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피터팬’ 이승렬과 남아공월드컵에서 스승이었던 허정무 감독이 이번에는 상대로 만난다. 무대는 대표팀이 아닌 K리그다! 이승렬이 속해 있는 FC서울이 25일 저녁 8시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인천유나이티드와 경기를 펼친다.
이승렬과 허정무 감독의 인연은 각별하다. 첫 만남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허정무 감독은 유소년 클럽인 용인FC의 총감독을 맡고 있었는데 이승렬의 초등학교 시절 재능을 눈여겨보고 용인FC 산하 원삼 중학교로 스카우트 한 것이다. 허정무 감독의 지도를 받은 이승렬은 신갈 고등학교를 거쳐 2008년 FC서울에 입단하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국가대표에도 뽑히게 된 이승렬은 허정무 당시 대표팀 감독의 최종 낙점을 받으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엔트리 23인에도 발탁돼 꿈의 무대인 월드컵에 출전하게 됐다.
이승렬은 2008년 FC서울 소속으로 생애 단 한 번뿐인 K리그 신인왕이 됐었을 때 “내 마음 속의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는데 막상 감독의 이름은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지금은 신인이라서 그렇다. 아직 보여준 것이 없다. 은퇴를 하거나 축구인으로 자랑스럽게 남는다면 떳떳이 밝히겠다”고 덧붙이며 스승에 대한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훗날, ‘마음속의 감독님’이 허정무 감독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승렬은 “부모님 다음으로 사랑하는 분이다. 축구를 하게 해준 은사다. 축구를 하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뒷바라지와 격려,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스포츠의 세계에서 승부는 승부다. 상대로 만났을 때는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맨의 자세다. 실제로 이승렬은 지난 시즌 K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인천을 상대로 결승골을 넣으며 FC서울의 2-0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이 경기는 공교롭게도 허정무 감독이 인천의 지휘봉을 잡고 나서 처음으로 패한 경기였기에 더 큰 화제가 됐다. 당시에도 허정무 감독은 이승렬에 대해 “역시 능력 있는 선수이고 큰 경기를 해본 경험으로 더 성장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이번 시즌 이승렬은 부상 후유증으로 지난 시즌과 같은 파괴력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격수로서 득점이 없다. 지난 시즌 10골 6도움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부상으로 이후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강원전에는 후반 22분 교체투입되며 경기 감각을 익혔다. 이제 부활포를 쏘아 올리는 일만 남았다.
따라서 이승렬에게도 이번 경기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필연인지 상대가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인천이다. 성장통을 겪고 있는 이승렬이 은사 허정무 감독과의 대결에서 다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로미 minji.seo@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