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제주전 승리로 FC서울은 3승 1무를 기록하며 후기리그 단독 선두 행진을 이어갔다. 모든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쳤고, 승리의 주역들 이다.
골을 넣은 정조국의 물오른 골 감각은 단연 돋보였고, 수비를 지휘한 ‘캡틴’ 이민성과 수비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는 곽태휘, 든든한 수문장 김병지의 활약은 두말할 것도 없다. 88년생 고명진과 돌아온 투르크 전사 이을용, 좌우 가리지 않고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루키 안태은. 그리고 ‘킥의 마술사’ 히칼도와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는 천제훈 등 신예와 노련한 선수가 조화를 이룬 미드필더진은 상대와의 허리싸움에서 승리하며 승리의 중요한 밑 걸음이 됐다. 박주영과 김은중이 호흡을 맞춘 공격진은 여러 차례 다양한 전술을 시도하며 제주의 수비진을 괴롭혔고, 특급 조커 역할을 해내며 경기의 분위기를 바꾼 한동원도 최고였다.
9일 제주전 경기 MVP로 정조국이 선정되긴 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었다. 숨은 MVP라는 말이 맞을 듯 싶은 주인공 바로 ‘아디’다. 아디는 이날 쓰리백의 왼쪽 수비를 맡으며 김치곤의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경고누적으로 김한윤까지 빠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의 활약은 더욱 빛났다.
이번 시즌 FC서울에 입단한 이후 컵대회 전북전에서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아디는 주로 중원에서 상대의 공격을 일선에서 차단하는 ‘홀딩맨’ 역할을 수행했다. 멀티 플레이 능력을 보유한 아디는 다른 선수들의 부상이나 공백에 따라 왼쪽 미드필더나 왼쪽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드까지 자신의 능력을 모두 동원해 ‘땜방맨’으로서도 멋진 활약을 펼쳐왔다.
성실한 플레이와 정교하면서도 방어 폭이 넓은 태클이 최대 장점인 아디는 상대선수를 꼼짝 못하게 하는 대인마크 능력까지 보유한 재주꾼이다. 9일 제주와의 경기에서도 이 같은 능력은 빛을 발하며 FC서울의 문전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제주의 공격수 이리네를 순간적으로 막아서는 인상적인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중앙수비수인 이민성과의 커버플레이와 공중볼 처리 능력도 전혀 손색이 없었고, 위험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여유 있는 플레이는 돋보인다. 그야말로 '소리 없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요즘의 아디의 모습이다.
사실 전기리그 때만 하더라도 잘하는 날은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팬들로부터 경기력이 고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순간적으로 쉽게 흥분하는 모습도 보였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 보다는 K리그를 이해하고 K리그에 대한 적응을 완전히 마친 듯한 여유로운 모습이다. 어쩌면 리그에 적응하던 중 갑자기 찾아온 부상이 한 걸음 뒤에 물러서서 K리그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약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조국 선수의 선제골로 1대 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종료 직전까지 몸을 날리는 태클로 상대에게 마지막 코너킥 찬스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아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누구보다 기뻐하며 가장 크게 파이팅을 외쳤던 FC서울의 아디에 대한 평가는 지금부터 다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 그에게 느껴왔던 왠지 모를 둔탁함이 묵직함으로 바뀌고 있다.
글. 김광식 FC서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