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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5월호]두번째, 아들 태백이의 이야기

2006-05-02



지난 4월 23일 서울과 전남의 FC서울의 홈 경기.
경기를 지켜보는 한 어린아이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천진난만한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진지하게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아이. ‘taebak’ 이 마킹되어 있는 리틀FC서울 유니폼을 입은 아이.

그렇다. 김병지 선수의 두 아들 ‘태백산’의 태백이다. 공에게 시선을 완전히 빼앗겨 버린, 8살 나이를 의심케 할 만큼 열심히 경기를 지켜보는 한 꼬마아이. 예사롭지 않다.
이토록 똘망똘망한 아이의 두 눈에 비추어진 ‘김병지’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아빠 김병지, 선수 김병지의 모습을 동시에 보고 있는 태백이는 어떤 심정일까.
그렇게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백산’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경기를 볼 때마다 아슬아슬해요.”
아빠의 경기를 볼 때 어떠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가장먼저 내뱉은 말이다. “아슬아슬해요.”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 “골 먹힐까봐 막 떨려요. 그래도 아빠가 골을 막아내면요 너무 기뻐요.”

아들의 이런 애틋한 마음이 전달된 것일까. 순간 혼전상황에서 안전하게 볼을 처리하는 김병지 선수. 그 모습을 보고는 “휴, 다행이다” 라며 가슴을 쓰러 내리는 태백이.
마치 아버지와 아들의 자리가 바뀐 듯한 모습이다. 아들의 경기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아버지의 모습처럼, 혹여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을 하는 눈치다.
그렇다면 아빠의 활약에 대한 태백이의 생각은 어떨까.

“너무 자랑스러워요. 아빠가 자신 있어 하시는 모습도 좋아요. 저도 자신감 넘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내 꿈은 축구선수”
장래희망을 묻기도 전에 “자신감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말로 자신의 꿈을 내비친다. 그래서 물었다.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
“축구선수요.”

당연하다는 듯 대답한다.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말에 새삼 리틀FC서울 유니폼을 입고 있는 태백이의 모습이 또다시 눈에 들어왔다.

리틀FC서울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자 끝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일주일에 한번씩 하는데요. 슈팅이랑 드리블 같은 것을 배우고요. 친구들이랑 축구게임 할 때가 제일 재밌어요. 근데요 조금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에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도 재밌을 때가 더 많고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서 계속하고 있어요.”

기특하다. 8살 꼬마의 입에서 꿈을 위해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다니.
“리틀FC서울에서는 제가 골키퍼에요. 가끔 아빠한테 골 막는 법을 배워서 경기 할 때 마다 써먹어요.”

우와. 대한민국 최고의 골키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는 태백이는 정말 좋겠다고, 친구들이 부러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네. 많이 부러워해요. 그런데 요즘에는 애들이 막 지겨워해요.”
친구들이 지겨워 할 정도라니, 태백이의 아빠자랑이 어느 정도 인지 짐작이 간다.
장래희망이 축구선수라는 태백이는 아빠처럼 멋있는 골키퍼가 되는 게 꿈이란다.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도 단연 ‘김병지’. 자기를 예뻐 해주고 축구도 잘하는 이민성 삼촌과 박주영 삼촌은 그 다음으로 좋다고.



“자상한 우리아빠”
경기장에서 보여지는 김병지 선수의 카리스마는 우리이게 ‘태백이 아빠 김병지’를 쉽게 상상치 못하게 한다. 하지만 태백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기, ‘닭살부자’가 따로 없다. 수시로 부둥켜안고 뽀뽀도 자주한단다. “아빠랑 뽀뽀하면 좋아?” 라고 묻자 쑥쓰러운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태백이.

언제 아빠가 제일 좋은지 덧붙여 묻자 결국 하는 대답은 “축구 같이 하고 놀아 줄 때요” 다. 그야말로 태백이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축구와 아빠를 동시에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행복할 때가 또 있으랴.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빠와 함께 축구하며 노는 시간은 태백이 말을 빌려 ‘쪼~~금~’ 이란다.

김병지 선수, “피곤하셔도 저랑 산이랑 같이 놀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라는 태백이의 말을 나중에야 듣고 이렇게 대답하셨다는 후문. “훈련받고 집에 오면 태백이 덕분에 전 또 훈련해야 해요.”

순간순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경기장에서 들려오는 서포터즈의 함성소리에 태백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온통 신경은 경기장에 쏠려 있나보다. “이거 언제 끝나요?” 라며 애타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그제 서야 나는 이 꼬마에겐 지금 이 순간, 축구경기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걸 깨달았다. 10년 후쯤엔 태백이의 두 눈에 담겨진 저 푸른 잔디에서 아빠 못지않은 멋진 선방을 펼쳐 보이고 있지는 않을까.

글/이규원 FC서울 명예기자, 사진/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


* 본 사진의 저작권은 FC서울과 강동희님에게 있습니다. 허가없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임의로 수정하거나 편집하는 것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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