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보다 뜨거운 120분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 2차전에서 FC서울은 포항을 꺾고 4강에 진출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양 팀 감독 사이의 묘한 신경전과 함께, 과연 어느 팀이 올라갈 것인가에 수많은 언론과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날 경기서 FC서울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값진 승리를 거뒀다.
최근 5경기 무패행진으로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던 FC서울은 이날 경기에서도 최고의 선수단으로 포항을 상대했다. FC서울 수문장의 새로운 피 유상훈이 골문을 든든히 지키는 가운데 김주영, 김진규, 이웅희로 이루어진 스리백 라인으로 FC서울의 철벽수비를 완성했고, 고광민, 고명진, 오스마르, 차두리로 구성된 미드필더진은 FC서울의 완벽한 공수 조율에 성공했다. 무공해의 선봉에는 윤일록, 박희성, 고요한이 앞장섰다.
FC서울은 전반 초반부터 매섭게 공격했다. 전반 12분 중원에서부터 무섭게 치고 달리며 포항의문전까지 파고든 윤일록의 기습돌파는 상대 수비수와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에 맞선 포항은 거친 플레이로 FC서울의 공격을 저지했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는 전반 27분 오스마르가 날린 회심의 왼발 중거리 슛으로 반전을 가져왔다. 날카로운 슈팅은 FC서울의 사기를 다시 한번 올리기에 충분했다. FC서울은 전반 종료 직전까지 모든 선수단이 하나되어 포항의 골문을 두드렸으나 아쉽게도 득점 없이 0대0으로 마무리 되었다.
다시 한 번 필승의 각오를 다지며 후반을 맞이한 FC서울은 전반 보다 더욱 포항을 몰아쳤다. 상대의 계속되는 거친 플레이 속에서도 FC서울은 더욱더 하나 된 조직력과 집중력으로 공-수에 임했다. 흔들림 없이 FC서울만의 플레이를 이어나가던 후반 15분 최용수 감독은 첫 번째 교체카드를 꺼냈다. 박희성을 빼고 에스쿠데로를 투입시키며 선제골을 겨냥했다. 경기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던 후반 25분, 우리의 문전에서부터 중앙선을 넘어 상대편 문전까지 파고들어간 차두리의 기습돌파는 포항을 더욱 압박했다. 이후 후반 40분 최용수 감독은 두 번째 승부수를 던졌다. 고요한을 빼고 후반기 FC서울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몰리나를 투입했다. 몰리나의 투입으로 한층 더 살아난 FC서울의 공격라인은 끊임없이 골문을 두드렸다.
사력을 다한 90분이었으나 아쉽게도 승패를 가르지 못한 FC서울은 연장전을 맞이했다. 지친 기색 없이 오히려 어느 때보다 더 많이 뛰는 FC서울이었다. 그리고 홈 팬들 역시 모두가 하나 돼 FC서울의 승리를 기원했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는 갈리지 않았고, 결국 승패는 승부차기로 결정되게 되었다. 승부차기 영웅은 유상훈이었다. 유상훈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포항의 첫 번째 키커의 슛, 두 번째 슛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슛까지 신들린 선방으로 모두 막아냈다. 모두가 하나 된 이날 경기에서 FC서울은 멋지게 승리하며 당당히 ACL 4강에 진출했다.
서울극장의 다음 상영작은 8월 31일 일요일 저녁 6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질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제주유나이티드와의 경기다. 올 시즌도 역시 제주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 1무를 거두며 무패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FC서울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멋진 플레이로 제주를 잡을 지 FC서울의 귀추가 주목된다.
/글=FC서울 명예기자 김해리(nsharr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