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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국내 최초! 라디오 방송에서 FC서울의 클럽송을 울리게 하라!

2007-07-02



저녁시간. 구단 사무실에서 7월 FC서울 웹진 기획회의가 있었다. 내가 오늘 회의에 가져간 아이템은 ‘(가제)클럽송을 울려라’라는 것인데 특정 라디오 방송에 사연을 보내 내가 보낸 사연이 FC서울의 클럽송과 함께 소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클럽송 CD도 함께 보내야 한다.

처음 이 아이템을 떠올린 배경은 이렇다. 요즘 우리 팀이 부상이다 대표팀 차출이다 해서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인데 감독님, 선수들, 그리고 팬들에게 안타까운 일이 많았던 전기리그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그들이 잠깐이라도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을 만한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운전을 하며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그 때 머릿속이 번쩍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우리 FC서울의 멋진 클럽송이 어느 날 갑자기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면 어떨까?"

"만약 내가 이번에는 실패하더라도 이와 같은 첫 시도를 웹진을 통해 알린다면 우리 팬들도 꾸준히 라디오 방송에 클럽송을 신청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분명히 우리 FC서울의 클럽송을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을 거야." - 2007년 6월 14일 광식이의 일기 중에서…

상상만해도 뿌듯했고, 더 이상 실패를 걱정할 이유도 없었다. 의미 있는 첫 시도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그렇게 웹진회의가 끝나자마자 그 다음날부터 국내 최초로 라디오에서 클럽송을 울리기 위한 나의 작업은 시작되었다. 무엇보다도 클럽송 신청 사연을 잘 써야 한다.



사연 보낼 방송과 코너 정하기

본 기자는 지난 5개월 동안 모 스포츠브랜드의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 곳에서 2, 3일에 한 번씩 봉고차로 물건을 배달하는 일도 함께 했는데 운전을 할 때는 항상 라디오를 들었다.

보통 10시에 운행을 시작하면 출발하는 순간부터 10시에서 11시 사이에는 MBC FM(91.9Mhz)의 <오늘아침 이문세입니다>, 11시에서 12시 사이에는 KBS FM(89.1Mhz)의 <박수홍의 두근두근 11시>, 그리고 12시에서 4시 사이에 SBS 파워FM(107.7Mhz)의 <최화정의 파워타임>과 <두시탈출 컬투쇼>를 듣고 나면 그 날의 운행이 끝나고는 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연을 보낼 방송과 코너를 정하는 일은 사실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몇 개월 동안 꾸준히 청취했던 프로그램들이라 매일매일의 코너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시 새로운 프로그램과 코너를 찾아보는 것보다 내가 청취했던 프로그램들 중에서 사연과 클럽송이 소개될 수 있을만한 코너를 찾아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더 해볼만한 부분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연을 한 프로그램에만 보낼 것인가, 아니면 위의 프로그램들에 다 보내서 사연이 소개될 확률을 높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확률상으로는 당연히 여러 곳에 사연을 보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겠지만 왠지 그렇게 사연을 보내고 나면 아무리 정성을 들여 쓴 글이라도 읽는 사람에게 그 감동이 그만큼 덜 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한 그렇게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서도 든 엉뚱한 생각이 있었으니, ‘같은 사연과 같은 신청곡이 여러 프로그램에서 다 소개되면 어떡하지?’하는 매우 섣부른 걱정이었다. 그리고, 이런 고민 끝에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렸다. MBC FM(91.9Mhz)에서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에 방송하는 <오늘아침 이문세입니다>의 목요일 3, 4부 코너 ‘빨간우체통’ 에 정성이 가득 담긴 단 하나의 사연을 보내는 것으로 말이다. 그리고 신청곡은 봄여름가을겨울 형님들이 부른 [더 높은 곳을 향해(Fly Away)]로 정했다.

클럽송 준비하기

내가 클럽송 CD를 보낼 수도 있었지만 보내버리고 나면 나의 소중한 애장품이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FC서울 홍보팀 직원분에게 문의했더니 흔쾌히 자신의 클럽송 CD를 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클럽송 CD를 받기로 한 날. 공교롭게도 인천과의 컵 대회 4강전이 열렸던 날이었다. 120분간의 혈투와 승부차기 끝에 정말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고 나서 받아 든 클럽송 CD가 왠지 찡하다.

"우리 선수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뛰어주는데..."

"우리 팬들도 그런 선수들을 위해 큰 함성으로 경기하는 선수들을 지켜 주는데..."

사연을 쓰고 방송국에 보내는 건 나 한 사람이지만, 내가 정말 이런 우리 모두의 마음이 담긴 사연을 써서, 꼭 FC서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클럽송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사연 쓰기

첫 문장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부터 이미 생각해뒀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 문장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방송국의 PD나 작가 분의 눈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일이 힘겹기만 했다. 현재 FC서울의 상황과 앞으로의 희망적인 모습들을 짧은 글 내에서 감동적으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단어 하나 하나를 선택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 그렇게 수 십 번을 썼다 지우고, 고치고를 반복했고 A4용지 한 장 반 분량의 사연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사연을 쓰기 시작한지 일 주일 만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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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승 8무 2패.
서울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단 FC서울이 올 시즌 전반기에 거둔 성적입니다.

터키에서 온 세계적인 명장 귀네슈 감독님이 지도하는 팀.
‘축구천재’ 박주영 선수가 몸담고 있는 팀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FC서울은
서울에 살고 있는 제가 응원하는 팀이기도 하지요.

물론 지금까지는 언뜻 보기에도 썩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3월에 새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 출발은 참 좋았어요.
거침없는 연승행진이 계속되었죠.

하지만, 가장 높이 날고 있던 그 때 그 순간부터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계속되면서 팀 전체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남아있는 팀의 어린 선수들을 주축으로 팀을 재정비해서
조심조심 여기까지 절반을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여름 동안 잠깐의 휴식기간을 가졌다가
오는 8월 8일부터는 다시 남은 후반기 경기가 시작되는데요.
그 때가 되면 갑작스런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던 선수들이 회복해서
속속 그라운드로 돌아온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네요.
저는 정말이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문세 형님.
감히 제가 FC서울을 사랑하는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써
그 동안 힘든 팀 사정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수고하신 귀네슈 감독님과 마음 고생 많았을 선
수들에게 짧은 감사의 인사를 전해도 될까요?

귀네슈 감독님,
우리 선수들이 그런 것처럼 FC서울의 팬들도 당신을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FC서울 선수 여러분,
FC서울의 이름으로 우리는 하나입니다.

후반기 경기가 시작되는 8월이 오면
경기장에서 더욱 건강해진 모습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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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보내기

일단 사연이 담긴 A4 용지를 가로로 한번, 또 세로로 한번 고이 접었다. 그리고 나서 미리 준비한 빨간 봉투에 넣었다. 심호흡도 한 번 하고, 우체국에 가서 번호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는 그 짧은 사이에 기도까지 했다. 이제는 정말 사연과 클럽송 CD를 보내는 일만 남았다. 방송스케줄에 맞추어 안전하게 방송국에 도착해야 할 텐데…곧 내 순서가 되어 창구직원에게 가서 분명히 힘줘 말했다.

“빠른 등기로 해주세요!”

그렇게 내 자식 같은 사연은 클럽송 CD와 함께 내 손을 떠났다.



방송 기다리기

드디어 <오늘아침 이문세입니다>의 인기 코너인 ‘빨간우체통’이 있는 목요일 아침이 밝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괜히 평소에 하지도 않던 심호흡도 한 번 하고, 아무래도 긴장한 것 같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컵 대회 결승에서 선수들 모두가 최선을 다한 경기를 했지만 울산에게 분패했기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을 선수들과 팬들에게 오늘만은 꼭 클럽송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오전 10시부터 ‘빨간우체통’ 코너는 시작되었다. 그러나! 너무 안타깝게도 FC서울의 클럽송은 방송되지 않았다.

사실 그 날 혹시 내가 방송을 집중해서 듣지 않아 놓치지는 않았을까 하고 FC서울홈페이지 게시판에 들어가 혹시 방송을 들은 팬들이 글을 올리지 않을까 하고 틈틈이 살펴봤지만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오늘아침 이문세입니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방송이 끝나자마자 올라온 그 날의 선곡표를 확인하고 나서야 우리의 클럽송은 결국 방송되지 않았다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렇게 약 보름 간의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비록 좋은 결과로 그 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지는 못했지만 실망하거나 좌절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어떤 보상을 받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감독님과 선수들, 그리고 팬들에게 일상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신선한 기쁨과 행복을 주고 싶었고, 또 그런 기쁨과 행복의 에너지로 인해 모두 하나가 되어 후반기를 기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랬다.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매체라는 것이 바로 라디오의 힘. 혼자 듣기엔 너무 아까운 FC서울의 멋진 클럽송을 라디오를 통해 FC서울을 사랑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 그리고 아직은 FC서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듣는 것은 어떨까? 출퇴근 시간 운전을 하면서 재미있게 들었던 방송이나 한가로운 밤시간에 집에서 자신이 즐겨 듣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면 정성스레 쓴 편지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짧은 사연과 함께 클럽송을 신청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지는 일. 그것은 분명히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에서 FC서울을 통해 또 다른 웃음과 감동을 함께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이번 도전은 아쉽게 실패했지만 도전은 또 다른 시작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김광식 명예기자의 무한도전>은 다음에도 계속될 것이다. 무한! 도전~~!

글=김광식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