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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네슈 감독, 용병술의 격이 다르다

2009-08-21



포항과의 피스컵코리아 2009 4강 1차전이 펼쳐졌던 지난 19일, 지난 인천과의 8강전 2차전에서 안타까운 퇴장 조치로 2경기 정지 처분을 받았던 귀네슈 감독은 역시 벤치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벤치에서는 그의 허전함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묻어났다.

리그 최강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FC서울이었지만, 팀을 이끌어야 할 사령탑의 부재는 팀의 에이스 부재 이상으로 큰 타격이다. 그래서 FC서울의 천적관계에 놓여있는 포항이라 할 지라도 승부에 큰 우려를 나타낸 것도 사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것은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

벤치에서 선수를 독려하던 귀네슈 감독은 없었지만, 필드를 움직이게 하는 그의 예리한 눈빛에는 결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더 높은 곳에서 선수의 세세한 플레이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백미는 당연 전반 17분이었다. 김승용의 갑작스런 부상에 이승렬과 교체 아웃이 강행됐다. 전반 17분이라는 이른 시간을 감안하면 정말 예기치 않은 상황이었으나, 흐름을 빠르게 판단한 코칭스테프는 교체 명단에 있었던 이승렬 카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 이후 거짓말처럼 마법이 일어났다. 교체 투입했던 이승렬이 투입 2분 만에 안데르손의 첫 골을 어시스트하며 일을 내고 만 것. 비록 부심으로부터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아쉽게 골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전반 32분에는 자신의 머리로 직접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왼쪽 측면을 무인지경 돌파하던 기성용의 크로스를 멋진 헤딩으로 연결시켰다.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날려버릴 정도로 통쾌한 헤딩 슈팅이었다.

귀네슈 감독은 관중석에서 무전기로 벤치와 싸인을 주고 받아야 했던 수고로움은 있었으나, 그것만으로도 포항을 무너뜨리기엔 충분했다. 또한, 경기의 흐름을 단 번에 파악하고 찌른 단 한 수가 끝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한편, 귀네슈 감독의 용병술은 지난 주말 정규리그 경남과의 경기에서도 빛을 봤다. 1-1로 팽팽함이 묻어나던 후반 31분, 수비수 안태은을 빼고 투입된 정조국이 후반 43분 기가 막힌 결승골을 뽑아내며 승점 3점을 기어이 따내고야 만 것.

최근 이 귀신 같은 용병술이 왜 그를 명장이라 치켜세우는지를 확실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또한 이 날 경기에서 우리는 그가 어디에 있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라운드 안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한, 귀네슈 감독은 FC서울을 어디서든지 진두지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오는 26일 포항과의 2차전에서도 그가 벤치를 지킬 수 없는 몸이지만, 그래도 승리를 확신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글=FC서울 김주용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