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린 패배였다. 표현 할 수도 없는 무더위와 1만7천 여명의 일방적인 응원 가운데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머나먼 중동 원정의 불리함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FC서울이 사우디 제다에서 벌어진 알 이티하드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석패했다. 최태욱이 귀중한 원정 골을 기록했지만 후반 인저리 타임에 아쉽게 실점하며 1대3으로 졌다.
그러나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두 골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두면 FC서울이 4강에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8강전부터는 원정 다득점이 인정되기에 경우의 수는 조금 복잡하다. 홈에서 2대0의 승리를 거두면 FC서울이 4강에 진출할 있다. 3대1 승리의 경우에는 연장전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2골 차의 승리를 거두더라도 2골 이상을 허용하면 탈락할 수 있다. 그 만큼 최태욱의 골은 값어치가 있다.
FC서울이 원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만큼 알 이티하드도 서울 경기가 쉬울 수 만은 없다. 또한 부상과 경고누적 등으로 빠진 선수들이 모두 복귀하고 FC서울의 강점인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인다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1차전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2차전 승리를 위해 한층 정신력을 무장할 것이다. 축구 경기가 멘탈 스포츠이기 때문에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알 이티하드는 초반부터 좌우 측면공격을 통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최현태 박용호 김동우 아디로 이어지는 FC서울 수비진들은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를 통해 효율적인 방어를 펼쳤다. 특히 부상중인 현영민의 빈 자리를 대신해 보직을 변경한 최현태는 악착같은 밀착 수비로 상대 공격의 맥을 끊었다.
그러나 적응 하기 쉽지 않은 낯선 환경과 6시간의 시차 등은 경기가 진행 될수록 선수들의 발걸음을 무디게 했다.
첫 실점은 전반 44분에 이뤄졌다. 우측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알 이티하드의 공격수 하자지가 논스톱으로 때리고 이를 김용대가 가까스로 쳐냈지만 쇄도하는 누르 앞에 떨어져 골을 허용했다. 전반을 마감하기 1분전에 허용한 골이라 더욱 아쉬웠다.
후반 들어 FC서울은 최태욱을 투입하며 공격진에 힘을 실었다. 후반 초반 미드필더 라인을 끌어올리며 좌우 측면 공격을 강화해 알 이티하드의 골 문을 노렸다. 그러나 기다리던 골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후반 30분 패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허용한 프리킥에서 알 이티하드 오사마에게 중거리 슛을 허용하며 0대2로 끌려갔다.
그토록 기다리던 귀중한 골은 후반 37분 최태욱의 발끝에서 나왔다. 몰리나가 만든 골키퍼와의 1대1찬스에서 흐른 볼을 최태욱이 쇄도하며 만회골을 성공시켰다. 최태욱의 올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첫 골이자 그의 재기를 알리는 부활포였다.
하지만 후반 인저리 타임에 예상치 못한 실점을 허용한 것이 뼈 아팠다. 알 이티하드의 반델이 골 에어리어 정면에서 쏘아 올린 중거리 슛이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로서 FC서울은 원정 경기에서 3골을 실점하며 2차전에서 최소한 두 골 차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 4강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패배는 언제나 가슴 아프다. 제 기량을 발휘도 못하고 받아 들여야 하는 패배는 특히나 쓰디 쓰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 하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쓴맛 뒤에 느끼는 단맛이 더욱 달콤하듯 패배를 겸허히 인정하고 승리를 향해 모두가 하나 되어야 한다. 선수는 물론이고 이제는 팬들이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제다의 1만7천 여명이 내뿜었던 귀가 찢어 질듯한 응원과 함성을 그대로 27일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되갚아줘야만 한다.
FC서울 선수단은 16일 오후 입국 18일 부산과 정규리그 25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제다(사우디) = 사커무비(druhill@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