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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FC서울, 다사다난했던 2009년 돌아보기

2009-12-09



지난 3월 7일 개막했던 K리그는 9개월의 대장정을 끝냈다. FC서울은 시즌 초반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며, 최종순위 5위로 2009년 시즌을 마무리했다. FC서울은 2009년 45경기를 치르며(정규리그, 컵대회, ACL, FA컵, 친선경기 등 모든 경기 포함), 77득점, 58실점을 기록했다. 때로는 즐거움을, 때로는 아쉬움을, 때로는 우리에게 슬픔을 줬던 FC서울. 그 다사다난했던 FC서울의 2009년을 돌아보자.



전남, 도대체 너희들의 정체는 무엇이냐?

FC서울의 2009시즌은 전남과의 대결로 시작해, 전남과의 대결로 끝났다. 3월 7일, 리그 첫 경기에서 FC서울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김치우의 오른발 슛을 포함해서 6골을 작렬시키며,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ACL 스리위자야 원정에서 4-2로 승리하며, 두 경기에서 10득점이라는 대량 득점에 성공했던 FC서울로서는 장밋빛 인생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FC서울이 리그 최종전 상대는 개막전 상대였던 전남.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위해선 FC서울의 승리와 동시에 경남의 도움이 필요했던 상황. 지난 개막전의 대승을 맛본 선수들과 팬들은 이번에도 당연히 FC서울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개막전과는 달리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고, 전북마저 전반전에만 3골을 터트리며, 1위를 거의 확정지은 단계였다. 포항 역시 전반 7분에 골을 터트리며, FC서울이 비기는 경우 자칫 3위로 떨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 팽팽하던 양 팀의 균형은 후반 32분, 데얀의 무회전킥 한방으로 깨지며, 서울의 승리가 유력해보였다. 전남 입장에서도 후반 막판 상황으로 비춰 보았을 때, 비기든 지든 무조건 6위가 확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반 종료 직전 이완의 패스를 받은 정윤성이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원점 상태로 만들며, FC서울은 결국 3위로 주저앉고 말았다.

3주 뒤에 FC서울은 운명의 장난인 듯 전남을 다시 만났다. 120분 혈투 끝에 1-1로 비기며, 승부차기에 돌입한 FC서울. 승부차기에 강한 골키퍼 김호준이 있었기에 나름 FC서울이 유리했던 상황. 김호준은 2개를 막으며, 나름대로 선방했으나 FC서울 키커들이 3개를 실축하면서 패했고, 그야말로 선수도 울고, 팬들도 울고 하늘도 울며, 최종순위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09년 최다 관중이 지켜보았던 전북과의 홈경기

여름이 지나가고 초가을로 진입하고 있던 2009년 9월. 이때의 K리그는 서울-전북의 2강체제와 더불어 포항, 인천, 광주, 전남이 따라오고 있는 형국이었다. 정규리그 22R까지의 성적은 FC서울이 승점 39점으로 1위, 전북현대가 승점 38점으로 2위를 달리며, 박빙의 리드를 지키고 있었던 상황. 이런 와중에 정규리그 23R의 빅매치는 서울-전북의 경기였다. 그 당시 포항-울산-성남에게 연거푸 패한 서울은 전북보다 한경기를 더 치른 상황이었고 연패를 끊고 전북과의 승점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승리는 필수불가결 요소였다.

구단에서도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반영한 듯 ‘제2의 어린이날’로 선포하며, 어린이 관중들을 많이 유치하는데 노력을 기울였고, 치킨존 신설과 경기장 북측광장에서는 다양한 이벤트들이 펼쳐지며,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날 경기의 최종 관중 수는 36,764명. 이번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동안 서울-수원로 대표되었던 K리그의 빅매치가 서울-전북의 대결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최다 관중들이 운집한 경기답게 양 팀 선수들도 좋은 경기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선제골의 몫은 전북 루이스. 루이스는 골을 성공시킨 후, 골 세리머니로 브아걸의 ‘시건방 춤’을 재해석한 ‘루이스판 시건방 춤’을 선보이며, FC서울 선수들의 잠자고 있던 본능을 건드려 놓았다.

루이스의 시건방 춤에 자극받아서 였을까? FC서울 선수들은 후반전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1년에 한두 번만 볼 수 있다는 주장 김치곤의 골로 동점을 만든 FC서울은 후반 30분, 기성용의 패스를 받은 데얀이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36,764명의 관중들을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고 갔다.

최종 결과는 FC서울의 2-1역전승. 월드컵 유럽예선 참가 후 시차적응도 안된 피곤한 상황에서 보여준 데얀의 투혼은 ‘프로는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뜻 깊은 경기였다.



포항, 이젠 FC서울의 승리 방정식이 아니다

이번 시즌은 유독 천적관계가 많이 깨졌던 시즌 이었다. 성남이 인천에게 4년 여 만에 패배했고, 또한 포항 역시 3년 동안 패배가 없었던 성남에게 1무3패의 열세를 기록하며, 천적관계가 청산된 한 해였다.

FC서울은 2006년 6월 3일 컵대회에서 포항에게 패한 이후로 2008년까지 포항에게 패배한 적이 없을 정도로 포항의 천적으로 군림해 왔다. 2007년에는 한 경기에서 보기 힘든 2개의 자책골로 승리했던 경우도 있을 만큼 FC서울은 포항에게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그리고 포항만 만나면 대량득점을 성공시켰을 만큼 선수들도 포항을 만나면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2009년에도 첫 만남에서 데얀의 행운의 슛으로 1-0으로 승리를 거뒀고 피스컵 8강 1차전에서도 2-1로 승리를 거두며, FC서울은 포항 잡는 저승사자의 명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하지만, 포항스틸야드에서는 FC서울은 평소와는 다른 FC서울의 모습을 보여줬고, 포항 역시 원정경기 때와는 다르게 홈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컵대회 2차전 역시 2-1로 앞서며, 승리가 유력했으나 순간적은 측면 역습을 허용하며, 연거푸 4골을 허용하며, 2-5로 무너졌고, 리그에서도 울산-성남에게 연패를 당하며, 한동안 부진을 겪을 만큼 포항 경기의 패배는 충격이 컸다.

10월 리그 경기에서도 스테보에게 경기 시작 22초 만에 허용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뺏겼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후반 종료 5분을 남기고 안데르손, 기성용이 연속골을 넣으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갔으나 종료 직전 황재원에게 통한의 골을 허용하며,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기록은 한 점차 패배였지만 후반 중반까지 포항의 양쪽 측면공격에 고전했을 만큼, 이젠 포항은 FC서울에게 ‘승점 자판기’가 아닌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하는 존재로 인식되게 되었다.



골로 인정받지 못한 안태은의 슛

이번엔 K리그를 벗어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로 눈을 돌려보자. 스리위자야의 극적인 도움으로 16강에 진출한 FC서울은 기세를 몰아 J리그 챔피언 가시마 앤틀러스를 제압하며, 8강에 안착했다. 8강전 상대로 결정된 팀은 카타르의 움살랄. 8강전 시작 전만 하더라도 움살랄이 카타르리그에서 리그 초반 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기에 FC서울의 4강 진출이 유력했던 상황.

원정경기로 치러진 8강 1차전에서도 잠잠하던 정조국의 득점포가 터지며, 2-0으로 앞서나가며, 손쉬운 승리가 예상되었다. 후반 10분에 마그노에게 골을 허용하며, 2-1로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전열을 가다듬은 FC서울은 안태은이 아크센터에서 슛을 날렸고 이 슛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그런데 코너 플랫에서 중앙선에서 뛰어가야 할 2부심은 요지부동하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주심마저 노 골 사인을 내며, 안태은의 슛은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고, 결국 안태은의 슛을 도둑맞은 골이 되어버렸다. 안태은 역시 강하게 항의하며, 아쉬운 표정을 보였으나 주심은 눈 하나 깜짝 안하며, 움살랄의 편을 들어줬다. 이런 판정의 영향 때문이었을까? FC서울은 결국 2-3으로 역전패를 당했고, 결국 2차전에서 중동 ‘침대축구’를 이겨내지 못하며, 1-1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이미 결과론적으로는 8강에서 탈락했으나, 만약 안태은의 슛이 골로 인정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1차전에서 3골을 허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설령 1차전에서 3골을 허용했다고 해도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만큼 아쉬운 심판의 판정이었다.



시즌 초반 4관을 위해 달렸던 FC서울. K리그 5위, 피스컵 4강 진출, FA컵 16강 진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등 결과적으로는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되었다. 이제 내년에 서울이 우승을 노릴 수 있는 대회는 정규리그, 컵대회, FA컵. 국내대회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FC서울은 이제 중대한 변화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동안 재미있는 축구로 팬들을 즐겁게 해줬던 귀네슈 감독도 터키로 떠나고, 내년 시즌 개막도 채 3달이 남지 않았다. 이 짧은 기간에 FC서울은 감독 선임은 물론 선수영입, 전지훈련등 해야 할 일이 많다.

이제 다사다난했던 2009년은 추억 속에 묻고 이제는 2010년을 기약해 때이다. 우리 모두 비상하는 2010년의 FC서울을 기대해 보자.

/글=FC서울 명예기자 김윤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