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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8월호]스타와 일촌맺기 ③-히칼도편

2005-08-01



그를 만난 날은 찌는 듯이 무더웠다. 그냥 길에만 나가도 무더운데 그라운드 위에서 공을 차며 달리는 선수들은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이 더위에도 후기리그를 대비해 긴 머리를 휘날리며 그라운드를 달리는 ‘포르투갈 특급 도우미’ 히칼도 선수를 구리 GS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났다.

한국, 그리고 FC서울
"축구선수는 바로 눈앞의 미래도 예견할 수 없다." 인터뷰 중 히칼도 선수의 말이다.
그 역시 이곳 한국, 그리고 FC 서울이 자신의 둥지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04-05시즌 포르투갈 리그에서 도움 1위를 차지한 그는 자신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고 정중히 이적을 요청한 이장수 감독에게 큰 감동을 받았단다. 자신의 고향과는 전혀 다른 먼 나라 한국에서의 생활을 결정하기까지 큰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그는 의외로 "별로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라고 말한다. 이곳에 오기까지 자신을 직접 영입한 이장수 감독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한다.

동료들과 서로 맞춰 가는 플레이.. "최고에요!"
처음 FC 서울에 입단했을 때, 당연히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입단 초기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동료들과 이제는 눈 빛만 마주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사이로 바뀌었다. 그만큼 협력 플레이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팀의 플레이를 이끌어가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또 프리킥과 코너킥을 도맡아 담당하는 전담 키커로서 동료들과의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동료들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는 만큼 동료들도 나에게 맞춰주기 위해 노력한다"며 팀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드러냈다.



“내 옆에는 백지훈이 있어야 한다”
팀 내에서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선수가 누구냐고 묻자 "내 옆에는 백지훈이 있어야 한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처음엔 한국 축구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누가 ‘잘한다’거나 ‘못한다’의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는데, 스물 한 살 백지훈의 플레이를 보고는 상당히 놀라웠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것은 다 갖추었고, 특히 패싱력이 뛰어나 내가 플레이 하기 편하게 경기를 이끌어 준다."며 백지훈 선수에 대한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개인 타이틀보다는 팀이 우선
지난 7월 10일 전기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포항전. 4만 8천 여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골 해트트릭보다 더 힘들다는 '어시스트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전기리그 7도움 1골로 도움 1위에 올랐다. 그러나 그는 ‘도움왕’이라는 타이틀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
"내가 공격 포인트를 올린다고 해서 경기 결과에 ‘히칼도 1, 상대팀 0’ 이런 식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우리 팀에 1점이 추가되는 것 뿐이다. 그만큼 팀이 더 우선이다"라며 적절한 비유까지 들어줄 정도다. 그의 기록 중 4 도움이 박주영 선수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에 대해 "거봐, 주영이가 골 넣은 거 다 내 덕분이라니까!"라며 크게 웃는 그는 이미 ‘FC서울 맨’이다.



“가족들 덕에 힘이 납니다”
아내 엘리사베스와 아들 디아고와 곤살로. 이들이 히칼도 선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다. 사실 가족들이 한국생활을 힘들어했다면 본인 역시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너무나 잘 지내고 있고 특히 주변에서 아이들을 예뻐해 주는 모습을 보면 없던 힘도 생겨서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고.
두 아들을 데리고 종종 훈련장에 나오는 가정적인 아빠 히칼도는 훈련이 없는 날이면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놀이공원에 다니기 바쁘다. "사실 오페라를 보는 등 문화생활을 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어요. 무조건 아이들 중심이 되어 버리죠"라며 밝게 미소 짓는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새로운 축구인생을 향하여
올해 32세의 이 포르투갈 인은 한국이 참 좋다. 집이 있는 구리시에 한강이 흐르고 있는 것도 좋고 사람들도 참 좋단다. 특히 집 근처의 이웃주민들이 먼저 인사해주고 가족들에게도 잘 대해주는 것이 너무 고맙다고 말한다.
한국어도 점점 늘고 있다. 팬들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은 기본이고 "밖에 있어 없어?", "똑같아 똑같아", "귓밥 봐라" 등 조금은 색다른(?) 말들도 선보이며 웃는다.
포르투갈에서는 경기 중 작은 실수만 해도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곤 했는데, 이곳 한국의 축구 팬들은 그럴수록 더 큰 응원으로 큰 힘을 실어주는 것이 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또 더욱 열심히 뛰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팬들의 힘이 곧 K리그를 아시아 최고의 리그로 만들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다른 팀도 노력한다”
다가오는 후기리그에 대해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란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역시 베테랑 선수답게 스스로를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노력하고 있듯, 다른 팀들도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더욱 노력해서 좋은 경기로 우승에 다가가겠습니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입단 이후 첫 공식 인터뷰를 가진 히칼도 선수는 자신감에 넘쳐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자만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그대로 보여지는 그의 '실력'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다른 무엇보다 팬들에게 그라운드 위에서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고라 생각하는 히칼도. 마지막으로 FC 서울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는 것 감사합니다. 후기리그에도 끝없는 응원을 부탁 합니다. 아무리 좋은 팀이라도 팬들의 응원이 없다면 잘 해낼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힘찬 응원 해주세요. 고맙습니다."

글=오현정 FC서울 명예기자
사진=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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