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월드컵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같은 한판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을 확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FC서울이 강원에 3대2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K리그클래식 2연승을 이어갔다. 두 골을 먼저 실점 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8분만에 3골을 몰아치는 저력을 선보였다. 드라마와 같은 승리로 승리를 획득한 FC서울은 승점 10점으로 리그 순위를 9위로 끌어 올렸다.
모두가 FC서울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했다. 연승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FC서울과 아직 리그 첫 승을 거두지 못한 강원의 흐름만으로 충분히 가능한 예상이었다. 휘슬과 함께 시작된 경기에서도 예상은 틀리지 않아 보였다. FC서울은 볼의 점유를 높이며 상대의 골문을 정조준 했다.
그러나 전반 6분 상대의 역습 한방에 선제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공격을 만들어가던 상황에서 도중에 볼을 빼앗기며 당한 역습이었다. 선 실점 했지만 FC서울은 전열을 빠르게 재정비했다. 그리고 강력한 공격력이 불을 뿜었다.
전반 15분, 데얀이 밀집 수비를 뚫고 슈팅을 날렸으나 아쉽게 골대를 맞았다. 이어진 몰리나의 슈팅 역시 강원 수비수가 몸을 날려 막아내며 찬스를 놓쳤다. 전반 22분에는 몰리나의 감각적인 로빙패스를 달려오던 윤일록이 몸을 날렸으나 아쉽게 발에 맞추지 못하며 상대의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FC서울의 일방적 공격이 이루어졌지만 두번째 골 역시 상대에게 허용했다. 전반 38분 FC서울 진영 왼쪽에서 넘어온 볼을 아디가 걷어낸다는 것이 제대로 맞지 못해 골을 허용했다. 자책골이기에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연일 계속 되는 경기 일정 속에 소진된 체력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두 골을 실점한 FC서울에게 승리는 멀어 보이는 듯 했다.
최용수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고요한, 그리고 후반 15분 박희성을 투입하며 역전을 도모했다. 후반 6분 하대성이 아크 정면에서 중거리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16분 데얀의 슈팅 역시 골키퍼 손 끝에 걸리며 강원의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차두리의 크로스에 이은 몰리나의 헤딩슛 역시 바운드로 인해 골대를 넘기고 말았다.
연이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FC서울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 거세게 몰아 붙였다. 후반 33분, 드디어 고요한의 발끝에서 FC서울의 첫 골이 나왔다. 몰리나의 패스를 이어받은 고요한이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슈팅했고 볼은 그대로 상대 골문 왼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첫 골을 성공시킨 고요한이 6분 뒤 그림과 같은 논스톱 발리 슛으로 동점골까지 기록했다. 데얀의 패스를 땅에 닿기도 전에 아웃프런트로 강하게 슈팅 한 볼이 이번에는 골문 오른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격수 고요한을 새롭게 알린 골이자, 리그 100번째 출장 경기를 기념한 자축포였다.
순식간에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린 FC서울의 공격력은 식을 줄 몰랐다. 후반 42분 고요한의 패스를 이어받은 데얀이 멋진 발리슛으로 이날 경기의 대미를 장식했다. 3대2 역전승이자 축구에서 가장 재밌다는 펠레스코어의 완성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축제 분위기로 휩싸였다. 17,000명의 홈 팬들은 기가막힌 역전골에 환호했고 종료 휘슬로 그 감동은 배가되었다.
이날의 역전승으로 FC서울은 강원전 8연승을 이어가게 되었다. 또한 리그 2연승 ACL 포함 3연승을 기록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무엇보다 끝까지 포기 하지 않은 FC서울의 투지는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을 선보였다.
FC서울의 다음경기는 부리람과의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로 5월1일 오후 7시30분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날의 환희를 깊이 간직한 팬들에게 부리람과의 경기는 또 어떤 기쁨으로 다가설지 큰 기대감이 드는 건 당연함일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FC서울의 비상은 바로 지금부터이다.
// 취재 : FC서울 명예기자 이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