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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7월호]김영일, 최혜성 커플-FC서울과 함께 만든 사랑

2006-07-02



지난해 6월 어느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건장한 청년 한 사람이 귀여운 외모를 지닌 한 여성에게 무릎을 꿇고 꽃다발을 전달하며 "결혼해 달라"는 프로포즈를 펼쳤다. 그것도 2만여 관중이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서... FC서울의 자랑거리인 하프타임 이벤트 중에서 전광판을 통해 깜짝 프로포즈를 하는 ‘프로포즈 이벤트’가 진행됐던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본 많은 여성 팬들은 축하의 박수를 보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머 부러워라! 저 남자 멋있다!”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동시에, 괜히 멀쩡하게 경기를 보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센스가 없다’, ‘오빠는 뭐하는 사람이냐?’며 타박을해 많은 남성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초유의 사태를 만든 것이다.

시샘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프로포즈 이벤트의 주인공이었던 김영일 최혜성 커플이 지난 5월 7일 드디어 결혼에 골인했다. 둘에서 하나가 된 이들 커플. 하지만 이들의 결혼으로 FC서울의 서포터스는 하나에서 둘로 늘었다. FC서울과 함께 사랑을 키운 이들의 사랑이야기를 들어보자.

날마다 붉은 산소를 마시는 사나이
FC서울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붉은 옷을 입고 경기장을 가운 채운 분위기 속의 자신을 ‘붉은 산소를 마신다’라고 멋드러지게 표현하기도 했던 ‘위닝골’ 김영일씨(30) 최혜성씨(26) 커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받은 강한 충격(?)탓에 얼굴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던 김영일씨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지난 5월 20일 광주와의 경기가 열리던 경기장에서 였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짐짓 이들이 결혼을 한 신혼부부라는 사실을 예감할 수 있었다. 그렇다. 그들은 5월 7일 많은 사람들의 축하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프로포즈를 한지 1년 만에 마침내 4살 연하의 예쁜 신부를 얻게 된 것이다.

프로포즈 이벤트 공지 보는 순간! "내꺼다" 생각
“그때 당시 프로포즈를 하려고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틀에 박힌 그런 프로포즈가 싫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궁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참이었죠. 자주 들르던 FC서울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때마침 팝업을 통해 프로포즈 이벤트에 관한 공지가 막 뜨는게 아니겠어요” 김영일씨는 마치 자신을 위해 FC서울이 준비한 이벤트 인듯한 느낌을 받고, ‘바로 이거다’ 싶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응모를 했다. “아마도 제가 첫 응모자였을 걸요?” 당시를 회상하는 이 남자의 표정이 천진난만하기 그지 없다.

“사연이 당첨되었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정작 고민은 그때부터였어요. 당시에 혜성이는 논산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경기장에 다닌다는 것을 비밀로 하고 있던 터라 일요일에 경기장에 데려갈 명분이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이래저래 머리를 굴려(?) 하나의 아이디어를 짜냈다.

“커플 이벤트라는 가상의 이벤트였는데, 1등을 한다면 자이아파트를, 꼴찌해도 참가한 커플들에겐 30만원짜리 상품권이 나온다고 그녀에게 커플 이벤트에 참여하자고 설득했어요. 엄청난 경품에 혹한 혜성이가 마침내 OK를 하더라구요” 이렇게 쉽게 일이 진행 됐으면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의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혜성이의 친구들이 경품으로 '아파트'를 준다는게 뭔가 이상하다며 꼭 한번 확인해보라고 했었다고 하더라구요. 눈치도 업죠. 그래서 축구의 축자도 관심이 없던 그녀가 난생처음으로 FC서울 홈페이지에 들어와 공지를 확인했고, 우리가 참여할 이벤트가 커플이벤트가 아닌 프로포즈 이벤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 순간 깜짝 프로포즈는 물 건너갔고, 그때부터는 가기 싫다고 정색을 하더라구요”

그러나 김영일씨는 그때 이미 전광판을 통해 상영될 영상 촬영도 마친 상태였고, 그녀에게 줄 반지까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이제 와서 원점으로 돌리기에는 구단과의 약속도 그렇고 여러 가지가 아니다 싶었단다. 결국 이런 저런 사탕발림으로 그녀를 설득했고, 정말 우여곡절 끝에 그 자리에 혜성씨를 데리고 올 수 있었단다.



*사진 설명: ①전광판을 통해 전해오는 김영일씨의 프로포즈에 최혜성씨가 놀란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②무릎을 꿇고 프로포즈를 하고 있는 김영일씨의 모습 ③5월 7일 드디어 그들은 결혼을 했다. ④ 신혼여행가면 꼭 저렇게 해야하는 것인가? 다소 찌그러진(?) 하트를 만들고 있는 두 사람...

머리 속에서 지워져 버린 프로포즈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혜성이는 그날 분명 프로포즈를 받을 거라는 걸 알고 갔거든요. 근데 혜성이는 그때 제가 했던 말이나 본인이 했던 말이나 또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을 못해요. 많은 사람들 앞이라 그랬는지 그만큼 긴장하고 떨었다는 얘기죠” 그 후 김영일, 최혜성 커플은 친구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말그대로 인구에 회자되기 일수였단다. 둘 사이의 관계가 돈독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앞으로 예순살이 되고 여든살이 된다고 해도 그날 만큼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겁니다.

프로포즈 이벤트에 참여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프로포즈 이벤트에 참여했던 단 5분의 짧은 시간이 앞으로 이들이 함께할 여생과 나아가 이들의 자녀들에게 까지 전해질 풍성한 이야기 꺼리로 살찌우게 했던 것이다.

“내 연고지 팀이니까, 당연히 서울팀이니까!”
“어떻게 FC서울의 팬이 됐냐구요? 당연히 서울팀이니까, 우리 연고팀이니까 자연스럽게 팬이 된 거죠. 처음 축구를 본 것이 97년 수원종합경기장이었어요. 그 뒤에도 계속 경기를 보러 다녔지만 특정 지지팀 없이 수원, 부천 등지를 돌아다니면서 경기를 봤는데 전국 안가 본 경기장이 없을 정도였죠” ‘서울사람’ 김영일은 그렇게 몇 년 동안을 주변인으로 K리그의 주위를 떠돌아야 했다.
그렇게 혼자 K리그를 보러 다니다가 마침내 서울에 팀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FC서울의 팬이 되었고, 지금은 혼자가 아닌 FC서울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내팀’을 응원하며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더불어 소중한 추억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중한 추억거리를 선사하면서…

그녀의 변신, 섭팅곡을 부르는 여자
결혼 전에 이들 커플은 “한 달에 한번은 꼭 경기장에 같이 가자고 둘이 약속을 했어요”
그렇게 해서 5월 7일날 결혼식을 하고 처음 갔던 경기가 5월 20일 광주전이었다. 이쯤저쯤 따져보니 아마도 결혼하고 신혼여행 다녀오고 시차적응도 안될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6월 6일 성남원정경기도 함께 갔었다고.
그런데, 그녀는 축구에 대하여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란다. 그런 그녀가 조금씩 행복한(?) 변화를 하고 있단다.
“혜성이가 일 때문에 늦게 귀가하면 마중을 나가곤 하는데, 그때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나가곤 했거든요. 예전에는 뭐라고 막 그랬는데, 요즘에는 그런 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구요. 이뿐이 아니에요. 6월 6일 성남 경기를 보고 함께 집에 왔는데, 갑자기 혜성이가 FC서울의 서포팅 노래를 흥얼거리는 거에요. ‘절대강자~ 축구지존 FC서울~’ 제가 깜짝 놀라서 쳐다 보니까 '어? 이걸 내가 왜 부르지?' 하면서 본인이 더 놀라는 거에요” 서서히 축구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녀 때문에 흐믓한 미소를 머금게 된단다
이어 그는 “아마도 클린 서포팅의 힘이 컸던거 같아요. 가족단위로 경기장 오시는 서포터들을 보면서, 또 펍 하우스에서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을 모습을 보면서 서서히 축구에 대한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게 된거죠. 이제는 7월 12일날 경기장에 가자고 먼저 이야기하더라구요” 이건 분명 축구 중독 초기 증상이다.



고객지상주의 펼치는 FC서울 그리며..
“FC서울은 팬들에 목소리에 대한 피드백이 빠른 빨라요. 팬들의 의견수렴이 빠르다는 것이죠. 물론 행정적이나 마케팅적 측면에서는 우리나라 구단 중 최고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그걸로는 부족해요. 공격지향적 축구, 감동을 주는 축구, 재밌는 축구운영을 해야 해요. 그렇게 한다면 K리그가 재미없다는 사람 없어질 거에요. 하지만 승점 챙기기만 급급하여 수비지향적인 경기운영을 하는것은 팬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거죠” 단순 이벤트 참여자 김영일이 아닌 서포터 ‘위닝골’의 목소리는 이랬다.
“컵대회 막판 포항전과 성남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특히 포항전은 비록 진 경기지만 하이라이트을 10번은 더 봤고, 그 경기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투지에 감동을 받았어요”라고 말하며, 그런 점에서 ‘위닝골’ 김영일씨는 “FC서울이 성적지상주의가 아니라 고객지상주의로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하고, 선수들은 팬들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 위해 노력 해야 한다”며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손 한번 더 흔들어주고, N석과 E석에 인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면, 팬들은 분명히 충실한 고객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것이 김영일씨의 생각이다.
“팬들이 선수들을 가깝게 느낄때, 팬들은 축구장의 들러리가 아닌 주인으로 바뀔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FC서울 홈구장은 머지않아 6만6천의 관중이 들어찰 거라고 확신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덧붙여 “6만 6천 관중의 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다.

10년후에는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꺼 같으냐는 질문에 흐믓한 미소를 지어보인 김영일씨는 “그때쯤이면 우리 경기장에는 예약 없이는 들어갈 수도 없을 것이고, 저에게도 사랑스런 자녀들이 있어 그 아이들이 놀러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우리 경기장이 되어 있을것이며, 그리고 10년동안 저는 FC서울에 더욱 감동을 받아서 더 열정적인 팬이 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축구가 대중화되도록 꼭 FC서울이 앞장서주었으면 좋겠다는 김영일씨. 그리고 k리그를 보러 가는 사람이 더 이상 별난 사람 취급을 받지 않는 세상이 오길 꿈꾸는 그의 바람이 반드시 현실이 되어 이루지길 비는 것은 비단 김영일씨 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그날을 꿈꾸며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붉은 산소를 마시러 간다.

글=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 사진=김영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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