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다 못해 슬픈 현실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일이다.
최악의 상황이 됐다. FC서울이 마지막 순간 집중력을 잃으며 2009 정규리그를 3위로 마감했다.
FC서울은 1일 전남과의 리그 최종전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쳤다. 이로써 16승 5무 7패로 승점 53점이 됐지만 이날 승리를 거둔 포항에 골 득실에 뒤져 3위를 마크했다. 승리를 거둬 2위가 됐다면 내년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냄은 물론 플레이오프를 한 경기만 치르면 챔프전에 오를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하면서 다소 험난한 길을 걷게 됐다.
특히 귀네슈 감독 부임 이후 FC서울은 3년 연속 리그 최종전까지의 골 득실에서 뒤지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아픔도 겪었다. 2007년에는 대전과 승점이 같았지만 골 득실에서 뒤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지난해에도 수원과 역시 최종 승점은 같았지만 역시 골 득실에서 뒤져 정규리그를 2위로 마감했다. 그리고 올 해 역시 포항과 승점은 같지만 골 득실 차이로 3위에 머무는 불운을 겪게 됐다.
이로써 FC서울은 오는 21일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날 경기를 치른 전남과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놓고 재 격돌하게 됐다. 여기서 이긴다면 성남 인천전 승자와 25일 수요일 다시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붙는다.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내년도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낼 수 있고 정상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
올 시즌을 되돌아보면 여러 경기가 아쉬움이 남지만 이날 경기도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듯 하다. 전반을 0대0으로 마친 FC서울은 후반 17분 기성용이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승기를 잡는 듯 했다. 그러나 키커로 나선 데얀이 실축을 하면서 승부가 다시 원점이 된 것이 뼈 아팠다. 실축으로 팬들을 울린 데얀은 후반 32분 멋진 중거리 슛으로 다시 웃음을 주었다. 그러나 뜻 밖의 과도한 골 세리머니가 화를 불렀다. 먼저 웃옷을 벗어 던진 데얀은 이후 전남 벤치 앞에서 세리머니를 펼쳤는데 이것이 문제가 됐다. 웃옷을 벗어 경고 한 장을 받은 데얀은 과도한 세리머리로 추가 경고를 받아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이후 상대의 공격을 잘 막아내던 FC서울은 후반 44분 상대에게 한 골을 허용하며 동점이 됐고 후반 45분 김치우의 오른발 슛이 크로스바를 넘으며 아쉽게 경기를 마무리 하고 말았다. 결과는 1대1.
이날 경기도 역시 냉정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선수들이 조금만 평정심을 찾았더라면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무엇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뜻 밖의 상황으로 인한 결과여서 두고두고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점에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만 아직도 충분히 내년도 챔피언스리그 진출과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음 6강 플레이오프까지 2주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심리적으로 자신감을회복하고 전력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데얀이 다음 경기에 나서지 못하지만 이승렬이 나설 수 있는 만큼 멋진 승리를 기대해 본다.
/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