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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FC서울의 2007년을 돌아보다!

2007-11-05



숨 가쁘게 달려왔던 FC서울이 지난 10월 14일 대구전을 끝으로 2007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초반 쾌조의 5연승부터 마지막 경기에서의 6강 플레이오프 탈락까지...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한편의 드라마 ‘FC서울의 2007시즌’을 되돌아보았다.

Hello! 귀네슈, Hello! FC서울
2006년 12월 8일, FC서울은 홈페이지를 통해 터키 출신의 명장 귀네슈 감독의 영입을 발표했다. 모두를 놀라게 한 깜짝 영입이었다. FC서울의 팬들은 “국가대표 감독 후보로도 물망에 오르던 유럽 최고의 감독이 우리의 감독이 되었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한 달 뒤인 2007년 1월 6일 귀네슈 감독은 FC서울의 감독으로서 첫 한국 땅을 밟았다. 이어 1월 8일에 열린 공식 취임 기자회견에서 귀네슈 감독은 “축구는 쇼다. 흥미진진한 공격축구로 팬들이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며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부드럽지만 강렬한 그의 눈빛에는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찌감치 지난해 서울의 모든 경기를 분석한 귀네슈 감독은 고쳐야 할 점을 명확하게 알았다. “패스 미스가 많다. 3,4번 이상 패스가 안 된다. 조직력이 약하다. 수비수와 미드필더 그리고 공격수의 연결을 매끄럽게 하도록 시스템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귀네슈 감독은 강릉과 터키에서 강도 높은 전지훈련을 하며 팀의 체질 개선에 집중했고, 전지 훈련지인 터키에서 열린 아카디아컵에서 준우승을 하며 ‘07시즌을 위한 리허설을 훌륭히 마쳤다.



FC서울, K리그에 매머드급 돌풍을 일으키다!
역시 귀네슈였다. 그의 계획과 지도대로 FC서울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귀네슈 식 공격축구”로 중무장한 FC서울은 쾌조의 5연승, 7경기 연속무패, 리그 1위, 컵 대회 조 1위, 경기당 평균 2.6골(5경기/13골), 4경기 연속 무실점, 국내스포츠사상 최초 5만 관중 돌파’ 등 수많은 수식어들을 달고 다니며, 서울發 ‘매머드 급’ 돌풍을 만들어 냈다. 경기 내용과 스타일 또한 확 달라진 모습이었다. 미드필드를 거쳐 빠르고 조직적인 원 터치 패스로 펼쳐지는 FC서울의 공격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박진감이 넘쳤고, 수비수들의 공격 가담도 활발해 공언한 대로 공격 일변도의 화끈한 축구를 했다.

개막전 대구와의 경기를 2:0승리로 산뜻하게 시작한 FC서울은 전남, 광주, 제주를 차례로 물리치며 승승장구하였고, 3/21일 박주영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수원을 4대1로 물리치며 5연승을 달성. 서울發 FC서울 돌풍은 그 절정에 달했다. 단지 골을 넣고, 승리를 해 일어난 돌풍이 아니었다. 빠른 공수전환과 수비수들의 쉴 새 없는 오버래핑, 원 터치로 이어지는 빠른 패스 등은 프리미어리그에 눈이 맞춰진 수준 높은 요즘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그야말로 재미있는 축구였다. FC서울 팬들은 “이러한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놀랍다. 경기속도가 프리미어리그를 보는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이러한 즐거움은 비단 축구뿐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프로다. 팬이 없는 프로는 생각할 수 없다. 팬들을 위해 재미있는 축구를 해야 한다”라고 외치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가진 귀네슈 감독은 FC서울 팬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경기 후에 선수들과 함께 팬들에게 먼저 다가와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선 2002 한일 월드컵 3위, UEFA 올해의 감독상 등의 수식어가 무색해 보일 정도로 수수하고 포근했다. 언제나 먼저 팬들에게 다가와 정겹게 인사를 하였고, 팬들의 사인요청 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일일이 팬들과 인사하고 사인해주는 그의 모습은 올 시즌 상암의 명장면 중 명장면이었다.

그의 세심한 말 한마디, 행동하나 역시 FC서울 팬들의 즐거움이 되었다. 시즌 초 5연승을 달성한 밤, 그가 꺼낸 인터뷰 첫마디는 5연승에 대한 기쁨이 아닌 “좋은 활약을 펼친 박주영을 종료 직전 교체해 홈 팬들의 기립 박수를 유도하려 했다. 그런데 심판이 빨리 벤치로 들어가라고 해 실망스럽다”였다. 신선한 충격이었고, 아무도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그의 세심한 배려는 그가 왜 명장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또 이날 경기 부상을 입은 김은중 선수를 직접 찾아가 새벽까지 그와 그의 가족을 위로하며 격려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선수들과 팬들의 맘을 훈훈하게 했다. 선진축구의 문화와 제도에 능통한 감독으로서 K리그의 운영에 대한 쓴 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비효율적인 원정경기일정, 출전선수명단제출제도, 무원칙 대표팀 차출 문제 등은 많은 팬들의 공감을 얻으며 공론화 돼, 축구협회의 '개정의지'를 얻어 내기도 했다.

평소 “한국 축구와 FC서울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귀네슈 감독. 진정으로 FC서울 팬들과 FC서울, 나아가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그이기에 그와의 지난 10개월은 더욱 특별했고 즐거웠다.



또 다른 기회로 만들다
거칠 것이 없던 FC서울의 연승행진을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주전들의 줄 부상이었다. 5연승을 달성한 3월21일 김은중(안와골 골절)을 시작으로 4월 4일 이민성(십자인대파열), 4월 11일 기성용(왼쪽발목), 김치곤(발목), 4월 14일 아디(고열몸살), 4월 17일 박주영(왼쪽발등), 4월 18일 김한윤(오른쪽 늑골), 4월 29일 정조국(왼쪽손등) 심우연(왼쪽눈덩이) 5월 9일 이을용(허리)등 시즌이 흘러 갈수록 선수구성 조차 힘겨운 상황이 이어졌다. 특히 8월 19일 수원과의 경기에서는 부상선수들과 경고 누적 선수가 겹치면서 김은중, 기성용, 박주영, 정조국, 이청용, 히칼도, 이상협 등 총 10명의 주전선수가 출전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현실적으로 FC서울의 주전선수 가운데 시즌을 정상적으로 소화한 선수는 골키퍼 김병지와 측면 수비수 아디, 최원권 등 3명뿐.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1군 선수 3명과 2군 선수 8명으로 베스트11을 구성한 경기가 적지 않았고 2군선수가 2군 리그와 1군 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시즌 막판까지 계속되어 베테랑 귀네슈 감독조차 “20년 지도자 생활 동안 이러한 경험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하지만 귀네슈 감독은 노련하게 이러한 위기를 좋은 기회로 만들었다. 부상자들이 속출하며, 매 경기 힘들게 경기를 펼치자 상대 팀 감독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 축구가 뭐냐. 골을 많이 넣는 게 공격 축구 아니냐”라며 깎아 내렸고, 축구 팬들도 “2군 선수들로 시즌을 운영할 계획인가? 주전급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귀네슈 감독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 같았다. “우리 팀에는 좋은 어린 선수가 많다. 거액을 주고 비싼 선수를 데려 올 생각은 없다. 젊은 선수를 키우겠다”였다. 이러한 귀네슈 감독의 소신 있는 '유망주 육성 정책'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잉글랜드 아스널의 벵거 감독의 '영건 정책'과 비교되기도 했다. 작년 시즌 아스널의 벵거 감독이 티에리 앙리, 판 페르시, 갈라스 등 주요 선수의 장기 부상 공백을 대체선수 영입 없이 알리아디에르, 데니우손, 바시리키 디아비, 호이트, 클리시 등의 어린 선수로 대체하며 주전 선수으로 키워냈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땐, 팬과 언론의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벵거 감독은 자신의 소신대로 어린 선수들을 키웠고 결국 올 시즌 그 결실이 이뤄지고 있다. 그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팀을 무패 1위로 이끌고 있는 것. 이번 시즌 귀네슈 감독 또한 주전선수들이 부상을 당하자 2군의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불신의 여론도 있었다. 부상선수가 너무 많아 7~8명의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경기에 나서면서 이전과 비교해 경기력이 떨어진 것. 일각에서는 ”후반기에 공격수를 더 영입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그의 소신에 의심을 떨치지 못했지만, 주전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 당할수록 그는 더 많은 유망주들에게 손을 내밀어 기회를 줬다. 결국 이상협, 김동석, 고명진 등 7~8명의 선수들이 각각 10~20경기를 훌륭히 소화하면서, 내년 시즌을 빛낼 훌륭한 주전급으로 거듭났다. 귀네슈 감독의 소신이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든 것이다.



가장 중요했던 2~3경기, 대표팀 차출 폭탄!
지난 10월 8일, 귀네슈 감독은 “지난 컵 대회 결승에서도 청소년 대표팀에 네 명의 선수가 차출됐다. 한 시즌 동안 열심히 경기를 치렀고 이제 중요한 두 경기가 남았는데 주축선수 네 명이 또 올림픽대표로 차출된다. 경기가 10일인데 하루만 더 있다가 가면 좋을 텐데 아쉽다” 라며 한 숨을 크게 내쉬었다. 평소 “내가 키워낸 선수들이 대표팀에 많이 뽑혔으면 좋겠다. 협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대표팀과 선수차출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내던 귀네슈 감독이었기에 그의 말에는 더욱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팬들 또한 '무자비한 대표차출'에 대해 아쉬워하며 제도개선으로 특정 팀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얼마 전 일본축구협회는 우라와 레즈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우라와 레즈 소속 대표 선수들을 차출에서 제외시켜주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다. K리그와 그 팀을 응원하는 팬을 위해서라도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져, 한 팀의 한해 농사를 망치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2008시즌이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아쉽다. 컵 대회 우승컵도 놓쳤고 6강 플레이오프도 탈락했다. 아쉽지만 이청용, 기성용, 김동석, 이상협, 고명진, 안상현, 김태진, 송진형, 윤홍창 등 더 이상 유망주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는 이들의 비약적인 성장이야 말로 우리가 슬프지 않은 이유다. 이번 시즌 젊은 선수들은 주전들의 부상공백을 틈타, 각각 10경기 내지는 20경기씩 출전하며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이청용은 국내 최정상급 윙어로 평가받으며 주전으로 자리 잡았고, 이상협은 5골을 넣으며 훌륭한 공격옵션이 됐다. 또 김동석, 고명진 등은 팀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에 발탁되었다. 특히 기성용은 국가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릴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보이며 핵심선수로 발전했다. 이러한 그들의 비약적인 성장은 선수들에게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으로 표출되고 있다. 시즌을 마치고 실시한 인터뷰에서 김치곤 선수는 “올해 젊은 선수들이 꾸준한 활약을 하며 성장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정말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고, 이상협 선수는 “올 시즌 실망보다는 희망을 보았다. 동계훈련을 잘 소화해 내년 시즌 선배들과 정정당당히 경쟁해 이기겠다. 내년에는 팀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며 당찬 각오를 표출했다. 팀의 노장 선수들 역시 올 시즌 부족했던 면을 꼬집으면서도 내년시즌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을용, 김한윤은 “올해는 어린 선수들의 투지가 아쉽고, 선수들의 부상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내년 시즌 고참으로써 팀을 잘 아우르고 투지와 정신력을 조금만 강화한다면 정말 좋은 성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2008시즌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부상, 대표팀 차출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뛰어준 FC서울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자. 올 한해도 FC서울과 함께 울고 웃었던 팬들에게도 큰 박수를 보내자. 우리의 귀네슈 감독과 선수들은 잠시의 휴식을 취하고 11월1일부터 내년 시즌에 대비한 훈련에 돌입했다. 그들의 자신감에서 느낄 수 있듯이 내년 시즌 더욱 젊고 빠른 최고의 팀으로 돌아올 것이다. 더욱 강해진 FC서울을 모두 기대해 보자. FC서울은 최고다.

글=김병혁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