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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5월호]최고령 서포터 장종수 할아버지

2006-05-02



과연 내 축구열정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한번쯤 되돌아 생각해 보게 될 때가 있다. 50대? 60대? 70대?
여기, ‘죽기 직전까지’ 축구를 보러 다니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젊은(?) 서포터가 있다.
N석에서 응원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FC서울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함께 원정을 다녔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눈 여겨 봤을 법한 바로 그분. 주인공은 바로 66세라는 나이를 무색케 하는 열정으로 ‘열두 번째 선수’임를 자처하고 있는 장종수 할아버지다. 말 주변이 없다며 쑥스러워 하셨지만 ‘축구’라는 단 두 글자로 시작해 끝없이 펼쳐진 장종수 할아버지의 축구 이야기.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50년 전부터 좋아한 축구
1950년대부터 A매치를 보러 다니셨다는 할아버지. 당시 최고의 센터포워드 최정민 선수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시는 모습이다.
“그때 당시에는 선수들이 헤딩하는 법도 몰랐죠. 무조건 공을 높고 멀리 차면 좋은 것 인줄 알았으니까요(웃음). 50년대에는 최정민 이라는 선수가 골을 넣을 때 마다 관중들이 엄청나게 환호했습니다. 대단했죠. 그러다가 프로축구 라는 것이 83년부터 시작이 되더군요.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저는 FC서울이 럭키금성이었던 시절부터 프로축구 팬이었습니다. 수도권 경기가 있을 때는 거의 다 보러 다녔습니다. 저처럼 그때부터 계속 축구장을 찾았던 분들은 지금까지도 경기가 있을 때마다 E석에서 경기를 보고 있더라고요. 시간을 따져보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지금까지 경기장을 찾는 걸 보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죠.”
사실 장종수 할아버지께서도 서포터스 활동을 하기 전에는 E석에서 조용히 경기만 지켜보셨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23일 수원 원정 경기 때 우연히 FC서울의 서포터들과 경기를 함께 보게 되었고 그 때 수호신의 몇몇 회원들의 권유로 서포터스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처음에는 나이 때문에 많이 고민했습니다. 다들 젊은 사람들인데 제가 잘 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고, 그런데 그때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그래서 용기를 내서 시작하게 되었고 수호신의 소모임인 R.S.P에도 가입을 했죠.”



난 영원한 FC서울 팬
FC서울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제가 서울에서 50년 넘게 살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내 고향팀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기장 환경도 최고 아닙니까.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박주영 선수라고 할 수 있죠.”
지금껏 50년 동안 축구를 봐왔지만 박주영 같은 선수는 본 적이 없다고, 탁월한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물었다. 혹여 박주영 선수가 해외 진출로 FC서울을 떠난게 된다면 어떻게 하실지.
“주영이가 떠난다고 별 수 있나요? 이미 FC서울에 정이 들었는데. 전 영원한 FC서울 팬입니다.”
그렇다. 우리가 FC서울을 사랑하게 된 그 시작은 모두가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가 FC서울을 좋아하고 있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그렇게 하나 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경기를 이기고 돌아오면 1주일이 즐거워”
축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비결을 물었다. 사실 한편으론 적지 않은 나이에 서포터 활동을 하시는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매번 경기장을 찾아와서 응원을 하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FC서울이 이기면 오히려 전 경기장에서 힘을 얻고 집에 돌아가거든요. 이기고 돌아온 날이면 1주일 내내 즐겁습니다. 엔도르핀이 도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응원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2시간 정도 열심히 응원하면서 박수도 치고 뛰기도 하면 운동이 되거든요. 박수치는 건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까? 집에 있는 것 보다 이렇게 밖에 나와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응원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정말 좋다니까요.”
하지만 요즘 계속해서 골이 터지지 않고 이기지 못해 아쉽다며 못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 보인다. “경기 결과가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인사를 하러 온 선수들 얼굴을 보면 노랗게 변해있더라고요. 열심히 뛰는 것 같은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너무 안타깝죠. 그래도 일단 선수들이 좀 더 힘을 내야 응원하는 우리도 같이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함께 뛰는 N석
E석에서 경기를 보는 것과 N석에서 경기를 보는 것의 차이는 뭘까.
“E석이 솔직히 편하긴 편하죠. 그냥 앉아서 경기만 보면 되니까요. 하지만 열기를 느끼지 못하잖아요. N석에 있으면 우리도 함께 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경기 장면을 많이 놓치기도 하고 위치상 잘 안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들 이상의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사실 지금 E석에서 예전부터 경기를 보러 다니셨던 분들에게 권유 할 생각입니다. 저도 E석에서 경기를 볼 때는 용기가 나질 않아 쉽게 N석으로 가지 못하겠더라구요. 그 마음을 알기에 제가 먼저 함께 응원하자고 할 생각입니다(웃음).” 그러고는 계속해서 “그런데 사실 서포팅 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아요. 음악도 어렵구요. 짧고 쉬운 응원곡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처럼 좀 더 쉽다면 꼬마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모두가 금방금방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클린 서포팅 해야
예전부터 리그 경기를 봐왔기에 누구보다 FC서울 서포터만의 특징을 잘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경기장을 다녀보면 일부 서포터들이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을 하며 돌아다닐 때가 많아요. 경기를 전후해서 시비가 붙는 경우도 생기죠. 하지만 우리 모두는 축구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우리는 우리대로, 너희는 너희대로 각자 응원하는 팀만 열심히 응원하며 즐기면 되는데 말이죠. 그래서 항상 이야기 해 줍니다. ‘욕은 하지 말자, 시비는 걸지 말자’ 고요. 그래도 우리 애들은 매너가 좋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다른 일반 관중석에서 바라본 N석의 풍경은 과연 어떤지, FC서울의 12번째 선수들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볼지.
그들의 눈에 좀 더 멋진 모습으로 성숙된 응원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FC서울 서포터즈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비춰진다면 이 것 역시 우리들이 해낸 또 하나의 값진 성과가 아닐까.

인터뷰를 마칠 때 즈음 할아버지께서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보여주신다. 반지에는 ‘이영표’ 와 ‘김동진’ 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동진이 매너는 정말 최고라며 또 한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원래는 ‘김병지’ 선수의 이름이 새겨진 반지도 있었는데 경기 시작 전에 김병지 선수에게 그 반지를 선물해 주셨단다. “김병지 선수도 이번 독일 월드컵에 꼭 출전할 수 있을 겁니다”라며 강한 믿음을 보이신다.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한 축구열정. 이것이야 말로 장종수 할아버지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도 건강한 모습으로 서포터들과 함께 ‘우리의 서울’ 을 외치며 영원한 FC서울의 팬으로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장종수 할아버지께 감사를 전한다.

글/이규원 FC서울 명예기자, 사진/김주영, 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


* 본 사진의 저작권은 FC서울과 강동희님과 김주영님에게 있습니다. 허가없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임의로 수정하거나 편집하는 것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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