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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3월호]키프로스 전지훈련 총결산

2006-03-02



2월의 마지막 토요일, 싸한 바닷바람 한 줄기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는 인천 국제공항. 1층의 B번 출구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설레는 듯한 얼굴로 입국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게이트가 열리며 반가운 모습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장수 감독님을 필두로 키프러스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너무나 보고 싶었던 우리 선수들, 그들이 돌아온 것이다. 짧지만 행복했던 만남, 오래도록 그리웠던 선수들의 겨울 전지훈련을 함께 되짚어 보자.

눈빛만은 살아있다.
지중해 한 가운데에 자리한 키프러스에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장장 17시간이나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온 선수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느낌이 달랐다. 검게 그을리고 피곤한 모습의 선수들에게서 그 모습마저 잊게 할 정도로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살아있는 ‘눈빛’.

그렇다.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각오와 투지, 열정이 한데 녹은, 그 어떤 것 보다 빛나는 그들의 살아있는 눈빛은 새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한 층 부풀려 주고 있었다.
굳이 입을 통해 말하지 않아도 전지훈련 기간 동안 선수들이 어떠한 각오로 새 시즌을 준비했는지 선수들의 살아있는 눈빛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다.



말 그대로 전지훈련, ‘훈련만 하다 왔어요!’
많은 프로 팀들이 동계 전지훈련지로 선택하는 키프러스. 하지만 선수들의 전언에 의하면 키프러스에는 호텔, 훈련장, 지저분한(?)바다 이 세 개가 전부라고 한다. 그 외에는 어떤 편의시설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그나마 노트북이나 게임기를 가지고 간 선수들은 다행이다. “정말로요, 정말로 아무 것도 없어요. 처음 1주 정도는 괜찮다 싶었어요. 그런데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거 있죠. 한 달이 아니라 1년 다녀온 줄 알았어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 한동원 선수의 말이다. 훈련지 연습경기에서 골 맛을 봤다는 그는 전지훈련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자신감이 많이 붙은 느낌이에요. 조직력은 물론이요 체력도 정말 많이 좋아졌다는 걸 느끼고요, 나이 많으신 선배님들이랑도 같이 부대끼고 지내다 보니까 더욱 가까워진 것 같아요. 역시 사람은 같이 살아봐야 한다니까요.”



떠나기 전날 밤 벌어진 친목도모 겸 쫑파티는 선수들의 나이차를 숫자에 불과하게 만들어준 결정적인 계기였단다. 너무나 자신 있는 목소리로 “형님들 다 너무 좋으세요!”라고 외치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에 혹시나, 했던 불안한 마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눈 녹듯 사라졌다. 2006 시즌은 다른 무엇보다 선수들 간의 조직력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전지훈련의 분위기는 너무나 궁금했던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번 4주간의 전지훈련은 새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스타일이 다르고 개성이 뚜렷한 선수 개인이기 이전에 서로가 서로를 한배에 탄 동료요, 가족이라는 사실에 담겨있는 의미와 그에 따른 역할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힘들어도 행복했어요.”
하루 훈련 시간은 네 시간여. 체력 훈련이 바탕이 되었던 쿤밍 훈련과는 달리 키프러스에서는 게임 위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훈련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선수들의 말이다. 하지만 정말 ‘죽도록’ 힘들었단다. “더 시켜야지”라는 감독님의 말씀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간 속에 선수들에게 힘을 준 것은 다름 아닌 팬들의 성원이었다.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키프러스에 도착한 초컬릿은 선수들을 너도 나도 웃게 만들었단다. 처음 커다란 박스가 호텔로비에 도착한 것을 보고 의아해하던 그들은 방으로 올라와 꾸러미를 풀러 본 다음에야 박스 안의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루, 하루 너무나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들을 보내고 있던 그들이 받은 것은 비단 작은 초컬릿 하나가 아니었다. 바로, 마음이다. 그 안에 저마다 자신의 이름이 써있는 초컬릿을 보고 얼마나 행복했을까.
타지에서 식사로 인해 힘들진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함께 동행 하셨던 남연악 조리사님의 활약으로 한국에서와 다름없는 식사를 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우리 선수들은 단 한명의 부상자 없이 무사히 한국 땅을 밟았다. 살짝 지쳐 보인 것은 오랜 비행 때문이라며 웃어 보이는 김승용 선수의 말에 한결 마음이 놓였다.



2006시즌,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주겠다!
3월 12일 수원 빅버드로의 원정경기로 2006년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우리 팀의 수장이신 이장수 감독님께 짧은 코멘트를 부탁드리니 “남은 기간동안 상대에 맞게 전열을 가다듬겠다”라는 대답을 주셨다. 고작 열흘 남짓 남은 시간이지만 여유로운 모습이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선수단과 코칭 스테프 사이에 팽배해 있는 기운이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 무엇보다 푸르른 경기장의 잔디도, 시즌개막만을 바라보는 FC 서울의 모든 팬들도, 기다리는 것은 오직 하나다. 자신들의 영웅이 담대하고 강하게 그라운드의 주인으로 서 주는 것. 다른 무엇보다 경기 후 축 처진 어깨 대신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경기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온 힘을 다한 최고의 경기였다면 우리 팬들은 모두 선수들을 향해 감동의 엄지손가락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매 경기, 온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최고라는 표현을 선수들에게 해 줄 수 있는 2006년이 되기를 기대하며, FC서울 파이팅!

글/공희연, 오현정 명예기자
사진/ 김주영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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