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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이승렬 이종민 무삼파, 그들이 입은 검붉은 유니폼의 의미

2008-05-06



프로는 참으로 냉정한 세계라고들 말한다.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아웃되고 마는, 그런. K리그와 같이 장기 레이스를 달려야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것이 올 시즌 처음으로 검붉은 FC서울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달리는 이승렬, 이종민, 무삼파 이 세 선수에게 기대를 거는 까닭이다.

3, 4월간 펼쳐졌던 지옥의 레이스에서 FC서울이 얻은 성적표는 정규리그 3위, 컵 대회 A조 5위. 지난해와 같은 뼈아픈 실패를 되돌리지 않기 위해 컵 대회를 차치한다 해도 이미 자존심엔 한 줄기 금이 간 상태이다. 하지만 5월, 도약의 기회다. 이제부터 제대로 치고 올라가야만 한다. 그렇기에, 팀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요구되는 것이 ‘새로운 반전’이기에 우리는 이들을 주목하게 된다. 그들의 의미 있었던 시작, 아직 보여줄 것이 너무나 많다.



‘이승렬’ 3월 9일, 꿈에 그리던 프로무대 첫 발을 내딛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FC서울에 입단한 이승렬은 프로 무대에 데뷔하기도 전 U-18대표 팀에서의 활약을 인정 받아 ‘루키상’을 받을 정도로 이미 눈도장을 받은 새내기였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 하던가, 경기에만 나서면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프로무대는 그리 녹록치 않았다. 우선 K리그 최강화력이라는 FC서울 공격진 내에서 투톱으로 낙점받기 위해 경쟁을 펼쳐야만 했고, 젊은 패기를 앞세워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기에는 상대의 수비가 너무나 견고했다. 3월 9일 울산전을 시작으로 바라보기만 했던 K리그를 직접 경험하면서, 터질듯 터지지 않는 골은 공격수 이승렬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귀네슈 감독은 그를 향해 정규리그 연속 출전이라는 ‘선물’로 믿음을 보여주면서 결국 지난 4월 20일 제주전에는 후반에 투입되자마자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역전골을 기록하고, 김은중의 쐐기 골을 어시스트하는 킬러감각을 선보이며 귀네슈 감독과 팬들에게 짜릿한 홈 승리를 안겼다.



김은중, 박주영, 데얀, 정조국 등 최고의 공격수들이 많은 공격기회에도 불구하고 골을 많이 성공시키지 못하는 FC서울의 포워드 컬러에 비추어 볼 때 이승렬의 데뷔골은 깊은 의미를 갖는다. 꼭 선발로 출장하지 않더라도, ‘슈퍼서브’로써 이미 지친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고 상대 수비를 휘저어 주는 등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신의 데뷔 첫 골을 터뜨리고 세리머니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던 그 모습을 앞으로도 많이, 그리고 오래도록 보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종민’ 3월 30일, 검붉은 유니폼을 입고 뛴 첫 경기
지난겨울, 눈에 띄는 전력보강이 없었던 FC서울은 시즌 중 이종민을 트레이드 해왔다. 수비의 풀백과 중앙 미드필더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즉시전력 감의 선수였기에 초점은 그가 얼마나 팀에 잘 적응하는 가에 맞춰졌다. 3월 30일 대구전, 입단식과 동시에 후반 말미에 투입된 이종민은 상대에게 공간을 내어주지 않으려는 수비를 보여주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서서히 자신의 장기인 드리블과 날카로운 크로스를 선보이면서 다소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풀백으로써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지만, 공간을 찾아가는 그의 수비력을 볼 때 어쩌면 이종민은 측면에서의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수비로써의 역할이 더 마음에 들는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 부동의 오른쪽 풀백이었던 최원권을 제치고 정규리그 연속출전을 기록하는 동안 이종민이 보여준 적응력은 가히 놀랍다. 하지만 적극적인 오버래핑은 많지 않았더라도 수비라인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최원권의 플레이를 비추어볼 때, 계속 실점률이 늘어가는 팀 상황에서 그에게 필요한 것은 보다 안정적인 볼 처리와 그의 장점을 십분 살린 공격 포인트일 것이다.



‘무삼파’ 4월 16일, 기대와 희망을 동시에 안겨준 그를 만나다
참으로 기다려 왔었다. 단 한자리 남아있던 외국인 선수는 누가 될 것인가, 그것이 시즌이 시작한 후 FC서울 팬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던 중 키키 무삼파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다. 스페인, 잉글랜드 등 빅리그 출신의 아프리카 특유의 탄력을 가진 공격형 미드필더. 여태껏 K리그의 문을 두드렸던 외국인 선수 중 가장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기에 팬들의 기대는 한껏 부풀었고, 드디어 4월 16일 인천전 그의 플레이를 만났다.



처음 밟은 K리그의 무대, 무삼파는 등번호 26번이 마킹된 자신의 유니폼을 입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몸보다 생각이 빠른 선수’라는 최용수 코치의 말처럼 첫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를 아는 지능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 후 경기를 거듭하며 그가 보여주는 패스의 질은 입이 벌어질 정도다. 특히 팀의 공격을 전개해가는 과정에서 이청용과의 공격 전개 능력, 경기 전체를 바라보며 넓은 시야로 찔러주는 패스는 게임을 더욱 박진감 넘치게 해준다. 하지만 자신의 주특기인 킥과 공간 침투패스를 제대로 선보이기엔 아직 팀 동료들과의 호흡이 제대로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공수를 연결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써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팀 동료들과의 플레이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니만큼, 시즌 중 우리 팀의 일원이 된 무삼파에게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검붉은 유니폼의 의미

지난 4월 26일-5월 3일간 펼쳐진 남부원정 3연전은 팀 전체는 물론이요, 새로이 FC서울에 적응해 나가는 이들 3인방에게 꽤나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정규리그 2무 4득점 4실점, 컵 대회 1패 무득점 1실점.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원정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진을 씻고 곧 다가올 5월 11일 홈경기를 위해 자신감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들 뉴 페이스 3인방으로써 경기에 불어넣어질 시너지 효과다. 각각 공격, 미드필드, 수비로써 자신의 포지션에 활력을 넣기 시작한 이들이 팀의 전술, 그리고 동료들과의 호흡에 완벽히 적응하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나 분명한 것은 그들로 인해 팀 컬러가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잘 풀리지 않던 경기에서 귀네슈 감독이 이들을 중간에 투입, 혹은 보직 변경을 함으로 게임을 흐름을 변화시키는 모습에서 뉴 페이스들이 얼마나 팀에 활용도가 높은 선수들인지 알 수 있다.

검붉은 유니폼을 입은 지 길게는 두 달, 짧게는 겨우 3주 남짓. 이들이 여태껏 보여준 모습은 고작 서두에 불과하지만 의미는 크다. 아직 스무 살에 불과한 이승렬이 우리의 유니폼을 입고 매 시즌 성장해 나갈 모습은 얼마나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가? 측면을 휘저으며 공을 몰고 올라와 공격진에게 폭 넓은 전진을 제시해 줄 이종민의 모습은? 적응이 관건이겠으나 무삼파가 만들어낼 환상적인 패스 연결로 인한 골까지, 우리의 뉴 페이스 3인방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기대는 곧 희망이다.

앞으로 이들이 얼마나 팀을 첫째로 생각하는가? 감독이 펼치는 전술에 얼마만큼 부합하는가? 잠재력을 얼마나 이끌어 낼 것인가? 등은 이번 시즌 팀의 향방을 가를 만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들이 보여줄 경기력이 팀의 승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현정 FC서울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