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터질 것 같고 눈물이 난다. 그 어떤 말로도 치유가 되지 못할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 승리를 위해 목이 터져라 외친 팬들도 경기 후 그라운드에 쓰러진 선수들의 가슴도 모두 피 멍이 든 것처럼 아릴 수 밖에 없다.
1차전 주심의 명백한 오심도, 2차전 상대팀의 고의적인 시간 끌기도 모두가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분명 억울하고 분하지만 그냥 멈춰 있을 수 만은 없다. 이제 올 해 남은 한가지 목표. K리그 챔피언을 향해 달려야 한다. 허탈할 만한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다음달 4일 제주와 7일 포항으로 이어지는 원정 2연전을 위해 다시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더불어 이날의 패배를 교훈 삼아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반드시 진심으로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아픔을 쓴 보약으로 여기고 되새긴다면 분명 FC서울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FC서울이기에 기회는 많다. 올 해 하지 못했다면 내년에 하면 된다. 내년에 다시 한번 아시아 챔피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남은 정규리그에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 남아 있는 힘을 모아 다시 뛰어야 한다.
아시아 정상을 향해 달렸던 FC서울이 그 목표를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FC서울은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움 살랄과의 경기에서 1대1로 비기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2대1로 승리를 거두면 4강에 오를 수 있었지만 골 결정력 부족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골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반 13분 상대의 코너킥 상황에서 한 골을 실점한 후 2분 뒤 곧바로 데얀의 슛으로 동점 골을 만들었던 FC서울이었지만 이어진 파상공세에도 끝내 추가 골을 터트리지 못하고 말았다. 기회는 많았지만 마지막의 집중력 부족과 계속되는 불운이 아쉬웠다.
후반 36분 기성용의 날카로운 프리킥은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고 1분 뒤 김치곤의 결정적인 오른 발 슛 역시 키퍼의 손에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추가시간에 나온 데얀의 헤딩 슛 마저 골키퍼에 막히고 말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순간이었다.
후반 내내 상대 선수들의 드러눕기 플레이가 펼쳐졌지만 빠른 경기 진행을 하지도 않고 고작 추가 시간 4분 만을 제공한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선수들도 모두 그라운드에 드러누웠고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도 가슴도 무너지고 말았다.
너무도 승리에 대한 염원이 간절한 경기였기에 마음의 상처도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다시 달려야 한다. 상대 움 살랄은 이날 경기를 위해 자국 리그 경기도 연기했지만 FC서울은 지난 수요일 카타르 원정경기에서 돌아오자마자 일요일 K리그 경기를 뛰었다. 그리고 다시 오는 일요일인 다음달 4일 제주 원정을 떠나야 한다.
챔피언스리그에만 집중한 움 살랄과 달리 FC서울에게는 잠시의 여유도 사치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여러모로 아쉬움 점이 가득 남은 2009 AFC 챔피언스리그다. 하지만 이제 추억으로 여기고 지친 마음과 몸을 다잡고 다시 K리그 정상을 향해 달려야만 한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심리적인 허탈감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팬들의 성원이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