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지난 달 30일 울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연장전을 치른 것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전반에는 올 시즌 FC서울의 팀 컬러인 빠른 패스와 유기적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중원에서의 압박과 적재적소로 이어지는 스피드 있는 패스를 선보이며 여러 차례 좋은 찬스를 잡아냈고 결국 선제골까지 뽑아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것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뽑아냈다는 것. 전반 21분 코너킥 상황에서 기성용이 올린 볼을 아디가 정확한 헤딩 슛으로 연결하며 첫 골을 뽑아냈다. 아디의 머리를 떠난 볼은 상대 골키퍼가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수원 골 문을 갈랐다. 수비수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아디는 올 시즌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터트리며 팀에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후에도 정조국과 데얀, 기성용과 데얀으로 이어지는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특히 전반 38분 기성용이 질풍 같은 드리블로 상대 문전을 돌파해 절묘하게 데얀에게 연결했지만 다리에 너무 힘이 들어가 제대로 킥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전반을 1대0으로 앞선 채 경기를 마친 FC서울은 후반 들어 추가 골을 노렸지만 후반 34분 곽휘주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후 FC서울은 ‘미친 왼발’ 이상협을 투입하며 승리를 노렸지만 후반 39분 강력한 왼발 슛이 상대 수비에 맞고 굴절됐고 5분 뒤 나온 기성용의 중거리 슛도 왼쪽 골대를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지난 울산전에서 연장전만 치르지 않았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경기였지만 이틀 쉬고 나온 것이 체력을 회복하는 데는 충분치 않아 보였다.
그러나 다음 경기는 3일을 쉬고 할 수 있어 그 동안 충분히 체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 후 귀네슈 감독은 “2일과 3일은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남은 3일 동안 충분히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잘 준비해 꼭 우승을 거두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귀네슈 감독은 “지금부터는 선수들의 심리적인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며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준비하자고 말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승부는 무승부였지만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K리그 역사상 또 하나의 기록이 세워졌다. 추운 날씨에다 야간 경기로 치러졌음에도 총 3만 9011명의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FC서울의 승리를 기원했다. 이는 역대 포스트 시즌 최다 관중이다. 특히 N석에서 펼쳐진 화려한 깃발 응원과 클래퍼 응원 등을 통해 이뤄진 붉은 물결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이제 남은 경기는 단 하나. 7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2차전이다. FC서울은 지난 2006년에도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천제훈의 통렬한 중거리 슛으로 컵 대회 우승을 확정 지으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펼친 바 있다.
최근 수원 원정에서 2연승을 거두고 있는데다 선수들의 자신감도 더해 집중력만 발휘한다면 우승의 주인공은 반드시 FC서울이 될 것이다. 최선을 다해 다시 한번 수원에서 감격적인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