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이 5일 경남을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은 2004년 서울 복귀 후 처음으로 ‘가을 축제’에 주연으로 나설 뿐 아니라 지난 2000년 우승 이후 6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정복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통산 3번 K리그 우승컵을 거머쥔 FC 서울은 GS 그룹 출범 후 첫 정상등극인 지난 컵 대회 우승에 이어 정규리그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구슬땀을 흘려왔다.
더욱이 최근 컨디션이 상승세인 만큼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성남전 승리는 물론 챔프전에서도 우승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제 남은 것은 컵 대회에 이은 정규리그 우승까지, K리그 통합우승의 신기원을 이뤄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전과 달라진 FC 서울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첫째, 골키퍼와 수비수 등 공격력에 비해 다소 취약했던 수비력을 보강한 것이 주효했다. 시즌 시작 전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와 수비수 김한윤을 영입했고 수비형 미드필더와 수비수 등 여러 포지션이 가능한 외국인 선수 아디를 데려온 것이 큰 효과를 봤다. 이들의 가세는 쉽게 실점하던 지난해의 단점을 극복하게 했고 실제로 팀 실점에서 FC 서울은 최소 실점인 22점을 기록하며 14개 구단 중 가장 강한 수비력을 가진 팀으로 변모했다.
두 번째는 유망주들의 발굴이다. 컵 대회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던 이들은 후기리그 들어서도 맹위를 떨치며 팀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한동원, 고명진, 안태은 등이다.
후반 조커로 주로 나서 팀의 활력을 불어넣곤 했던 한동원은 결정적인 순간 골과 도움을 기록하거나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한 때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꼭 필요한 때에 제 몫을 다해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올 해 18세의 어린 나이인 고명진과 신인 안태은 역시 팀의 주전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고명진은 올 시즌 17경기에 나서 지난 10월 21일 전남전에서 결정적인 결승골을 터트리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올 해 입단한 안태은은 모두 26경기에 나서 오른쪽과 왼쪽을 가리지 않고 맹활약을 펼치는 꾸준한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데 밑거름이 됐다.
세 번째는 김은중 정조국 박주영으로 이어지는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들에다 ‘브라질 특급’ 두두의 가세로 갖춰진 K리그 최강의 공격력이 역시 큰 몫을 했다. 이들은 정규리그에서 기록한 팀 득점 31골 중 모두 23골을 합작하며 팀 공격력의 대부분을 이끌었다.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에서 FC 서울의 우승을 기대하는 이유도 이들 4명의 최고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장수 감독의 뚝심 축구가 빛을 발했다. 지난 2004년 전남 시절에 이어 중국에서 복귀한 후 3시즌 동안 두 번이나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을 정도로 뛰어난 지도력을 과시한 이장수 감독은 특히 올 시즌 위기 때마다 탁월한 용병술을 선보이며 팀을 구해내 ‘역시 이장수’라는 찬사를 얻어냈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성남, 챔프전 상대인 수원, 포항
모두들 강 팀들이긴 하지만 만약 FC 서울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면 우승까지 노려볼 만하기에 충분하다.
11일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성남과는 올 해 2무 1패로 열세지만 지난 달 25일 홈 경기에서 무서운 뒷심으로 2-2 무승부를 이뤄내며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강점이다. 성남에서 이적한 두두가 상대의 약점을 잘 아는데다 박주영 김은중 등이 최근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어 상대의 파괴력 높은 공격력을 효율적으로 막아낸다면 FC 서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
성남을 꺾는다면 챔프전 상대인 수원과 포항은 오히려 수월한 편이다. 포항은 올 시즌 FA컵 포함 3승 1패의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어 선수들의 자신감은 드높다. 특히 FC 서울과 마찬가지로 포항 역시 공격축구를 펼치기 때문에 화력이 높은 FC 서울로서는 포항을 만난다면 우승을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라 할 수 있다.
수원과는 올 시즌 FA컵 포함 4번 만나 모두 무승부를 기록하며 자웅을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앞선 경기를 펼친데다 선수들 역시 수원만 만나면 특유의 승부근성을 발휘하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할 수 있다./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