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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5월호]우리는 그들이 보고 싶다

2006-05-02



우리는 그들이 보고 싶다.
‘그리움이 뼈에 사무치다’.
얼마나 그리우면 뼈에 사무친다고 표현할까? 잘은 모르겠으나 아마도 이들을 보는 마음이 이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원종덕. 이정열. 한동원.
푸른 그라운드 위에서의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들이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는 것, 쉽게 말해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다는 것은 선수에게는 말 할 것도 없거니와, 이들의 지지자들에게는 결코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나 이들을 보는 지지자들은 걱정과 그리움이 소용돌이 치는 감정의 바다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한다. 그러나 이들 지지자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얄미운 부상 녀석을 밟고 일어서 달라 기도하는 일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답답함을 답답하다 하지 않고, 멈춤을 멈춤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잠깐의 기다림이라 말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을 향한 굳건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그리움은 어쩔 수 없는 법, 그래서 만나봤다.
그립다 못해 그리움이 뼈에 사무치는, 더욱 큰 선수로 그라운드에 나서기 위한 잠깐의 기다림을 갖는 그들을 23일 전남과의 홈 경기가 열렸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직접 만났다.



“그대가 있어 든든합니다” GK 원종덕
언젠가부터 원종덕 선수의 근황이 궁금해 졌다. 지난해 박동석 선수와 함께 FC서울의 골문을 지켰던 그를 2006시즌 전기리그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요즘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특별한 건 없어요. 쿤밍 전지 훈련에서 갑작스럽게 부상을 당했는데, 일단 회복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 도 없죠. 부상 회복에 집중하는 것, 그제 전부죠.” 짧은 대답이었지만 부상 회복에 대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시즌 김병지 선수의 영입으로 FC 서울은 노장과 신예가 조화를 이룬 사실상 최고의 골키퍼 군단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평가의 가운데는 원종덕 선수의 역할 또한 빼 놓을 수 없는데,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으니, 안타깝운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무엇보다 부상 회복이 우선시 되는 것은 그에게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쯤 얄궂은 부상을 딛고 돌아올 수 있을지? FC 서울 지지자들에게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궁금한 질문이 아닐까 싶은데.

“아직 정상컨디션의 얼마까지 끌어올렸다 말씀을 드리기는 어려워요. 일단 지금으로서는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몸을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얼른 회복해야죠. 그래서 저에게 필요한 재활훈련 하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딱 잘라 말씀 드리긴 어렵지만, 6월이나 7월 정도면 재활훈련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될 것 같아요. 경기에 나가고, 나가지 않고 하는 문제는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일단 전 저의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 그것만 생각합니다.” 그라운드 위에서의 모습이 언제나 든든했던 그였는데, 그라운드를 밟지 않고 있는 지금도 그는 그렇게 든든했다.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답답함이 혹시 그의 어깨를 짓누르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물으니 “답답하기는 하지만 자신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원종덕 선수. 특히 요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배 김병지 선수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단다.

“병지형을 보면서 많이 배워요. 병지형의 플레이를 보고, 배운 것들을 응용해 부상을 회복하게 되면 좀 더 풍부한 플레이를 펼칠 수도 있겠죠. 또 한 발짝 떨어져서 팀의 경기를 보니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 오더라구요. 경기에 나서는 동료들의 마음도 더 잘 이해가 되구요. 이래 저래 많은 것들을 배우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부상 앞에 작아지지도, 조급해 하지도 않으며 자신의 위치에서 부상을 밟고 일어설 그날을 준비하는 원종덕 선수. 그가 있어 우리는 든든하다.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선수” DF 이정열
2005년은 이정열 선수에게 있어 너무나 힘든, 고난의 시간이었다. 부상을 회복할 때쯤 다시 당하게 된 부상은 그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힘든 한 해를 보낸 그였기에 조금은 어두운 모습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게 왠걸, 변함없이 밝은 모습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부상이 자꾸 반복되니까 속상하긴 하더라구요. 그러나 속상하다고 좌절하고 있을 수 만은 없는 일이잖아요. 제 인생이 걸려있는 일이니까요. 그만큼 중요하고, 누군가에게 기댈 수도 없는 일이기에 마음을 다잡고 부상 회복에 신경 쓰고 있어요. 5월경이면 재활훈련은 끝날 것 같아요. 어머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어머님을 봐서라도 얼른 회복해서 열심히 해야죠.”

이렇게 그에게 있어 부상은 자신뿐 아니라, 자신을 걱정해 주시는 어머님을 위해서라도 꼭 이겨내야만 하는 존재이고, 단단한 마음가짐을 가진 그이기에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는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를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홈 경기에 발행된 매치프로그램에 실린 김치곤 선수의 ‘칭찬합시다’ 주인공이기도 했던 이정열 선수. 사실 이정열 선수와 김치곤 선수는 같은 포지션이기에 경쟁이 불가피한 관계다. 그러다 보면 서로가 신경 쓰일 수도 있을 텐데 이정열 선수는 오히려 김치곤 선수와의 우정을 과시한다.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 하던데, 왜 그런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흰 그냥 너무 편하고 좋아요. 친하게 지내는 형, 동생 사이로 말이죠. 제가 치곤이를 보면서 배우기도 하고, 치곤이가 저를 보면서 배우기도 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경쟁을 하는 사이라고 해서 꼭 사이가 나쁜 것 만은 아니랍니다. 서로 의지하고 배우면서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들처럼요. 요즘 열심히 하는 치곤이 모습 보기 좋아요.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의 생각을 의아해 했던 잠깐의 시간조차 미안해 지는 대답이었다. ‘이정열’ 이라는 선수를 지지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미래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습니다.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을 딛고 일어나 좋은 플레이를 보여 드리는 것, 그것이 전부 입니다.” 편안하게 말했지만 단단한 각오가 담겨있는 그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아직 그를 그라운드에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그라운드로 돌아올 것이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다른 그 무엇 때문도 아닌 바로 선 그의 생각과 단단한 각오 때문은 아닐지.



‘너무나 반가운 그 모습’ MF 한동원
지난 4월 19일 홍익대와의 FA컵 32강전 경기. 전반 4분, 첫 골과 함께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 진원지는 바로 한동원 선수였다. 지난 시즌 막바지에 좋은 모습을 보이며 올시즌 맹활약을 기대케 했던 한동원 선수. 그러나 한동안 부상으로 모습을 볼 수 없어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그가 부활의 날개 짓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4일 뒤, 전남과의 경기가 벌어진 서울월드컵경기장. 푸른 그라운드를 밟고 그가 서있었다.

부상의 후유증 때문인지 아직 완벽한 컨디션은 아닌 듯 보였으나 그가 그라운드로 돌아왔다는 사실 만으로 FC서울의 지지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시즌을 시작하며 좀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던 그였는데, 갑작스러운 부상이 얼마나 야속했을까? 성남전을 기점으로 전기리그도 이제 단 2경기 만을 남겨둔 상황. 그러나 늦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지나간 경기가 아니라 앞으로의 경기에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기리그가 마무리 되고 있는 시점에서 FC 서울의 가장 큰 고민은 지독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고민을 단 한명의 선수가 해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 반전의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분명 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한동원 선수의 복귀는 여러모로 반갑다.

아무쪼록 더 이상 부상의 올가미에 걸리지 말고 그라운드에서 그의 모습을 보며 환호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인터뷰 할게 뭐 있나요, 부상당한 것 만으로도 죄송스러운데요.”
인터뷰 요청에 선수들이 처음 꺼낸 공통적인 한마디였다. 그 어떠한 말보다 많은 뜻은 담을 그들의 말.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필요 없었다.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선수 생활을 하며 부상 한번 당하지 않고 선수생활을 마무리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부상이라는 장애물을 밟고 일어서고, 차고 뛰어넘으며 선수는 그렇게 더 큰 선수로 자리매김 하는 것이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힘들 시기를 잘 이겨내고 있는 원종덕, 이정열 선수, 그리고 복귀가 너무나 반갑기만 한 한동원선수. 그들은 죄송스럽다 말하지만 죄송스러울 것이 무엇일까, 바라는 것은 오직 한가지. 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푸른 그라운드로 돌아오는 것. 그것 하나면 된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글/공희연 FC서울 명예기자, 사진/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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