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골, 골수는 같았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승리했다.
패배의 그림자가 가득했지만, 선수들의 투혼이 빛난 한판이었다.
FC서울이 26일 제주 서귀포경기장에서 벌어진 K리그 클래식 12번째 경기에서 4대4 동점을 기록하며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의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얻은 FC서울은 한 단계 내려간 10위를 기록했다.
‘탐라대첩’이라 칭하며 지독한 징크스를 깨기 위한 제주의 도전은 거셌다.
모처럼 많은 관중이 운집하며 분위기도 뜨거웠다.
경기 시작과 함께 양팀은 잘 다듬어진 창과 방패로 수 차례 합을 이어나갔다.
때론 격렬하게 때론 부드럽게 공수의 전환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첫 번째 골은 전반 19분 고요한이기록했다.
중앙에서 볼을 끌고 나오던 고명진이좌측몰리나에게연결, 몰리나가 중앙으로 크로스 한 볼을 우측에서 쇄도하던 고요한이잡아선제골기록했다. 선제골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이골을 조력한 몰리나의 도움이 빛났다. 이 도움으로 몰리나는 K리그 통산 최소경기(131경기) 50-50 클럽에 가입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FC서울은 좋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37분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데얀이 우측에서 넘겨준 볼을 쇄도하던 몰리나가 그대로 왼발을 갖다 대어 골을 완성시켰다. FC서울 데몰리션 콤비의 완벽한 합작품이었다.
두 골을 넣으며 승리가 쉽게 오는 듯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상대의 매서운 반격이 시작되었다. 전반 40분 PK를 시작으로 FC서울은 후반 2분 12분에 세 골을 내리 허용했다. 석연치 않은 PK판정의 의아함이 남아 있긴 했지만 상대의 창 끝은 예리하고 날카로웠다.
순식간에 게임의 흐름을 내주었다. 전반 제주의 스리백을 완벽하게 공략하던 FC서울은 후반 제주의 포맥 전환은 혼돈을 안겨주었다. 3골을 연이어 실점 후, 무뎌진 공격력이 바로 상대의 변화에 있었다.
그러나 변화는 순간이었다. FC서울은 상대의 변화에 맞게 다시 재정비 해 상대를 위협했다.
후반 39분 데얀이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교체된 에스쿠데로와 최효진이상대의오른쪽을지속적으로위협하며동점골을만들어냈다. 예정된 시간이 모두 흐르고 경기는 3대3으로 마무리 되려는 찰나 상대의 4번째 골이 나왔다. 역습상황에서의 실점이었다. 체력이 모두 소진된 상황에서 나온 실점이자, 어쩌면 이날의 경기를 빼앗길 뻔한 실점이었다. 이대로의 패배를 받아 들여야 할 때쯤 FC서울의 마지막 골이 나왔다. 체력은 소진되었지만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빛을 발했다.
후반 48분 에스쿠데로가 얻은 PK찬스를 김진규가차분하게성공시키며이날경기의마침표를찍었다.
결과는 4대4 동점이었지만 이외의 모든 것은 FC서울의 승리가 분명했다.
물론 먼저 얻은 우위를 지켜내지 못함은 있었지만 ACL과 리그를 함께 병행하는 FC서울에게는 후반전의 체력저하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 결과물 가운데서도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투혼과 열정은 상대보다 더욱 컸다. 무엇보다 징크스의 지독함보다 달콤함을 지키고자 했던 FC서울의 판정승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경기는 최용수감독이 FC서울 사령탑으로서 100번째 맞은 경기였다. 물론 승리했다면 곱절의 기쁨이었겠지만 내용만으로도 충분한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몰리나의 50-50클럽 가입도 축하 받아 마땅한 의미 있는 기록이다.
FC서울의 다음경기는 6월1일 전남과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다. FC서울은 많은 팬들에게 통쾌한 승리를 선물, 전반기를 아름답게 마무리 할 계획이다. FC서울팬들이 함께 한다면 마지막 승자는 결국 FC서울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 FC서울 명예기자 홍성준 (spacepirate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