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다운 면모를 한껏 과시한 통쾌한 한판이었다.
AFC 챔피언스리그로 연기됐던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에서 FC서울은 전북을 상대로 ‘클래스’ 있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점 3점을 따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FC서울은 승점 58점으로 3위 전북을 승점 1점차로 추격과 동시에 수원과의 승점차를 8점으로 늘렸다.
FC서울은 이날 쓰리백을 가동하는 등 평소와 다른 포메이션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경고 누적으로 이전 경기를 결장했던 중앙 수비수 김진규가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와 김주영, 아디와 쓰리백 라인을 책임졌고, 공격의 선봉에는 역시 ‘클래식 간판’ 데얀이 나서 시즌 막판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에스쿠데로, 몰리나 등과 함께 FC서울만의 ‘무공해’ 공격을 이끌었다. 중원에서는 지난 경기 결장했던 주장 하대성이 최현태와 호흡을 맞춰 팀의 승리를 도왔다. 그리고 골문에는 안방마님 김용대가 든든히 지켰다.
FC서울은 경기 초반부터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자신감 있게 경기를 펼치던 FC서울은 매우 이른 시간에 그 결실을 맺었다. 전반 3분 만에 데얀의 선제골이 터진 것이다. 데얀은 상대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트래핑해 곧바로 발리슛으로 연결했고 이것이 그대로 골망을 가르며 이번 경기의 선제골로 기록됐다. 아직 몸이 다 풀리지도 않았을 시간이었음에도 공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데얀은 한껏 물오른 골 감각을 자랑이라도 하듯 멋진 득점을 만들어냈다.
전반 12분에는 상대의 공을 가로챈 에스쿠데로가 중앙으로 파고들며 몰리나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패스를 이어받은 몰리나는 왼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아쉽게도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으며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으며 자칫 느슨해질 수도 있었던 분위기를 다시 FC서울 쪽으로 끌어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경기 템포가 한층 빨라진 전반 28분, 에스쿠데로는 폭발적인 드리블로 상대의 경고를 얻어냄으로써 점유율을 높여가던 전북의 공격적 흐름을 끊기도 했다. 이날 에스쿠데로는 머리에 출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붕대를 감고 뛰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번 경기를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는 투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후반전에도 FC서울의 좋은 흐름은 계속됐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터진 데얀의 추가골이 이를 증명해 줬다. 데얀은 페널티박스 우측에서 차두리가 낮게 크로스한 공을 가볍게 건드리며 골문 안으로 공을 밀어 넣었고, 다시 한 번 이른 시간에 터진 데얀의 두 번째 득점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함성으로 반겼다.
그리고 팬들의 함성은 6분 뒤 다시 터져 나왔다.
강력한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아쉽게 득점에 성공하지 못한 몰리나가 후반 7분, 다시 맞은 득점 기회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몰리나는 전북의 수비 둘을 뚫고 쇄도한 데얀이 만들어 준 결정적인 기회를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키며 ‘데몰리션’ 콤비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에 전북은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며 반격의 기회를 모색했다. 그러나 후반 36분 상대 수비가 잘못 걷어낸 공을 놀라운 집중력으로 골대 안으로 밀어 넣은 데얀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전북의 사기를 꺾어 버렸다. 특히 데얀의 이번 득점은 해트트릭이라는 점뿐 아니라 K리그 최초로 6시즌 공격 포인트 20개를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남다르다. 득점 순위도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데얀의 3년 연속 득점왕에 대한 기대를 걸 수밖에 없게 만드는 활약이다.
이번 전북전에서 FC서울은 공격에서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등 ‘디펜딩 챔피언’다운 면모를 보였다. 전북은 FC서울의 빽빽한 수비를 뚫으려 전방으로 긴 패스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막혔다.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갈 때도 FC서울의 활발한 압박에 실수를 하는 등 제대로 된 공격을 전개하지 못했다. 후반이 끝나갈 무렵 전북에 한 골을 실점하긴 했으나 FC서울은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끝까지 잃지 않은 집중력으로 팀의 4대1 완승을 이끌었다.
이로써 FC서울은 올 시즌 전북과의 마지막 홈경기에서 승점 3점을 보태며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이 주어지는 4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번 전북전의 승리는 현재의 좋은 기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점뿐 아니라 4위 이상의 성적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제 단 한 번의 홈경기와 두 번의 원정 경기를 앞두게 된 FC서울.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바로 눈앞에 두게 된 시점에서 FC서울은 오는 24일 부산과의 이번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치른다. 그동안 FC서울을 열렬히 지지해 준 홈팬들이 지켜보는 마지막 경기에서 멋진 승리로써 그 성원에 보답하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FC서울 명예기자 오윤경(footballo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