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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남자, 한태유

2009-04-22



FC서울이 홈에서 맞은 AFC챔피언스리그 경기는 두 경기 모두 이상하리만큼 추운 날씨 속에서 열렸다. 2009시즌 FC서울의 2관왕을 향한 질주를 막고 싶은 날씨의 시샘인지, 산둥루넝과의 홈경기 역시 매서운 추위와 바람 속에서 진행됐다. 추운 날씨도 야속했지만 관중석의 빈자리에 마음까지도 얼어붙는 듯 했다.

한 시간 먼저 경기장에 들어와 기자석에 자리를 잡고 경기장 이곳 저곳을 살펴보던 중 본 기자의 시선을 머물게 한 이가 있으니, 몸은 관중석에 있지만 마음은 그라운드에서 있을 FC서울의 ‘터미네이터’ 한태유였다.

한태유 선수는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벽에 기대어 서서 조금은 씁쓸한 눈빛으로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산둥루넝과의 원정 경기에서 오른쪽 발목을 다쳤기 때문에 산둥과의 홈경기가 그에게는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한태유 선수에게 다가가 짧은 인터뷰를 요청하고, 무엇보다 현재의 몸 상태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현재 상태는 부상 이후 3주 진단을 받았고 그 이후 10여 일 지난 현재는 통증을 그리 심하게 느끼고 있지 않고, 다음 주부터는 조깅 정도의 가벼운 훈련을 재개할 수 있을 만큼의 회복이 되었다”라며 “4월의 마지막 경기인 울산과의 경기에는 뛸 수 없겠지만 5월부터는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며 하루 빨리 그의 플레이를 보기 원하는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소식을 전했다.

한태유 선수에게 산둥루넝과의 홈경기를 관중석에서 관전하는 심정을 물어보니, " 저를 포함해서, 주장인 치곤이, 큰 부상은 아니지만 휴식이 필요한 청용이까지 몸이 안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팀이 조금은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저까지 부상을 당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해서 팬들에게나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래도 꼭 제가 뛰지 않더라도 저 이상으로 잘 해 줄 다른 선수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커서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아쉬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라는 대답으로 팬들에 대한 애정과 동료 선수들에 대한 굳은 믿음을 나타냈다.

잠깐의 인터뷰였지만, 그에게서는 봄이 느껴졌다. 뜨거운 심장에 팀과 동료들에 대한 애틋함을 새기고, 그리고 FC서울의 팬들을 기억하고 사는 남자. 그가 부상의 혹한기를 이겨내고 푸른 녹음이 짙어가는 5월의 그라운드에서 한태유만의 멋진 봄 꽃을 피워내기를 기대한다.

/글=FC서울 명예기자 김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