습을 기대해보자.
/글= 김윤환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