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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축구팬 vs 야구팬

2009-04-08



축구와 야구.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임과 동시에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이 두 스포츠. 이 글에서 펼쳐지는 대결구도가 결과적으로 누구도 우위에 있을 수 없음을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마치 자장면이 제일 맛있는가, 짬뽕이 제일 맛있는가를 물어보는 것과 같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서로 너무나도 다른 두 스포츠. 그렇기에 각각의 팬들 또한 그 특성적인 매력에 푹 빠져 있음이라. 야구만의, 축구만의 매력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제부터 그 비교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해본다.

축구 ! 이래서 매력적이다 !

1. 90분 휘슬이 울릴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라 !

“사람들은 나를 '산소탱크'라고 부른다. 사실 하나 고백 하건대, 사실 난 그다지 뛰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축구는 뛰어야만 하는 스포츠이고, 남들보다 더 뛰어야만 한다.”
박지성

무서울 정도로 90분 내내 끊어지지 않는 흐름의 경기이다. 휘슬이 울리며 경기가 시작을 하게 되면 그라운드 안에 22명의 선수들은 오로지 공만을 바라보고 계속해서 뛰어야만 한다. 90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기가 시작되면 하나의 작은 실수가 곧 골로 이어지고 패배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공격과 수비의 전환점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격의 시간에 있다가 순식간에 골을 허용할 수도 있다. 매 순간이 긴장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경기의 내용이 흥미로워 지면 그 긴장감과 흥분은 극대화가 된다. 2008년 9월 6일 FC서울과 부산의 경기는 두고두고 명경기로 꼽히는 경기이다. 2골을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후반에 김은중 선수의 헤딩과 이상협 선수의 대포알 중거리 슛으로 동점 상황을 만들어 낸 후 인저리 타임에 정조국 선수의 역전 골로 경기를 멋지게 승리를 거둔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수들의 에너지와 정신력으로 거둔 값진 승리인 것이다. 그 날의 승리를 다시 생각해보면 아직도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
야구가 정적인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면 축구는 동적이면서 시간적인 촉박함으로 인해 긴장감이 더 해지는 것이다. 동점인 상황, 조마조마하며 역전골이 터지기 전까지 미치도록 응원하는 그 맛이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축구의 묘미일 것이다.

2. 단순한 전쟁 ! 오로지 육신과 두뇌만이 그라운드를 지배한다 !

직접 축구를 하는 조기 축구회 선수들이나 학생들에게 축구의 매력을 물어봐도 농담 반 진담 반 형식으로 나오는 답은 “공만 있으면 되잖아요.” 이다. 학창 시절 아주 좁은 복도에서도 공이 아닌 깡통으로 축구를 했던 기억은 모든 남자들이 간직하고 있을 법한 추억이다. 그만큼 축구는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스포츠로 우리 가슴 속에 있는 것이다.
규칙도 복잡하지 않다. 규칙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야구에 비해 경기를 이해하기가 쉽다는 뜻이다. 비 신사적 행위를 하면 파울이 되는 것, 손을 쓰면 안 되는 것 외에는 특별한 규칙이 없다. 축구가 여성팬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던 여성들도 월드컵으로 인해 축구에 다가 왔을 때 그들은 결코 축구를 보면서 모르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또한 축구 팬들은 축구를 하나의 전투로 설명을 한다. 서로 진형을 짜놓고 상대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상대의 그물을 노린다. 총칼만 없을 뿐이지 그야말로 전투인 것이다. 진형에 따라 그 팀은 색이 분명해진다. 공격적인 팀, 역습을 노리는 팀 등등과 더불어 세부적으로 역습에 강한 수비, 안정적인 수비 포메이션, 공수전환에 용이한 포메이션 등등 포메이션에 따라 그 날의 전투 전략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FC 서울의 귀네슈 감독이 자주 쓰는 4-4-2 포메이션의 경우 조직력과 밸런스의 대표 포메이션으로 공수 밸런스가 좋다는 장점이 있어 공격루트나 수비 전환시에 매끄러우며 안정적이다.)
원초적이면서도 짜임새가 있는 스포츠가 바로 축구다. 다른 대부분의 구기 종목과는 달리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오로지 선수들의 육신이 그라운드를 지배할 뿐이다. 공 하나를 두고 선수들은 지칠 줄 모르고 달린다. 거친 태클로 인해 깊게 파인 그라운드, 뒤엉키면서 넘어지는 모습, 때로는 다투는 모습. 그 모든 모습에서 존재하는 건, 그들에게 있는 건 육신 뿐이다. 그래서 더 힘차고 더 매력적이고 더 아름다운 것이다.

3. 잘 만들어진 골 ! 그 화려함.

축구의 꽃은 역시 골이라 할 수 있다. 골을 위해 선수들은 90분을 뛰는 것이고 승리의 척도 또한 골이다. 단순히 그 골만을 봐도 흥미로운데 축구 팬들은 그 과정을 본다. 한마디로 만들어진 골. 그것이 축구의 꽃 중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 ‘잘 만들어진 골’이 축구의 꽃 중의 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같은 팀의 선수간 서로의 움직임을 시합 전에 파악을 하고 상대의 움직임 또한 읽어서 그 약점을 침투하여 골을 만들어 내야 한다. 예를 들어 미드필더로부터 이어진 칼 같은 패스를 시작으로 문전 앞에서 상대 수비수들의 수비를 교묘한 패스로 물리치고 터지는 골은 ‘잘 만들어진 골’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다. 11명의 선수들이 한 사람인 것처럼 유기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을 때 가장 멋있는 경기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팬들이 열광하는 ‘잘 만들어진 골’은 단순히 골에 열광하지 않는다는 것을 피력한다. 축구의 본질은 팀워크에 있고 팀워크가 잘 이루어졌을 때 골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최고의 결과물이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축구팬들은 팀의 움직임에 열광하고 있던 것이었다.

야구 ! 이래서 매력적이다 !

1. 동적인 스포츠이기보단 정적인 스포츠 !
우선 얼마 전 막을 내린 World BaseBall Classic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하고 돌아온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전해주고 싶다. 경제가 어려운 이때 W.B.C.가 온 국민에게 힘이 되어준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열렬한 축구 팬들조차도 TV를 보게 했던 이번 대회. 경기를 관람한 축구팬들의 머리 속에는 과연 어떤 장면들이 가장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을까. 이용규 선수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정신, 김태균 선수의 홈런, 이범호 선수의 9회 적시타 장면 등등 아주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야구 팬들의 관람 시각은 어디에 있을까.
야구팬들이 야구를 볼 때는 단순한 그라운드 안의 야구 경기만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적으로 드러나는 야구 경기의 모습은 단순하게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잘 받아 치느냐 아니냐의 모습뿐이라는 것이다. 부수적으로 일어나는 상황들은 선수 개개인의 개인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야구팬들은 야구 경기 내부로 깊게 파고들어가 관전을 한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지고 그 다음 공을 던지기 전까지의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일이 벌어진다. 감독이 앉아있는 덕 아웃부터 시작해서 포수, 투수 그리고 내야수, 외야수들이 한 사인에 맞추어 수비를 준비하고 타자는 주자가 있는 경우 주자와의 호흡 등을 맞추는 것 등을 의미한다. 한 야구팬은 그 시간에 대해서 “야구에서 긴장이 흐르는 시간은 타자가 공을 받아 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의미한다.”라는 아주 멋진 어록을 남겨주었다. 이 말의 뜻인 즉, 야구의 묘미는 정적인 시간에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아주 적절한 예로는 한 경기당 수 십 번의 패널티킥을 차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2. 기적의 승리!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가능한 그 이름 !
“9회말 2아웃 풀카운트 주자 만루 마지막 남은 공하나 절대로 직구 던져야 하는 투수”
『MP 풍류 2002 앨범 G-Masta. ‘도전’ 노래 中 』

야구는 9회말 점수가 몇 점이 차이가 나더라도 역전이 가능하다. 이는 시간적 제한이 없는 야구의 특성이 아주 잘 반영된 것으로 카운트 방식 경기의 특성이기도 하다. 경기가 최종적으로 끝나기 전까지 절대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태권도 경기가 유도 경기에 비해 흥미가 떨어진다는 과거 평가와 일맥상통하게 된다. 유도 경기의 한판승은 언제라도 경기를 뒤집을 수 있게 하지만 태권도는 점수차가 일정 점수가 나버리면 승패가 일찌감치 결정 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로 인해 태권도 협회에서는 상단 공격 점수를 2점, 화려한 기술 점수를 2점을 부여하도록 규정을 수정하였다.)
이번 WBC 경기를 보면서 가장 숨 막히고 좋았던 부분에 대해서 네티즌들은 결승전 마지막 이범호 선수의 동점타를 꼽는다.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것이다. 경기 내용이 꾸준하게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지막에 홈런 몇 방으로 승리한다면 관중들은 그 모습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이는 야구 팬들이 야구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현 어려운 경제시기에 “인생 한방이다.” 라는 사고로 인하여 야구에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3. 기록하는 묘미가 끝내준다 !

야구만큼 기록이 많은 스포츠가 있을까. 나열을 하자면 이렇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Whip(이닝당 투수가 볼넷+사구+안타 허용수), 삼진, 1루타, 2루타, 3루타, 홈런, 타점, 도루 등등 기록이 많은 만큼 선수들의 기량도 그만큼 돋보이는 것이 많다. 축구와는 상당 부문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타율만 좋다면 타율왕이 되고 출루가 많다면 출루왕, 타점만 많더라도 타점왕 등 전체적인 부분에서 못 하더라도 한 분야에서만 잘 하면 돋보인다는 것이다. 즉, 관중들이 흥미를 가져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야구장에 걸려있는 K, 그리고 수많은 대 기록들에 대한 도전등이 야구 팬들을 야구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축구팬, 야구팬 다르지만 같다.

야구팬들과 축구팬들에게 각각 매력을 물어본 결과 수많은 대답들이 나왔다. 축구팬의 경우 “유니폼이 다른 스포츠 유니폼보다 예뻐서 좋다.”, “선수들의 허벅지가 맘에 든다.”, “프리미어리거가 늘어나서 마냥 좋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공을 차는 부시맨들에 감명 받았다.” 등등의 매우 성의 있는 대답들이 있었고, 야구팬들의 경우 “경기를 보며 술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다.”, “치어리더가 바로 앞에서 춤을 춰서 좋다.”, “홍수아 때문에 좋아졌다.” 등등 좋은 답변들을 얻을 수 있었다. 야구팬들과 축구팬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은 ‘응원문화’에 있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함께 즐기는 걸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특성과 잘 결부된다고 볼 수 있겠다. 큰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팬이 되어버린 공통된 이유로도 있었다.

또 하나. 공통적인 것이 있었다. 축구팬, 야구팬 모두 선수들의 입장에서 선수들의 마음으로 경기를 관람하고 경기를 즐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같이 속상하고 경기가 잘 풀리면 같이 환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축구에서의 12번째 선수는 바로 팬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팬들의 마음이 선수들에게 전달되어 앞으로 더 발전된 축구문화, 야구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FC서울 명예기자 김진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