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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4월호]그라운드를 호령하는 무서운 10대 3인방-이청용, 송진형, 고명진

2006-04-03



새롭다는 뜻의 한자 신(新). 이 글자만큼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힘을 가진 것이 또 있을까?
그 대상이 무엇 이건 간에 새롭다는 것은 설렘과 기대감을 한 가득 안은 기분 좋은 단어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요 근래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FC서울 팬들의 눈빛에는 그 어느 때 보다 설렘과 기대감이 진하게 담겨있다.

봄 바람처럼 싱그러운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한 가운데, 그곳에 설렘과 기대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그라운드의 새 별,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앳되어 보이는 듯한 모습, 그러나 그라운드에서만큼은 당당하다 못해 무서운(?) 10대 3인방, 송진형, 고명진, 이청용 그들이 바로 주인공이다!
따스한 봄바람이 기분 좋게 부는 3월의 마지막 일요일, FC서울 선수들의 훈련장 GS챔피언스파크에서 그들을 만났다.

데뷔 경기, 그날을 회상하다.
인터뷰가 어색해 어쩔 줄 모르는 세 선수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키워드는 데뷔 경기 에 대한 단상이었다. 아직 고등학교를 다닐 10대의 나이지만, 이들은 이미 K리그의 출전 선수명단에 이름을 올린바 있는 무서운 10대들이다.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이번 시즌 개막전이었던 수원전에서 데뷔 경기를 치른 이청용 선수였다.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과 많이 달랐어요. 당연히 긴장도 많이 됐죠. 플레이 할 때도 순간, 순간 긴장 많이 했어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옆에 있던 송진형 선수도 거든다. “저도 청용이랑 비슷했어요. 데뷔전이라 긴장도 많이 하고 힘들었는데 팀의 형들이 긴장하지 말라고 많이 격려해 주셨어요. 그래서 더 잘 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송켈메라고 칭찬해 주신 기사도 그렇고 많은 분들께서 좋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과분하죠.” 데뷔전 역시. 긴장이라는 단어와 빼놓고는 얘기가 되질 못하나 보다. 그렇다면 2004년 16년 4개월의 나이에 K리그에 데뷔해 최연소 출장기록 가지고 있는 고명진 선수는 어땠을까? “데뷔전이니까요 긴장했죠. 경기의 스피드도 빠르고 몸싸움도 심하고요. 그래도 어렵거나 힘들다기 보다는 재미있었어요.” 긴장 앞에 작아지기 보다 많은 것을 얻고, 배웠다는 선수들. 할 말이 더 있었는지 이들이 말을 이어갔다.

“1군 경기랑 2군 경기는 정말 많이 달라요. 일단 경기 속도에서도 차이가 많이 나는데요, 1군 경기는 정말 빨라요. 또 압박이 굉장히 심하다는 것도 차이점 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체력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청용) “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2군 경기는 또래가 비슷한 선수들끼리 경기를 많이 하다 보니까 경기를 즐기거든요, 그런데 1군 경기는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선수들 머리 속에 강하게 새겨져 있는 것 같아요.”(명진) “일단 관중이 많잖아요. 그래서 부담이 큰 것 같아요. 경기를 보러 오신 분들이 많다 보니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죠.” 얘기가 술술 나오는 것을 보니 그 동안 우리 선수들 생각이 많았나 보다.



특별한 길을 걷다.
어떻게 축구와 인연을 맺게 되었을까?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화를 처음 신었다는 고명진 선수.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솔직히 잘 기억은 안나요. 어쨌든 지금 이렇게 축구를 하고 있고, 축구가 좋습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의 말과 표정에서 축구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이청용 선수는 학교를 찾은 스카우터의 눈에 띄어 축구 계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단다. 두 선수에 비해 비교적 늦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는 송진형 선수는 초등학교시절 공을 차는 모습을 보신 코치 선생님의 권유로 코치님이 계신 중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했다고.

어린 나이에 축구화를 신게 된 세 선수들, 그로 인해 또래 친구들이 교실에서 티격태격하며 어울리고 있을 때 그들은 축구화를 신고 운동장을 달려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정한 축구 선수 길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남들보다 일찍 프로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물론 아무나 프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바탕에는 월등한 실력이 있었고,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교복입고 친구들끼리 등•하교 하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부럽긴 했어요. 하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고 후회는 없습니다. 이미 축구선수의 길로 들어선 이상 열심히 해야죠.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에 만족하고 있어요.” 친구들과 자주 전화통화를 한다는 세 선수, 오히려 요즘은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한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부러움의 크기가 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겐 너무 소중한 존재
쉽지 않은 축구선수로서의 길. 우리 세 선수들의 부모님들은 어떠셨을까? 모두 반대하셨단다. “감독님하고 같이 가서 설득했어요. 걱정 많이 되셨겠죠. 축구선수로서의 길이 평범한 길은 아니니까요. 반대하셨던 부모님 마음은 저희도 충분히 이해가 가요.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거구요. 뒷바라지 하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는데 좋은 모습으로 꼭 보답해 드리고 싶어요.” 이청용 선수의 꽤나 의젓한 대답이었다.

“요즘은 부모님이 많이 좋아해 주세요. 경기 있을 때 마다 경기장 오셔서 경기도 봐 주시고, 응원도 해 주시고 하세요. 가장 큰 힘이죠. 그래서 부모님께 늘 감사 드려요.” 어리게만 생각했던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가족들에 대한 한마디 한마디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당당한 모습과 함께 오버랩 되며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가족만큼 큰 힘이 되는 존재. 동료들을 빼 놓을 수 없을 텐데. 10년 지기 친구 같은 모습들, 실제로도 그럴지? “네! 친해요.” 너무나 당연하다는 고명진 선수의 반응이다. “일단 나이가 비슷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경기할 때 마음도 잘 맞아요. 저희 말고도 동석이나 광희 등등 저희들이랑 비슷한 또래 친구들이 있거든요. 의지도 많이 되죠. 여가시간에는 축구관련 게임도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다면 선배들은 어떨까? 삼촌이라 부르는 선배도 있다는데? “삼촌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조카처럼, 동생처럼 잘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든든한 동료가 있다는 것,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너를 보고, 나를 본다.
서로의 존재가 힘이 많이 된다며 친함을 강조한 이들.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서로의 플레이에 대해 칭찬 한마디씩 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는데, 쑥스러운지 나서지를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앉은 순서대로 이청용, 송진형, 고명진 선수가 옆에 있는 선수를 칭찬하기로 했는데, 먼저 말문을 연 이청용 선수는 “진형이형은 일단 드리블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참 정교해요. 많은 장점들 중에 그래도 최고는 드리블 인 것 같아요.” 가만히 듣고 있던 송진형 선수. 칭찬인지라 기분이 좋은지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명진이는 패스를 진짜 잘해요. 타이밍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똑똑하다고 해요. 아주 일품이라니까요.” 곰곰이 생각하던 고명진 선수는 센터링과 돌파를 꼽는다. “청용이는 무조건 센터링 하는 게 아니라 받는 선수까지 생각하면서 센터링을 하는 거 같아요. 힘있는 돌파도 매력 있죠.”

그렇다면 본인 스스로를 평가해 보자. “힘과 스피드가 많이 부족해서요, 꼭 보완해야 할 부분이에요. 요즘에 웨이트 트레이닝 많이 하고 있어요.”(진형) “체력이나 파워를 키워야 할 것 같아요. 1군 경기에는 그런 점들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명진) “저도 명진이형이나 진형이형이랑 같은 생각이에요. 체력이나 스피드는 진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서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청용) 어쩜 이리도 하나같이 겸손한지, 보완할 점을 말하느라 장점은 들을 세도 없었다. 어쨌거나 스스로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임에 틀림이 없다.



현실에 충실히, 그러나 목표는 크게, 미래를 바라보다.
이제는 팀의 주축멤버로 성장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이기에 욕심나는 위치에 대해 물었다. “없어요. 그것 보다는 언제 어떠한 위치에서든 팀에 도움을 주는 선수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먼저 현재 제 위치에서 충실해야죠.” 세 선수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이쯤에서 궁금한 것, 바로 이번 시즌 목표와 축구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어릴 때 최용수 코치님 보면서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 했었는데, 얼마나 영광인지 몰라요. 선배들 보면서 많이 배워요.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좋은 선배님들하고 같이 경기하면서 경험 많이 쌓고 싶어요. 시간이 흘러 박지성 선수처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하는 프리미어리거가 되고 싶습니다. 좋아하는 반 니스텔루이처럼 될 겁니다. 제 2의 반 니스텔루이요.”(청용), “골 많이 넣고 싶어요. 포항과의 경기 때 기회가 있었지만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 않았죠. 저는 들어가는 줄 알았거든요. 그래도 많이 배웠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처럼 볼을 정말 잘 다루고 싶어요. 그리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는 게 최종 목표에요.”(진형), “저는 경기에 최대한 많이 나가고 싶어요. 꼭 경기에서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경기에 나가면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 저는 호나우디뉴랑 카카 선수 좋아하거든요, 호나우디뉴랑 같이 FC 바르셀로나에서 뛰어보고 싶어요.”(명진)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을 보며 벌써부터 라리가를 주름잡고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는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며 잠시나마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경기 후 서포터들의 소위 ‘선수 콜’ 소리가 들리느냐는 질문에 경기가 끝나면 거의 탈진 상태여서 솔직히 잘 듣지 못했다며 다음 번에 좀 더 크게 불러주시면 대답하겠다 말하는 선수들, 어느새 자신들을 아끼는 팬들까지 챙기는 의젓한 모습을 보며 기분 좋게 인터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옛 성현들의 말씀은 하나 틀린 게 없다는데….
송진형, 고명진, 이청용 선수는 확실히 다른 떡잎이다. 그들이 될 성 부른 나무가 될는지는 그들의 노력여하에 달려있다. 언젠가 큰 나무가 되어 K리그를 넘어 세계 무대를 자신들의 무성한 가지 속에 품을 그날을 꿈꾸는 것, 꿈은 아닐 듯 하다. 지켜보라! 그리고 기대해도 좋다. 2006년 K리그 무대의 반짝이는 별로 뜰 신성들을.

글/ 공희연, 이유진, 이규원 사진/ 김주영, 강동희 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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