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4일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ACL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둔 FC서울. 그 날의 감동과 여운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여 25일 돌아온 FC서울 선수들의 가시마 원정기를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 보자.
▶ 22일 일본입국
(1)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선수들의 모습. 밤 9시에 도착했지만 다들 피곤한 기색없이 밝은 미소를 띄며 일본에 입국했다. 선수들의 표정에서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2) '승렬아, 빨리 빨리~'
게이트를 빠져나온 선수들은 카트에 짐을 실고 하나 둘씩 공항을 빠져나왔다. 공항 밖에는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제공한 선수단 버스와 장비차가 FC서울을 기다리고 있었다. ACL 규정상 홈팀이 상대팀을 지원해 주도록 되어있기 때문. 이승렬, 이청용, 고명진, 이상협 등 어린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남아 짐을 실고 있다. 짐을 나르면서도 FC서울의 분위기 메이커 이상협은 동료 이승렬에게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돋군다. "야 승렬아, 빨리 빨리 실어~ 너가 제일 느리다~ 너때문에 감독님 차에 안타시고 저기서 쳐다보시자나~ 승렬아 빨리 빨리~"
(3) '자, 다 실었지? 출발하자고'
귀네슈 감독의 모습이다. 귀네슈 감독은 버스 앞에 서서 막내선수들이 장비차량에 짐을 실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버스에 올라탔다. 말이 통하진 않지만 선수들에 대한 귀네슈 감독의 이러한 세심한 배려가 선수들의 마음 속에 모두 전달되지 않았을까?
▶ 23일 프리매치 인터뷰
가시마 도착 다음날인 23일 오후 4시 ACL 16강 가시마전 프리매치 공식 인터뷰가 가시마 앤틀러스의 홈 구장인 가시마 축구 경기장 1층 미디어 실에서 열렸다. 양 팀감독과 양팀의 주요선수가 함께하는 인터뷰에 가시마는 올리베이라 감독과 J리그 최고의 용병 중 한명으로 손 꼽히는 마르키뇨스 선수가 FC서울은 귀네슈 감독과 주장 김치곤 선수가 참여했다.
(4) '올리베이라 감독과 마르키뇨스'
가시마 앤틀러스는 FC서울보다 일찍 프리매치 인터뷰를 실시했다. 10여명의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올리베이라 감독과 마르키뇨스 선수가 참여하여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FC서울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가 누구냐는 기자의 질문에 올리베이라 감독은 모든 선수가 빠르고 기술이 좋다고 말하며 데얀, 아디, 이청용, 기성용 등을 꼭 집어 지목하기도 했다.
(5) '프리매치 인터뷰 참여한 귀네슈, 김치곤'
오후 4시 FC서울의 프리매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귀네슈 감독과 주장 김치곤이 참여했다. 귀네슈 감독은 "가시마가 홈에서 경기를 하는 등 우리보다 여러 가지 유리한 점이 많겠지만 우리도 어렵게 올라온 만큼 많은 준비를 했다. FC서울이 좋은 팀이라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아는 만큼 좋은 결과를 얻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고 이어 "내일 경기를 이기는 팀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며 사실상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치곤 선수 역시 "어렵게 16강에 진출했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겠다"며 "한국과 일본 대표 팀의 경기인 만큼 멋진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6) 두 번의 통역, 인터뷰 힘드네 힘들어~
이날 프리매치 인터뷰에서는 재미있는 모습이 연출되었다. 올리베이라 감독의 국적은 브라질, 귀네슈 감독의 국적이 터키인 만큼 3~4개 국어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한국 기자가 올리베이라 감독에게 질문할때는 한국기자의 질문을 FC서울 연락관이 일본어로 번역을 했고 올리베이라 감독의 통역이 그 일본어를 브라질어로 통역하는 과정을 반복했고, 일본 기자가 귀네슈 감독에게 질문할때는 일본기자의 질문을 FC서울 연락관이 한국어로 번역을 하고 그 한국말을 귀네슈 감독의 통역인 에네스씨가 다시 터키어로 통역했다. 여기에 골 닷컴에서 나온 기자가 영어로 질문을 하는 등 이날 프리매치인터뷰에는 한국어, 터키어, 일어, 브라질어, 영어가 한번에 사용되는 재미난 장면이 연출되기도.
▶ 24일 드디어 운명의 경기날!
드디어 운명의 24일. FC서울과 가시마 앤틀러스의 진검승부가 시작되었다.
(7) 가시마 '승리의 샌드위치', FC서울 '승리의 샌드위치' 되다!
이 샌드위치 이름은 바로 '승리의 샌드위치'다.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판매하는 제품으로 경기 날 기자와 미디어 관계자들에게 제공되었다. 여기서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작은 것 하나도 신경쓰이고 조심스러운 경기 시작 전, FC서울 관계자 및 한국기자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가시마 '승리의 샌드위치'를 먹지 않았다. 박용호의 승부차기로 승리를 확정지은 후 FC서울 관계자 및 한국 기자들은 '승리의 샌드위치'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바로 가시마 '승리의 샌드위치'가 FC서울 '승리의 샌드위치'가 되는 순간이었다!
(8) 기성용, 경기전 프리킥 예사롭지 않아
경기 시작전,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바로 '기라드'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은 경기전 중거리 슛과 프리킥을 연습하며 여러차례 골망을 시원하게 갈라 단연 주목을 받았다. 결국 이날 기성용은 후반 극적인 프리킥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물오른 킥 감각을 자랑했다.
(9) 인상적이었던 가시마 응원단
가시마의 응원단은 인상적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경기가 시작한 순간부터 끝날때 까지 응원이 잠시도 끊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후반에 연장전후반까지 더해 120분간 그들은 그라운드를 향해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국내 서포팅과의 차이점을 꼽자면 서포팅 곡, 서포팅 구호 등을 통해 응원이 진행되는 국내 서포팅과는 달리 모든 서포팅 곡, 구호, 응원곡 등이 가사없이 음만으로 이루어져 처음 경기장을 찾은 사람도 누구나 쉽게 응원을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10) 자랑스런 FC서울 선수들
경기 시작전, 스타팅 멤버로 나선 박용호, 데얀, 기성용, 김한윤, 김호준, 김진규, 김치곤, 케빈, 이청용, 이승렬, 아디!
(11) 우리 승렬이 '어부바~'
이승렬의 동점골! 이청용의 크로스를 상대 수비수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이승렬이 달려들어 이를 침착하게 골대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FC서울이 골을 넣으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아디가 이번에도 가장 먼저 달려가 이승렬 선수와 기쁨을 나누었다.
(12) 드디어 터졌다. 기성용!
1대2로 끌려가던 후반, 경기 전 여러차례 환상적인 프리킥과 중거리 슛을 선보였던 기성용에게 프리킥 찬스가 왔다. 기성용은 자신있게 골대 왼쪽 모서리로 감아찼고 기성용의 발을 떠난 공은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는 구석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13) '승리의 어깨동무' 아자 화이팅!
연장 후반까지 가는 피말리는 접전, FC서울은 다시한번 모여 '승리의 어깨동무'를 했다. 언제나 느끼지만 FC서울의 어깨동무는 특별하다. 양 손으로 양 옆 동료의 어깨와 허리를 단단하게 감싸 앉았다. 이순간 11명은 하나가 된다. 그리고 FC서울이 된다. 그들의 뒷 모습이 듬직해 보였다.
(14) '날았다!' 김호준!
김호준이 날았다. 승부차기에서 상대의 첫 번째, 두 번째 키커를 차례로 막아내며 승리의 발판을 다졌다. 페널티킥, 승부차기 상황에서 강한 자신의 진가를 다시한번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15) '끝났다! 8강 진출이야!' 박용호
마지막 키커로 나선 박용호는 차분하게 공을 응시하고 골대 오른쪽으로 차분히 밀어 넣었다. 험난했던 FC서울의 ACL 8강행이 결정되는 순간이다!
(16) 8강, 진출이다!!
승부차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얼싸안고 즐거워하고 있다. 밝은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달려오는 이영진, 세레프, 최용수 코치의 모습도 보인다.
(17) 밝은 표정의 귀네슈!
FC서울 부임이후 귀네슈 감독이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본 적이 또 있을까? 귀네슈 감독 역시 펄쩍펄쩍 뛰며 선수들과 즐거움을 함께 했고 연신 함박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제 귀네슈 감독의 말대로 사실상의 결승전이 끝났으니 ACL 우승을 향해 전진하는 일만 남았다.
(18) 락커룸에서도 즐거운 분위기는 그대로~
라커룸에서도 선수들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FC서울의 기쁜 분위기를 선수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 사진. 글 서울헤럴드(kbh@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