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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호]우리에게는 ‘그들’이 있다

2007-09-03



악재도 이런 악재가 있을까. 하나씩 경기를 더해 갈수록 늘어가는 부상 선수들의 명단. 불과 며칠 전만해도 웃으며 공을 차고 훈련하던 선수들이 하나, 둘 그라운드가 아닌 병원에, 재활치료에 힘을 쏟는 일이 많았던 후반기의 FC서울.

그저 힘들기만 했다. 박주영, 김은중, 이민성 등 팀의 주축선수들의 전력 이탈만도 버거운 상황에서 후반기가 시작된 8월 1일 수원과의 FA컵에서는 정조국이, 8월 8일 전남과의 후기리그 첫 경기에서는 심우연이 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블루 드래곤’ 이청용마저 누적된 피로로 인한 무릎부상까지. 갑작스런 줄 부상에 코칭스태프는 가능한 최상의 스쿼드를 내놓았지만 경기는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우리가 보유한 선수들 중 가장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 완벽한 BEST11을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대체 언제쯤 제대로 풀리는 경기를 볼 수 있을까 모두들 한숨만을 내쉬던 그 너머에, 내가 여기 있다고 나도 해낼 수 있다고 자신만의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이 있었다.



더욱 응집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수원전

후기리그 첫 경기였던 전남전, 1-0의 승리로 짜릿함을 맛보았지만 우리는 귀중한 선수 심우연을 부상으로 잠시 보내야 했다. 그 후 12일 제주전 무승부, 이길 수 있으리라 믿었던 15일 광주전 무승부가 이어진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다음 19일 수원전에서는 이상협과 히칼도가 경고 누적으로 출장을 할 수 없었고, 기성용과 김진규가 올림픽 대표로 차출되는 상황이었다. 이 날의 공백을 메운 선수들은 안상현, 김동석, 고명진, 윤홍창 등이었다. BEST멤버로 나선 수원을 향해 패기로 맞선 이들은 2-0으로 뒤지던 후반 12분, 고명진이 날카롭게 찔러준 패스를 김동석이 오른발로 차 넣어 추격의 불꽃을 피우며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다. 골을 성공시키자마자 1분 1초가 아까운 듯 그 공을 들고 하프라인에 갖다놓기 위해 뛰어가던 김동석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록 골 사냥에 실패해 2-1로 석패했지만 어느 누구도 우리 선수들을 향하여 패자라 말할 수 없었다. 너무나 힘겹고 일어설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시점에서 우리를 다시 응집시켜 주었으니까.





슈퍼서브의 중요성

축구란 스포츠에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는 지는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감독의 전술, 용병술이 다른 프로 스포츠에 비해 선택의 폭이 현저히 작은 것 역시 사실이다. 주어진 90분의 시간, 그리고 3명의 교체 선수. 특히 어떤 선수를 선발로 내보내고 3명의 교체 선수를 얼마나 적절하게 사용하는 가는 오롯이 감독의 역량이지만 그것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 바로 ‘슈퍼 서브’다. 매 경기 출전하지 못할지라도, 그라운드에 서는 시간이 단 10분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한방을 터뜨려 줄 수 있는 슈퍼 서브 선수가 있다면 우리는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을 것이다.



꾸준하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자신의 존재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슈퍼 서브. 그것은 팀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필요하고 축구란 스포츠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주는 존재가 아닐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

‘이 순간 그 선수 누구만 있어줬어도..’라는 아쉬움이 들 때가 많은 요즘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의 눈앞에서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는 선수들이다. 유명세가 없다고, 주전 멤버가 아니라고 아쉬울 것은 하나 없다 이 말이다.

지독한 골 불운에 시달렸던 울산전. 공격수 안상현은 시종일관 기회를 만들어냈다. 이제 곧 터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다. 한 방만 터져 준다면 마치 앞길에 탄탄대로가 열린 양 잘 풀릴 것 같은 그런 희망 말이다.

얼마 전 이적해 FC서울에 새 둥지를 튼 김진규. 김치곤과 김진규는 안정적이고 미래가 있는 젊은 수비수 라인이지만 그들이 언제나 경기에 출장할 수만은 없다. 각급 대표차출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9일 포항전에 김진규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박용호는 언제 선수가 바뀌었냐는 듯 김치곤과 함께 포백 수비라인을 이끌며 안정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최근 교체 투입이 잦아지고 있는 이정열 역시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 꾸준한 출장으로 경기력의 상승세를 보이며 예전의 기량을 되찾고 있다. 그 외에도 경고를 불사하는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순한 양 같은 서울 선수들 사이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윤홍창, 영리한 패스 플레이를 펼치는 고명진과 송진형이 언제라도 출전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다.

돌아올 선수들을 기다리면서, 현재를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선수들을 향한 격려의 박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네가 주인공이다’라는 자신감과 팬들이 보내주는 믿음일 것이다.



FC서울의 무한도전

가을 잔치를 향한 항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경기 중 우리 선수가 상대의 거친 태클에 걸려 넘어지기만 해도 가슴이 쿵하고 떨어질 정도로 부상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들이 다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렵지만, 매 경기 심장마비에 걸릴 것처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들지만 우리는 FC서울이 있기에 행복하다.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면 고맙고,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6강 가을잔치에 합류할 때쯤이면 부상 선수들 중 다수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우리가 꾸릴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전력에 정답이란 없다. 그저 우리는 가을 잔치를 향해 달려갈 것이고 그라운드를 달리는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부상 때문에 못 한다’, 가 아닌 ‘그들이 있기에 해낼 수 있다’, 라는 FC서울의 무한도전은 계속된다!

글=오현정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