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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우리는 그대들이 자랑스럽다.

2016-12-03

첫 실점을 허용했을 때 대부분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기어코 동점을 만들고 경기가 끝나기 2분 전에 역전을 만들어내며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10명의 키커가 나설 정도로 진이 다 빠지는 승부를 펼쳤다. FC서울이 2016 FA CUP 2차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결코 원망할 수 없는 멋진 경기를 펼쳤다.

FC서울은 4-3-3 포메이션으로 출전해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 김치우, 김남춘, 곽태휘, 고광민이 골대 앞을 지키고 유상훈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다카하기, 오스마르, 고요한은 중원을 지켰고 그 앞에는 FA컵 득점왕을 노리는 아드리아노와 윤일록, 박주영이 위치했다.



전반전은 양 팀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FC서울은 공격적인 플레이로 수원의 수비수들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특히 다카하기와 고요한이 활발히 움직이며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반 37분 수원 이정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되었고 수적 우위를 누릴 수 있었지만 약 4분 뒤 다카하기 역시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며 퇴장당했다. 양 팀 모두 득점 없이 전반전이 종료됐다. 

FC서울은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고요한-박주영-아드리아노로 이어지는 패스로 수원을 위협한 데 이어 아드리아노가 빠른 돌파 후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만들며 강한 슈팅을 시도했다. 후반 10분 아쉬운 상황이 나왔다. 김치우가 수비 도중 강하게 충격을 받으며 쓰러져 약간 어수선함이 있는 사이 불의의 실점을 당했다. 김치우 대신 주세종이 투입됐다.



후반 17분 박주영의 패스를 받은 아드리아노가 슈팅을 시도했다. 득점은 되지 않았지만 무언가 만들어져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내 후반 29분 왼쪽에서 박주영이 침착하게가운데로 연결해준 볼을 아드리아노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동점이 되었지만 1차전 1대2 패배를 만회하려면 한 골이 더 필요했다. FC서울은 쉬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전력을 다 한 윤일록 대신 신인 윤승원이 투입됐다. 그리고 그 신예가 일을 냈다. 정규시간도 종료되고 추가시간도 거의 끝나가던 상황에 박주영의 크로스를 받은 윤승원이 동점골을 터트렸다. 기적적인 상황이었다. 경기는 그렇게 연장전으로 흘러갔다. 



연장전에도 양 팀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연장 전반 11분 페널티 박스 안 치열한 접전 상황 중 조찬호의 짧은 패스를 아드리아노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아쉽게 골대 옆으로 빗나갔다. 연장 후반 8분에는 조찬호가 직접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연장 종료 직전에는 조찬호와 윤승원이 각각 빠른 돌파와 날카로운 슈팅으로 막강한 공세를 이어갔다. 연장전 30분은 결국 득점 없이 마무리됐다. 

승부차기는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FC서울은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나오는 선수마다 공을 골문 안으로 집어 넣었다. 10명의 키커가 나설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된 승부차기에서 FC서울은 작은 아쉬움을 남기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부족함이 없는 경기였다. 그리고 부족함이 없는 시즌이었다. 3일의 결승 2차전은 FC서울의 한 시즌을 압축한 경기 같았다. 경기 중에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끝까지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FC서울은 2016년 시즌 중에 감독이 교체되는 상황 속에서도 K리그 클래식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4강, FA컵 준우승으로 참여하는 모든 대회마다 최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했다. 허나 황선홍 감독의 FC서울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FC서울은 2017년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