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추위를 잊게 해 준 한판이었다.
인천과의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에는 ‘외국인의 날’을 맞이해 펼쳐진 각종 행사들 덕에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 준 이들에게 FC서울이 선사한 값진 승점 1점이었다.
FC서울은 이날 미드필더 고명진과 윤일록이 대표팀 차출로, 주장 하대성과 중앙 수비수 김진규가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가운데 신인 이상협 등을 기용하며 평소와 다른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특히 ‘하대성-고명진’이라는 최고의 중원 조합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현태-이상협’ 라인을 가동시켰고, 광저우에서도 골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절정의 골 감각을 입증한 데얀은 에스쿠데로, 몰리나 등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김진규의 빈자리는 ‘명품 수비’ 아디가 메우며 김주영, 김치우, 최효진과 함께 투지 넘치는 수비를 펼쳤다.
FC서울은 시작부터 자신감 있게 경기를 펼쳐 나갔다.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던 전반 18분, 몰리나가 우측에서 올린 공을 발로 가볍게 트래핑한 데얀은 빠른 터닝슛으로 골문을 위협했다. 아쉽게 빗맞으며 골라인을 벗어나긴 했지만 결정적인 슈팅 찬스를 잡지 못하던 분위기 속에서 기선 제압을 하기에 충분했다.
전반 20분에는 데얀이 헤딩으로 공을 떨어뜨려 주며 바로 옆에 있던 몰리나에게 결정적인 슈팅 찬스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비록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으며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데몰리션’ 콤비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데얀은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이라도 하듯 전반 37분 김치우가 패스한 공을 다시 한 번 환상적인 터닝슛으로 마무리 지었고, 전반 종료 직전에는 FC서울의 멋진 선제골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전반 45분, ‘데얀-에스쿠데로’로 이어진 패스를 이어받은 몰리나가 골키퍼와 수비수를 제친 뒤 비어 있는 골문으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킨 것. FC서울의 용병 3인방이 ‘외국인의 날’을 맞이해 빛나는 활약을 보여 준 셈이 됐다.
이어진 후반.
추가골을 넣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가져가던 후반 13분, 데얀은 에스쿠데로가 띄워 준 공을 곧바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아쉽게도 골대 왼편을 살짝 벗어났다. 하지만 슈팅수를 늘리는 것에서뿐 아니라 몰리나, 최효진, 에스쿠데로, 데얀 등이 함께 빠르고 정확한 패스 플레이를 펼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시도였다.
인천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인천은 후반 25분 서울의 역습을 차단한 이후 빠르게 동점골을 터뜨렸고 4분 뒤 다시 추가골을 넣으며 서울을 앞서갔다.
그러나 김현성과 차두리를 교체 투입하며 공격적인 흐름을 이어가던 FC서울은 결국 후반 45분에 터진 에스쿠데로의 멋진 골로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2대2 무승부를 거두게 됐다.
이로써 FC서울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의 올 시즌 마지막 만남에서 아쉽지만 의미 있는 승점 1점을 보태는 데 만족해야 했다. 주전 선수들이 대표팀 차출 및 경고 누적 등으로 결장한 가운데 치러진 경기라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4경기나 남아있기 때문에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파란불이다. 그중 홈에서 두 번의 경기를 남겨 두게 된 FC서울은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20일 전북과의 피할 수 없는 한판을 치른다. FC서울과는 매 경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펼쳐 온 팀이기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매치다. 그동안 전북을 상대로 가져 왔던 좋은 기세를 이어간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FC서울이 남은 경기에서 멋진 승리를 거둬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수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FC서울 명예기자 오윤경(footballo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