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share > 페이스북

NEWS & TV

News

짜릿한 영광의 기억속으로...2006 컵 대회 우승을 되새기다

2007-06-21



약관을 갓 넘은 신예의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이 골네트를 가른 순간, 수원의 안방은 검붉은 전사들과 서포터즈의 환호로 가득 찼다. 아직도 생생하다. 서로가 서로의 어깨를 부여잡고 어린 아이처럼 뛰어다니며 좋아하던 그날. 어찌 잊을까? 6년 만에 맛본 짜릿한 우승의 쾌감은 아직도 가슴 한 켠을 떨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모든 것을 결과로 말할 수는 없으나 그날의 우승은 그토록이나 값졌다. 2006년 7월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 FC서울의 2006 컵 대회 우승이 확정되던 순간, 넘치는 감동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조차 버거웠던 그날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

파죽의 5연승

부산, 경남, 광주, 대전을 거쳐 제주까지, 자그마치 5연승이다. 5연승을 달리는 동안 걸출한 신예가 등장했고, 노장의 노련함이 그 빛을 더했다. 수치상으로는 5번의 연속적인 승리에 불과하겠으나 그 효과는 단순히 수치로는 표현이 되지 않았다. 공격수들은 골을 넣었고, 미드필더는 중원을 지켰으며, 수비수는 상대를 막았고, 골키퍼는 골을 막았다. 문장 그대로 FC서울은 각자 위치에서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했고 그만큼 탄탄했다. 2006 컵 대회 초반, FC서울은 이렇듯 쾌속 항진을 계속했다.

뒤에 이어진 대구와의 무승부와 포항을 상대로 얻은 패배는 그래서 더욱 쓰라렸다. 쓰디 쓴 무승부와 패배 이후 FC서울은 성남을 상대로 또 한번의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5연승 뒤에 따라오는 무승부와 패배는 실제 크기의 곱절 이상의 자극이 되었고, 그 자극은 다시금 5연승을 만들어 냈던 매서운 기세와 맞물려 결국 4대1이라는 대승을 만들어 냈다.

大승, 그리고 저만치 보이는 왕좌

‘나’가 아닌‘우리’가 만들어낸 승리였기에 더욱 빛났다.

2006년 7월 15일 전북을 상암벌로 불러들인 FC서울은 정조국, 히칼도 등의 활약으로 총 4골의 골 잔치를 벌이며 선두를 탈환하고 우승에 한 발자국 다가섰다. 하나의 화려한 스타를 앞세운 일방적인 공세가 아닌 최전방과 2선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일궈낸 결과였기에 우승은 더욱 가깝게만 느껴졌다.

더구나 눈앞에 보이는 득점 찬스를 욕심부리지 않고 동료에게 기회를 주는 선택을 한 FC서울 선수들의 눈부신 동료애는 강한 FC서울의 전력에 힘을 보태는 특급 옵션으로 작용했고, 이는 우승에 또다시 한 발자국 다가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대승만으로, 우승에 다가섰다는 것만으로 긴장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울산과 인천이 버티고 있었다. 약간의 방심만으로도 꿈이 깨어져 버릴 수 있는 상황, FC서울은 그렇게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결국 결과가 그것을 증명했다.

패기의 신예 이상협과 킬러로 돌아온 박주영의 결승골에 힘 입어 우승까지의 행보에 난적으로 예상되었던 울산과 인천을 상대로 1대0의 짜릿한 승리를 얻어낸 것. 전북전 대승에 이은 짜릿한 2연승은 우승에 대한 열망을 더욱 타오르게 했고, 그렇게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승점 1점으로 짜릿한 우승
딱 1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점이면 됐다. 그러나 선수들의 머릿속엔 승점 1점이 아닌‘승리’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고 선수들의 움직임과 눈빛이 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2006년 7월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승점 1점이면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는 상황에서 FC서울은 수원과 맞붙었다. 전반 26분 수원의 올리베라에게 선취골을 허용했지만 FC서울에는 무서운 신예들이 버티고 있었다. 언젠가 큰 일 한번 낼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던, 꾸준히 성장하고 준비했던 김동석과 천제훈이 그 주인공.

공은 아크 왼쪽에 있던 김동석의 센스 있는 움직임에 의해 중원으로 달려들던 천제훈에게 연결되었고, 천제훈의 발을 떠난 볼은 FC서울의 우승을 염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담아, 더 없이 강력하게 수원의 골네트에 꽂혔다. 선수들의 땀과 눈물과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심장은 떨렸고, 눈은 이미 기쁨의 눈물로 가득했으며 그 순간 기쁨과 행복 이외의 감정이 존재할 만한 자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손에 손을 맞잡고, 서로를 격려하며 가시밭길과도 같은 전장을 함께 걸어온 FC서울 선수들이 진정한 주인공으로 등극한 값진 순간, 어찌 아니 기쁠까. 소위 ‘우리집’이라 불리는 상암벌에서 우승을 확정했다면 더 기뻤을 것이나,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확정 지은 우승도 기쁘긴 매한가지였다.

우승의 짜릿한 순간은 단 한 번이어도 좋다. 두 번이면 더 좋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물론 우승이 전부는 아니다. 결과라는 좁은 시야만으로 바라보기엔 우리 선수들이 이제껏 걸어온 길이 설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 우승 노래를 부르는 것은 조금은 힘들었던 지금까지의 과정을 잘 버텨준 그들을 위함이요, 그들의 팬으로써 가질 수 밖에 없는 솔직한 마음인 것이다.

이제 결승이다! 2006년 7월, 짜릿했던 우승의 기억을 되새겨 보며 최후, 최고라 칭할 단 하나의 자리로 그들의 발걸음이 옮겨지길 간절히 바라며 외쳐본다!

다시 한 번 왕들이여 귀환하라!!

/공희연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