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의 패배에 대해 변명은 없다. 팬 여러분께 죄송할 뿐이다.”
예상 밖의 패배에 대해 귀네슈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스스로도 창피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이날 경기 결과는 충격적이다.
FC서울이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고양 국민은행과의 2008 FA컵 32강전에서 전후반 1대1을 기록한 뒤 승부차기에서 5대6으로 패하며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예상 밖의 패배로 FC서울은 FA컵과의 인연을 맺지 못한 채 대회를 마감했다.
후반 9분 먼저 실점을 내준 FC서울은 후반 35분 이종민이 상대 왼쪽 진영에서 얻은 프리킥을 그대로 골로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끌려가던 분위기를 되찾은 FC서울은 이후 파상공세를 펼치며 상대를 압박했다. 후반 38분에는 왼쪽에서 완벽히 올라온 크로스를 김은중이 오른발로 갖다 댔지만 빗맞으며 골로 연결되지 않았고 5분 뒤에는 이청용이 오른쪽을 돌파해 강력한 왼발 슛을 날렸지만 이번에는 골대를 살짝 빗나가고 말았다. 이후 기성용의 중거리 슛 등 계속해서 기회를 잡았지만 골 운은 번번히 FC서울을 외면했다.
이 밖에도 전후반 각각 한 번씩 상대 그물을 출렁였지만 모두 부심의 오프 사이드 판정으로 골로 인정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무엇보다 지긋지긋한 골 대 징크스는 이번에도 이어졌다. 전반 20분 기성용이 아크 정면에서 날린 중거리슛이 상대 왼쪽 골 포스트를 맞고 데굴데굴 굴러 오른쪽 포스트를 지나 그대로 엔드라인을 벗어난 것. 반면 상대편은 승부차기에서 골 대를 맞힌 슛이 그대로 골 라인을 넘었다는 부심의 판정을 받으며 극심한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무엇보다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이 아쉬웠다. 후반 선제골 실점 장면도 결코 골이 되어서는 안 되는 장면이었지만 선수들간의 호흡이 맞이 않아 어이없게도 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후 반격에서도 마음만 급한 채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최근 K리그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으로 인한 실수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것이 최근 FC서울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날 경기의 패배로 25일 예정된 성남과의 정규리그까지 좋지 않은 분위기가 이어질까 우려된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선수들의 강인한 정신력이다. 상대를 이기고자 하는 강한 승부욕 대신 더 이상 느슨하고 몸을 사리는 플레이로 일관한다면 팬들도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지금 급한 것은 일단 25일 성남을 반드시 꺾는 것이다. 승리를 거둔다면 정규리그2위로 올라설 수 있는 만큼 빨리 마음을 다잡고 성남전에 모든 전력을 쏟아 붓는 것이 필요하다.
/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
/사진=유경식 FC서울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