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지나가고 계절이 가을로 넘어가면서 리그의 일정이 막바지로 치닫기 시작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치러질 때마다 클럽간의 본격적인 순위경쟁을 통해 6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의 윤곽이 드러나게 될 9월, FC서울과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치게 될 클럽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현재 리그에서의 성적이나 클럽의 주변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9월 내내 무척 흥미로운 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주전 공격수들의 줄부상을 안겨주었던 지긋지긋한 여름을 뒤로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가을을 맞이하는 FC서울의 전사들에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승점을 쌓고, 지난 98년 이후 9년만의 FA컵 우승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전북의 순항에 제동을 걸어라
9월 22일에는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그 동안 별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으나 최근 K리그에서 탄탄한 전력을 선보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리그 5위의 전북과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성남과 수원이 선두다툼을 하고 있는 가운데 리그 5위부터 FC서울이 현재 위치한 8위까지의 승점 차이는 단 3점으로 중위권은 이미 혼전양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5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과의 경기에서 FC서울은 반드시 승점 3점을 확보해야 안정적인 6강 진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북은 최근 4경기에서 2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는 만큼 FC서울은 전북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교롭게 원정경기로 치러지기는 하지만 득점과 도움에 걸친 공격적 재능을 선보이고 있는 스테보와 제칼로를 철저히 봉쇄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상대의 골 네트를 두드린다면 분명 승리의 여신은 FC서울을 향해 미소 짓게 될 것이다.
대전과 부산전은 기회
대전과 부산은 모두 후반기 리그를 앞두고 사령탑의 교체를 단행하며 클럽의 안정화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나마 부산은 에글리 감독 후임으로 부임했던 박성화 감독이 취임 17일 만에 올림픽대표팀의 수장으로 부임하며 김판곤 감독 대행 체제로 리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호 감독 부임 이후 팀을 재정비하고 있는 대전은 후반기 들어 3승 3패로 선전하며 ‘보라빛’ 김호 축구에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경기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강팀에게 강한 반면 약팀에게는 약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대전이 보여주고 있는 경기의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올 시즌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많은 골을 기록하며 이미 올스타전 MVP까지 거머쥔 데닐손을 사전에 봉쇄하는 것이 최대과제가 될 전망이며, 데닐손과 함께 공격진영에 포진하는 ‘삼바트리오’ 슈바와 브라질리아에 대한 경계 또한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니 이들을 상대할 선수들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삼바 리듬에 흥을 내는 선수는 두두와 아디, 단 두 선수로 충분하다.
한편 부산은 7연속 무승의 사슬을 최근 끊어냈다.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는 팀에 승리를 선사하기 위한 선수들의 응집력이 빛나고 있다.
그렇지만 양 팀과의 일전을 앞두고 FC서울의 선수들은 한치의 두려움도 없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대전과의 경기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고, 부산만 만나면 홈경기 원정경기를 가리지 않고 펄펄 날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그 간의 성적에 연연하여 방심하지 않고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면 무난히 승점 6점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인천을 넘어 FA컵 정상을 향해 달려라
지난 6월 20일 상암벌에서 벌어진 컵 대회 준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FC서울에 결승행 티켓을 헌납했던 인천과 이번에는 FA컵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그 때 그 순간을 끄집어내면 기분 좋은 승리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지만 사실상 올 시즌 인천과의 공식 전적은 2무. 그만큼 팽팽한 경기를 했다.
이번에는 장소를 옮겨 인천의 홈에서 FC서울이 원정팀이 되어 경기를 하게 된다. 컵 대회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전후반을 거쳐 승부가 나지 않으면 연장전 없이 바로 승부차기에 돌입하는 FA컵 대회 특성상 양 팀은 또 한 번의 불꽃 튀는 승부를 펼칠 것이 확실하다. 어느 팀이 되든 패하는 팀은 그대로 토너먼트에서 탈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컵 대회 4강에서 울분을 삼켜야 했던 인천이 남다른 각오로 이 경기에 임할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FC서울에는 철벽수문장 김병지와 중앙수비의 김치곤-김진규가 이루는 철벽KK라인, 그리고 강인한 포백의 양날개인 아디와 최원권이 있다. 이들이 인천의 흥분된 기세를 진정시키고, 차분히 공격을 전개하여 절정의 골 감각을 되찾은 최전방의 두두와 이상협에게 찬스를 만들어준다면 컵 대회에 이어 FA컵에서도 다시 한 번 인천을 넘어 우승을 향해 계속 진군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다가오는 9월 한 달간은 FC서울에게 무한한 승리의 기회가 펼쳐져 있다. 기회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이의 것. 올 시즌 어려운 여건에서도 두 개의 우승컵에 당당히 도전하고 있는 자랑스런 FC서울의 전사들이여~ 이 가을의 전설이 되어라!
글=김광식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