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도 선수층이 두텁기로 유명한 FC서울은 2007시즌 각 포지션별로 주전경쟁이 가장 치열한 팀 중의 하나였다. 그 중에서도 공격수와 골키퍼 포지션은 각각 7명, 4명을 보유함으로써 가장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였다. 바꾸어 말하면 이것은 주전자리 확보를 위한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 경기에 두 명이 출전하는 공격수와 한명밖에 출전하지 못하는 골키퍼라는 포지션의 특징을 감안한다면 공격수는 7:2의 경쟁률, 골키퍼는 4:1의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주전확보를 위한 부담감은 공격수보다 골키퍼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FC서울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되는 붙박이 주전 김병지가 건재하여 다른 골키퍼들의 부담감은 더욱 컸으리라 예상된다. 이러한 냉정한 승부의 세계 속에서 밝은 미래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FC서울의 '영건' 수문장 김호준을 만나봤다.
189cm의 장신 골키퍼 김호준은 뛰어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100m를 12초에 주파하는 순발력도 가지고 있어 'FC서울의 차세대 골키퍼'로 불리는 데 손색이 없다. 또한 그는 2군 경기에서 여러 차례 눈부신 선방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묵묵히 자기 맡은 바를 해내는 선수로 동료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고 있다.
“정말 어떻게 하다 보니 골키퍼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김호준은 자신과 골키퍼의 관계는 ‘운명’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사나이의 수수함 속에서 묻어나오는 ‘운명’이라는 한마디가 더 이상의 부연설명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강인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자신과 ‘운명’의 관계를 맺고 있는 골키퍼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식상한 부탁에 그는 “언제나 그라운드 맨 뒤에서 팀의 최후방 수비를 담당한다는 생각을 하면 그라운드에 나서는 순간부터 어깨가 무거워져요.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서 뛰는 것이 골키퍼이기에 항상 내가 골키퍼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요”라고 말한다. 이어서 “장점이 큰 반면, 단점도 있어요. 그것은 바로 실점 이후에요. 실점을 하면 정말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동료들에게 미안하거든요”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동료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골키퍼로서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었다.
2005년에 FC서울에 입단한 그는 그 해 4월 대전과의 경기에서 데뷔했다. “당시 기분은 얼떨떨했어요. 긴장도 너무 많이 했고 경기장에 들어서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너무 긴장한 탓인지 실점을 좀 많이 한 것으로 기억해요.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어리벙벙해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도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있었거든요.” 3년이 지난 지금 데뷔전을 회상한 그의 소감이다. 조심스럽게 자신의 데뷔전에 대한 평가를 수치화해서 팬들에게 공개해달라는 부탁에 그는 “100점 만점에 단 10점도 줄 수 없어요. 골키퍼는 팀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일단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 임무인데 3골이나 내줬기 때문에 절대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어요”라며 자신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한 그는 자신에게 채찍을 들 줄 아는 선수였다. “반면 데뷔전을 통해서 얻은 큰 교훈이 있다면 적절한 긴장은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긴장은 좋지 않다는 것이에요. 만약 데뷔전에서 긴장을 덜했다면 결과가 조금 좋아졌겠죠. 하지만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하진 않습니다. 더 큰 것을 얻었거든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진취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그에게서 무한한 발전가능성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골키퍼 중 김병지 선수를 가장 존경한다는 그는 “병지 형은 자기 관리부터 막는 감각, 모든 것이 뛰어나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병지 형 경기를 지켜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항상 저에게는 우상이었고 병지 형처럼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솔직히 처음엔 그런 대선배님과 같은 팀에 뛴다는 사실만으로 설레기도 했어요. 야신 골키퍼 코치님도 계시지만 병지 형은 정말 가까이 계시는 형이자 선생님이세요. 특히 후배들에게 자상하게 설명을 잘 해주는 분이라 평상시에도 어려움 없이 물어볼 수 있어서 병지 형 덕분에 제가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한다. 겸손한 마음가짐과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그는 분명 미래에 ‘청출어람’이라는 단어를 우리로 하여금 생각나게 할 것이다.
내년 시즌 각오에 대한 질문에 그는 “프로선수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그라운드에서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좌우명은 첫째도 열심, 둘째도 열심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2군 생활을 착실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며. 그러다 보면 언젠가 1군기회도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그런 날이 왔을 때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플레이를 보고 팬들이 기뻐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며 당찬 의지를 보인 그에게서 FC서울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글=김성준 FC서울 명예기자
사진=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