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우렁찬 울음으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닭. FC서울에도 부지런한 닭띠 5인방이 있다. 바로 김동진, 박용호, 이정열, 최태욱, 한태유 동갑내기이다. 음양오행으로 알아본 닭띠의 성격과 특징. 과연 FC서울의 닭띠 5인방은 얼마나 닭띠스러울까. 가장 닭띠다운 선수를 가차 없이 지목한 솔직담백한 닭띠들의 유쾌한 수다 속으로 들어가 보자.
벼슬을 가진 닭처럼 멋쟁이다
닭띠는 특히 남자일 경우 기품 있는 새처럼 매력적이고 멋쟁이라 하는데, 과연 닭띠 5인방이 지목한 최고 멋쟁이는 누구일까. 바로 김동진과 한태유가 각각 2표씩 받으며 공동 멋쟁이 상을 수상했다. 김동진을 지목한 최태욱은 “동진이 누나가 예전에 스타일리스트를 하면서 이 옷 저 옷 코디해준 것이 지금 동진이가 패션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라고 했으나 정작 김동진은 자신이 멋쟁이로 지목된 것을 의아해 했다. 그러나 마지못해 친구들이 인정해주니까 받아들이겠다며 재치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한태유는 왜 멋쟁이로 지목받았을까. 이에 이정열은 “태유는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친구라 평소에는 옆집 아저씨처럼 하고 다니지만 갖출 때는 멋진 친구에요”라고 말해 모두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자신의 일상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것을 싫어해 정확하게 계획을 세운다
어떤 선수가 가장 계획적이냐는 질문에 모두 만장일치로 이정열을 지목했다. 박용호가 “정열이는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요. 웬만하면 귀찮아서 못할 것 같다 싶은 것도 해야 할 건 꼭 하죠”라고 운을 띄우자 김동진이 거들었다. 마침 이정열이 무릎을 찜질하기 위해 가져온 얼음주머니를 가리키며 “사실 이런 얼음도 여기까지 들고 올 필요 없잖아요. 운동장에서 했으면 이런 자리까지 굳이 가져올 필요도 없고”라며 장점을 단점으로 변질시키는가 싶었으나 “그만큼 꼼꼼하게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거죠”라고 재치 있게 마무리했다. 이런 친구들의 반응에 이정열은 “꼼꼼하단 것보다 정해놓은 것은 꼭 지켜야 마음이 편해요. 어젯밤에 늦게까지 약속이 있었다면 다음날 꼭 운동을 해야 하는 식으로 습관이 되어버린 것들은 꼭 지켜야 직성이 풀리죠”라며 역시 계획적인 사람임을 증명했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해 상대방에 대한 사려부족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닭띠는 솔직한 성격으로 모든 행동과 말이 직설적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정열은 질문을 듣자마자 이건 하나마나라며 체념을 했고 다른 선수들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나 결과는 만장일치 이정열. 변명할 기회를 줬으나 “변명 안 할래요”라며 “태유가 예전부터 그러지 말라고 얘기했었어요. 고치려고 노력해서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네요”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나머지 네 선수에게 그럼 혹시 직설적인 행동 때문에 기분이 상한 적은 없냐고 질문하자 박용호는 “그런 적은 없지만 정작 정열이가 삐져서 말을 안 할 때가 종종 있다”고 해 박장대소를 하게 했다. 이정열에게 왜 직설적으로 할 말을 다 하면서 삐지는 거냐고 물으니 박용호가 “정열이 이러다 또 삐져서 인터뷰 안하고 가버릴 수도 있어요”라고 해 서둘러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보수적인 성격으로 자칫 답답해 보일 바른 말을 잘한다
닭띠 5인방 중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선수는 최태욱이 지목되었다. 그는 운동선수에게 해가 될 술이나 담배와 같은 행동은 절대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그 생각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서 술, 담배, 여자 이 세 가지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하셨다는 그는 “저도 모르게 고등학교 때까지 아버지 말씀을 지켰고 그러다보니 보수적인 모습이 생겼어요”라며 “만약 제 아들이 커서 운동을 하게 되면 저도 아버지처럼 술, 담배, 여자는 하지 말라고 똑같이 얘기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혹시 너무 보수적이라 주변에서 답답해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최태욱은 “중학교 때 주장을 하면서 코치님이 운동장 열 바퀴를 뛰라고 하시면 지켜보지 않아도 꼭 열 바퀴를 채웠어요. 아마 그 때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은 제가 많이 답답했을 거예요”라고 말해 보수적이지만 역시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인생의 굴곡이 심하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인생의 굴곡이 있다. 그 가운데 한태유와 이정열이 각각 2표씩 받으며 인생의 굴곡이 심한 선수로 지목되었다. 이정열은 어느새 장난기가 가신 얼굴로 2008년 데얀과 트레이드 된 당시로 운을 띄우며 서울을 떠나 팀을 옮겨 다니면서 겪었던 우여곡절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정말 잘 하고 싶었는데 의도치 않게 팀을 자주 옮겨 다니면서 저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고생이 많았어요. 거의 2, 3년 동안은 울기도 많이 울고 축구를 그만 둘 생각까지 했었죠”라며 “지금은 경기에 나가든 나가지 않든 서울에 다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동료 선수들도 프런트도 모두 저를 잘 아니까 얼굴도 많이 밝아졌죠”라고 얘기하며 힘들었던 지난 몇 년을 회상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한태유 선수에겐 어떤 굴곡이 있었을까. “운동을 하다가 다치고, 나으면 또 다치고... 부상을 자주 당한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운동선수는 경기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니까요”라며 말을 아꼈지만 그 짧은 말 안에서도 그의 마음고생이 묻어나왔다.
유쾌했던 닭띠들의 수다. 가장 많은 지목을 받은 닭띠 챔피언은 3표를 받은 이정열이 차지했다. 이 세상의 모든 닭띠들을 대표해 한마디를 부탁하자 이정열은 “감사합니다”라며 짧게 소감을 얘기했다. 닭띠 챔피언에게는 경기장에서 맛있는 닭을 먹을 수 있는 치킨존 관람권을 상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승승장구 7연승 닭띠들의 효과?
지난 강원전 FC서울이 7연승을 거두면서 본격적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하며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혹시 고참효과 즉 닭띠들의 효과는 아닐지 주장 박용호에게 물었다. 이에 “저희는 그렇게 믿고 싶어요. 지금 이 자리엔 없는 용대형과 영민이형까지 포함해 팀 분위기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죠. 고참으로서 솔선수범하여 훈련장에서 말 한마디 더 하고 한 번 더 뛰려고 하는 모습 보이니까 자연스럽게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우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또한 최용수 감독대행에 대해 “감독 대행님이나 분석관님이 항상 밤새서 비디오 분석을 하시고 매주 CD에 일일이 담아 주시는 것으로 선수들이 공부를 많이 하다보니까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부터 철저하게 달라졌어요”라며 “서로 간에 신뢰가 쌓이면서 경기장에서 비길 것도 이기게 되는 것 같고 운도 따르니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네요”라고 말해 이번 홈경기 강원전에서도 승리하여 FC서울이 7연승을 거둘 것을 짐작케 했다.(인터뷰는 27일 강원전 전에 진행, 실제로 FC서울은 강원을 대파하며 7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만하면 FC서울을 이끄는 힘이 바로 닭띠들의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글=FC서울 명예기자 김도란 kdr05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