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한판이었다.
지난달 24일 장쑤 세인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2대0 완승을 거두며 조 1위로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16강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지은 FC서울은 ACL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부리람 유나이티드(이하 부리람)를 상대로 2대2 무승부를 거두며 4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FC서울은 이날 파격적으로 선발진을 꾸렸다. 최현태와 이상협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최태욱과 고광민을 좌우에 배치했다. 최전방에서는 정승용과 김현성이 팀의 공격을 이끌었고, 김치우, 한태유, 김남춘, 최효진의 포백 라인이 투지 넘치는 수비를 펼쳤다. 골문은 유상훈이 지켰다. 그동안 자주 볼 수 없었던 김현성, 정승용, 이상협, 김남춘 등의 신인 선수들이 대거 기용되고 한태유가 중앙 수비수로 변신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변화였다.
FC서울은 시작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8분 김현성은 우측에서 최태욱의 머리를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최태욱은 상대 수비수의 발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몸을 사리지 않으며 헤딩을 시도했다. 최태욱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서 이날 FC서울 선수들이 승리를 향한 열망이 느껴졌다.
이후에도 FC서울은 시종일관 부리람의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19분 고광민의 낮고 정확한 크로스를 이어받은 김현성의 논스톱 슛은 아쉽게 골문을 빗겨갔고 6분 뒤 최현태의 기습적인 중거리 슛은 수비수에 살짝 맞고 굴절되며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굴절되지 않았다면 멋진 골로 연결될 수도 있었던 아쉬운 장면이었다.
부리람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37분 부리람은 아디삭 크라이손의 빠른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FC서울의 골문을 위협했으나 유상훈의 선방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5분 뒤 FC서울은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한태유가 공격수와 경합하는 과정에서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부리람에서는 카멜로가 키커로 나섰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서 유상훈의 선방은 또 다시 빛을 발했다. 유상훈은 왼쪽 구석을 노린 카멜로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면서 실점의 위기로부터 FC서울을 구했다.
이어진 후반. FC서울의 승리를 향한 움직임은 계속됐다. 선제골을 위해 매서운 공격을 멈추지 않았던 FC서울은 후반 9분에 터진 정승용의 골로 그 결실을 맺었다. 정승용은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고광민의 크로스를 정확히 왼쪽 구석으로 차 넣으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첫 골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부리람이 동점골을 넣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고 서울은 첫 골을 기록한 정승용을 대신해 몰리나를 투입함으로써 공격의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었다.
최용수 감독의 용병술은 적중했다. 후반 28분 몰리나는 자신의 강점인 정교한 프리킥으로 김현성의 골을 도왔고 김현성은 이를 놓치지 않고 정확한 헤딩으로 부리람의 골문을 갈랐다. 두 선수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후 부리람의 두 번째 동점골이 터지며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고 FC서울은 박희성을 투입하며 추가 득점을 노렸으나 경기는 아쉽게 2-2로 마무리됐다.
경기는 무승부로 빛이 바랐지만 FC서울에게는 의미 있었던 경기였다. 김현성과 정승용이 골을 기록하며 향후 리그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했고, 이상협 김남춘 등의 신인 선수들은 FC서울의 미래를 든든하게 할 소중한 경험치를 이뤄냈다. 경기 결과를 떠나 이날 FC서울에게 있어 가장 소중했던 수확임은 분명했다.
지난달 20일 홈에서 열린 대구 전부터 부리람 전까지 4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상승세를 탄 FC서울은 이제 리그 선두권으로 올라가기 위해 5일 전북 원정길에 나선다. 지난 시즌 FC서울과 매 경기 박빙의 승부를 펼쳐 온 전북이지만 FC서울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충분히 승점 3점을 챙기며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린이날 열리는 이 경기에서 FC서울은 승리로 어린이 팬들에게 잊지 못할 큰 선물을 선사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글=FC서울 명예기자 오윤경(footballo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