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이 전북과 펼친 컵대회 결승전에서 3대0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내며 통산 2번째 리그 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평균 관중 3만 명에 달하는 K리그 명문 구단임에도 불구하고 우승 횟수가 부족했던 터라 FC서울의 컵대회 우승은 우승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 주었다. FC서울은 우승하기까지 단 한 경기도 지지 않고 무패 우승을 이뤄냈다. 그러나 결코 쉽지는 않았다. 컵대회 조별 예선부터 결승전까지의 짜릿하고 행복했던 기억을 되짚어 보자.
Match 1. 5월 23일 조별 예선 1차전 광주전 0:0 무 – 광주월드컵경기장
컵대회 B조에 속해 있던 FC서울은 첫 경기로 광주와 1차전을 치렀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신인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며 정규리그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빙가다 감독은 최현태, 김태환, 강정훈을 선발로 후반전엔 김동우까지 출전시키며 올 해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이날 출전한 신인 선수들 중에는 김태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김태환은 다리에 쥐가 날 정도로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해 아쉬움을 삼켰다. 당시 경기에서는 광주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광주는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며 몇 차례 FC서울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기도 했다. 예선 첫 경기는 0대0 무승부로 끝나 조금은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Match 2. 5월 26일 조별 예선 2차전 성남전 2:0 승 – 서울월드컵경기장
5월 5일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단일경기 첫 6만 관중을 돌파했을 때 상대가 성남이었다. 6만 관중 앞에서 올 시즌 이미 4대0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고 홈에서는 성남에게 특히 더 강했던 FC서울이었던 만큼 어렵지 않은 승리를 예상 할 수 있었다.
빙가다 감독은 정규리그에서의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며 필승의 의지를 보였다. 성남의 초반 공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승기를 잡은 것은 FC서울이었다. 전반 25분 에스테베즈가 올린 크로스를 아디가 골문 앞에서 피해주자 방승환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 시켰다. 그리고 후반 15분 김태환은 성남GK에게 백 패스를 끝까지 쫓아가 상대 실수를 유도했고 이를 데얀이 침착하게 마무리 하며 2대0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Match 3. 5월 29일 조별 예선 3차전 울산전 1:1 무 – 울산종합운동장
FC서울은 정규리그 9라운드 경남전 이후 원정경기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당시 상승세를 타고 있던 울산이었고 원정경기였던 만큼 부담감을 가지고 떠난 원정이었다. 하지만 울산전에 승리한다면 조별 예선 통과를 확정할 수 있었던 만큼 승리가 더욱 절실했던 경기이기도 했다.
시작은 좋았다. 전반 38분 울산의 골키퍼의 실수를 데얀이 놓치지 않고 센스 있는 플레이로 연결해 방승환이 골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전반을 1대0으로 마친 FC서울은 경기를 장악하며 승리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후반 16분 수비 실수에 이은 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하며 1대1로 경기를 마쳤다.
Match 4. 6월 6일 조별 예선 4차전 제주전 5:1 승 – 서울월드컵경기장
현충일에 홈에서 펼쳐진 경기 상대는 제주였다. 제주는 이미 8강 진출이 확정된 상태였고 FC서울은 패하면 경우의 수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미 8강 진출을 확정했던 제주는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신인선수들을 대거 출전 시켰다. 제주가 2진급 선수들을 내보내자 FC서울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5골을 몰아 넣으며 혹독한 90분을 만들어줬다. 특히 데얀은 2골 2어시스틀 기록하며 몬테네그로 특급의 위용을 과시했다.
전반에만 2골을 넣은 데얀의 활약 속에 FC서울의 승리는 이미 예상되었다. 비록 후반이 시작하고 제주에게 만회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오히려 하대성의 릴레이 골과 최효진의 쐐기 골로 5대1로 대승을 이끌며 B조 1위로 당당히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Match 5. 7월 14일 8강 대구전 2:2(PK 5:3) 승 – 서울월드컵경기장
대구 와의 8강전은 월드컵 휴식기가 끝난 후 FC서울이 가진 첫 경기였다. 8강부터는 단판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더욱이 정규리그 7라운드에서 하대성의 결승골로 쉽지 않은 승리를 거뒀던 대구였기에 만만히 볼 수 있는 팀은 아니었다.
역시 예상대로 대구의 공격은 매서웠다. 대구는 빠른 패스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격축구를 선보였고 FC서울 선수들은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 중반 이승렬의 패스를 받은 아디가 빠른 슈팅으로 이어가 선제골을 기록하며 FC서울이 기선을 제압했다. 그리고 6분 뒤 ‘대구 킬러’ 하대성이 추가 골을 기록하며 손쉬운 승리를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만한 탓인지 FC서울은 대구에게 만회 골과 동점골을 허용하며 연장전에 돌입했고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FC서울은 승부차기에서 모든 선수들이 골을 성공시키며 대구를 5대3으로 꺾고 4강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Match 6. 7월 28일 4강 수원전 4:2 승 – 서울월드컵경기장
K리그 최고의 흥행카드인 FC서울과 수원이 컵대회 결승으로 가는 문턱에서 만났다. 항상 명승부를 펼쳐왔던 두 팀이기에 4강전 대진으로 손색이 없는 매치 업이었다. FC서울은 지난 4월 4일 홈경기장에서 수원을 3대1로 승리했었던 만큼 선수들의 자신감은 충만했다.
FC서울은 데얀을 중심으로 수원의 수비를 무너뜨려 나갔다. 전반 내내 상대를 압도했던 FC서울이지만 좀처럼 골을 만들어 내지 못해 전반을 0대0으로 마쳤다. 그리고 후반 12분 마침내 선제골이 터졌다. 현영민의 프리킥을 데얀이 헤딩 골로 연결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김진규의 자책골과 염기훈의 중거리 슛으로 역전을 허용하며 경기는 어렵게 흘러갔다. 그러나 두 팀의 승부는 이렇게 끝나지 않았다. 후반 37분 이승렬은 천금 같은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가져갔다.
연장전에서도 이승렬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지속적으로 공격찬스를 만들어 내면서 상대의 골 문을 노렸다. 결국 데얀과 이승렬이 한 골씩을 추가하며 승부의 종지부를 찍었다. K리그 최고의 매치업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명승부를 보여줬던 경기였다.
Match 7. 8월 25일 결승 전북전 3:0 승 – 전주월드컵경기장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상황은 FC서울에게 그리 유리해 보이지 않았다. 올 시즌 두 번 경기를 해서 승리를 하지 못했던 전북이 결승전 상대였고 경기장도 전북의 홈인 전주월드컵경기장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효진과 김한윤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을 하면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승부는 다소 싱겁게 끝났다. FC서울은 전북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최효진의 빈자리를 이종민이, 왼쪽 날개에 김치우가 선발 출전하며 측면을 강화 했던 것이 적중하였다. 측면에서 활발한 공격이 이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운데 공간이 열려 좋은 찬스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전북의 골키퍼 김민식이 FC서울의 공격 파상공세 속에서 선방쇼를 펼쳐 보이며 홀로 고군분투해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전에는 데얀의 골로 시작해서 정조국, 이승렬까지 내리 3골을 넣으며 우승컵을 가져왔다.
FC서울은 결승전까지 총 7경기를 치러 4승 3무를 기록하며 완벽한 우승을 이뤄냈다. 이번 컵대회 우승을 계기로 정규리그 후반 선두 다툼에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정규리그 우승이다. FC서울이 2010 K리그 우승을 통해 진정한 아시아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안석일 FC서울 명예기자 dkstjrdlf@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