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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9월호]인터뷰-이영진 수석코치

2005-09-01



10년의 선수생활과 220경기 출장이란 대기록! 오직 한 팀의 유니폼만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섰던 사나이! ‘악바리’ ‘꾀돌이’ 그를 따라다닌 수식어. 체격 조건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지능 적인 플레이로 중원을 장악했던 'NO.6 이영진!' FC 서울과 전신 럭키 금성에서 선수로 10년, 코치로 9년 차를 보내고 있는 그의 축구인생을 들여 다 보았다.

광주와의 후기리그 첫 경기를 승리로 마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울산전 준비에 여념이 없던 지난 27일. GS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이영진 코치를 만났다.

#2대 독자 고집 못 꺾은 부모님...내 선택은 축구!
용두초등학교 5학년 때 였어요. 반 대항 축구시합을 하는데 학교 축구부 감독님께서 제가 뛰는 걸 보시더니 축구를 본격적으로 해 볼 생각 없냐고 제안 하셨어요. 당시 축구가 너무 재미있었기에 당장 학교 축구부 생활을 시작했죠. 부모님께서는 반대하셨지만 제가 워낙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니까 금방 두 손 드셨어요. 그리고 제가 집안에서 장남이고 2대 독자라 평소 제 의견을 많이 존중해 주셨어요. 그렇게 시작한 축구 인생이 여기까지 왔네요.

#크리스마스에 우승컵을...가장 잊을 수 없어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네요. 지금의 FA컵이라 할 수 있는 왕중왕전 이었어요. 연말에 열리는 대회였는데 결승전까지 올라갔죠. 상대팀은 지금의 부산 아이콘스의 전신인 ‘대우 로얄즈’ 였어요. 그런데 결승전에서 심판 판정의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재 경기를 해야 했죠.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어요. 공교롭게도 재 경기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하게 됐고, 경기는 우여곡절 끝에 이겨 우승을 했죠. 그 경기가 제 선수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날씨도 무척 추웠는데 우승컵을 거머쥐니까 춥지도 않더라구요.



#코치 생활? 결코 만만치 않아!
코치 생활이요? 분명한 것은 선수 때 보다 확실히 시간이 없어요. 공부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죠. 제 자신이 준비가 돼 있어야 선수들 앞에 나서서 가르칠 수 있거든요. 혹은 감독님을 보좌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때도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기에 너무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시간 나는 대로 유럽이나 남미 등 가리지 않고 축구를 많이 보기도해요. 축구에 관한 외국 서적도 번역해서 읽기도 하죠. 제가 축구만큼은 욕심이 많은 편이라 그 어느 것에 구애 받지 않고 노력하고, 공부하려고 해요. 또한 선수들과 신뢰를 밑바탕으로 돈독한 관계가 형성되야 좋은 축구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신경쓸 부분도 많고, 공부도 많이 해야하고 코치생활이 결코 쉬운일이 아니에요!

#한번도 팀 옮긴 적 없는 서울 맨
제가 FC서울과,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럭키금성 시절부터 선수10년, 코치 9년을 몸담고 있으면서 팀을 한번도 옮기지 않았어요. 사실 옮길 수 있는 기회는 있었어요. 제가 선수로 뛰던 시절 지금의 FA제도처럼 6년차 선수에게 이적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포항과 대우에서 제의가 왔었지만 거절 했어요. 이유는 팀에서 나를 인정해줬기 때문이에요. 나를 인정해 주는 팀을 굳이 옮길 필요를 못 느꼈어요. 더불어 팀의 가족같은 분위기도 너무 좋았어요. 국내에서 은퇴 후에 일본에서도 선수생활을 조금 하며 일본어 공부도 하고 색다른 경험도 쌓아지만, 다시 FC서울에서 지도자로 불러줘서 오게 됐죠. 저 자신, ‘이영진’ 이라는 가치를 인정해 줬기에...인정받았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팀에 애정이 많아요. 제가 봐도 틀림없이 팀에 대한 애정이 많아요!

#이영진식 자기관리란 이런 것!
저는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제 스스로 하는 편이었어요. 축구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그것이 저에게 우선순위였고, 소중했죠. 한마디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축구였어요. 그리고 절대 축구외에 그 어떤 것에 깊이 빠져들지 않았어요. 종교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골프에 취미를 둔 것도 아니고 오직 축구를 잘 하고 싶었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했죠. 사실 제 스스로 체격조건이 불리 하다고 생각했기에 지능적인 플레이를 해야 된다고 느꼈어요. 남한테 이기기 위해서는 지능을 이용한 플레이가 필요했죠. 때문에 남보다 많이 생각하며 경기에 임하고, 경기가 끝나도 축구에 관한 생각만 했죠. 그래서 개인적으로 남들보다 평균이상으로 선수 생활을 오래 했다고 생각해요.



# 난 지능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좋다!
-연습은 시합처럼 시합은 전쟁처럼-

선수들에게 항상 생각하는 축구를 하라고 주문해요. 매일 운동장에서 얘기하죠. 볼이 오기전에 미리 생각하고 볼이 오면 행동으로 옮기라고...그러려면 머리를 써야 해요. 그리고 프로선수로써 승부근성을 가지라고 주문하죠. 심한 표현일지 몰라도 ‘연습은 시합처럼 시합은 전쟁처럼’ 해야 합니다. 승부세계의 단적인 표현이죠. 제가 자주 해주는 얘기입니다. 저는 확실히 이 말에 공감해요. 프로무대에서 이기는 일이 쉬운일이 아니거든요. 박주영, 백지훈 선수 상당히 지능적인 플레이를 해요. 사실 제 생각에는 축구선수라면 포지션을 막론하고 모두 지능적이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수비수가 가장 지능적인 플레이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봐요. 제 생각에는 홍명보 선수 이후에 지능적인 수비를 펼치는 수비수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것이 최근 한국 축구가 고전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요.

#팀내 영 건들에게...젊어서 노세? NO! NO! NO!
제 생각에 축구선수가 축구를 즐기면서 하다는 것...정말 쉬운일이 아니라고 봐요. 말은 쉽지만 보통일이 아니거든요. 일단 자신감도 있어야 하고, 타고난 것도 있어야 하죠. 그런데 박주영 선수는 철저하게 축구를 즐기는 스타일이에요. 제 눈에는 그게 보이거든요. 어린 나이에 비해 굉장히 냉정해요. 자신감도 상당하고 킬러의 본능도 타고 났어요. 확실히 성장하고 있는 선수에요. 백지훈, 김승용 선수도 잘 해주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정말 지금 이 시점부터가 가장 중요해요. 이 점을 본인들이 알아줬으면 해요. 세 선수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자기관리에 성공하라는 거예요. 그런데 자기 관리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에요. 팬과 메스컴 등등 앞으로 상당한 유혹이 뻗칠 텐데 자기관리를 잘 해줬으면 해요. 축구 선수가 무너지는 것은 정말 한 순간이에요. 사실 걱정이 많이 되네요. ‘지금의 잘 하는 기량을 축구를 그만둘 때까지 끌고 가는 것!’ 프로 정신이 그런 거 아닐까요?



#수석코치 이영진이 내다보는 후기리그
후기리그는 지난 24일 광주전 한 경기 해봤는데 느낌이 좋았어요. 전기리그에 나타났던 수비라인의 미흡한점을 보강하려고 수비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미드필더 실바 선수를 영입했죠. 실바선수가 첫 경기에서 잘 해줬어요. 앞으로 3~4경기 이상 지켜봐야 하겠지만 기대가 되네요.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휴식기동안 수비강화에 중점을 뒀어요. 그리고 팀의 조직력을 극대화 시키는 노력도 했구요. 후기리그에 가장 위협적인 팀은 아무래도 선수보강을 많이 한 울산, 수원, 부산이 될 듯해요. 그러나 선수 보강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봐요. 그에 따른 문제점도 있기 마련이거든요.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는 우리 FC서울이 내실이 있지않나 생각됩니다. 정말 필요한 부분만 좋은 선수로 보강했기에... 후기리그 기대해주셔도 좋을 듯 합니다!

#FC서울 후기리그 관전 포인트!
이번에 새로 영입한 실바 선수는 기동력도 좋고 참 부지런해요. 히칼도 선수처럼 개인기술이 뛰어난 선수가 있는 반면 실바선수 같은 유형의 선수도 있기마련이죠. 팀이란 것이 각각 다른 스타일의 선수를 어느 위치에 어떻게 조합시키느냐가 무척 중요해요. 현재 두 선수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을 갖고 열심히 해주고 있어요. 두 선수가 공격라인과 수비라인에서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쳐줄지 플레이 스타일을 비교해가며 경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꺼에요.

#내 인생의 축구는...
제게 축구는... 인생의 전부에요. 제가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이 축구를 하는 동안 절대 한눈팔지 않았다는 거에요. 그리고 앞으로도 축구장을 떠나지 않는 한, 늘 한결같이 한눈 안 팔고 노력할꺼에요. 그만큼 축구는 제게 소중한 것이고, 전부와 다름없죠. 앞으로 일을 하면서 프로팀이든 국가대표든 HEAD로써 좋은 일이 온다면 꼭 맡아서 열심히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또 축구를 하면서 사랑받았던 것도 되돌려 드리고 싶고 제 도움이 필요한곳에 꼭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이고 싶어요.

#가족과 팬...그리고 서포터스에게
가족은 와이프와 초등학교 6학년, 1학년 된 아들만 둘이에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집에 들어가는데 집에가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 가족들에게는 항상 미안하네요. 그래도 와이프가 잘 이해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웃음) FC서울을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 서포터스 여러분에게는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전보다 많은 분들이 서포터스로 활동해주시고 경기장을 많이 찾아주셔서 너무 고맙네요. 벤치에서도 서포터스석을 지켜보고 있거든요.

이것도 제 욕심이라면 욕심인데...선수 혹은 코치 ‘이영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성실하고 노력하는 축구인’ 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영진! 축구화를 신은 이후부터 그는 오직 축구만을 위한 길을 걸었다.
축구를 위한, 축구에 의한, 축구의 인생...이제 그의 여정은 그라운드 밖 벤치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고의 지도자가 되기위해 오늘도 묵묵히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
아낌없는 박수와 경의를 표한다.


글=임진수FC서울 명예기자
사진=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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