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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FC서울의 평행이론

2010-12-07



평행이론(PARALLEL LIFE) – 서로 다른 시대의 두 사람이 동일한 삶을 산다.

올해 초 지진희 주연의 평행이론 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에서 지진희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30년의 시차를 두고 똑같은 삶을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점차 평행이론을 확신하게 되고, 30년 전 사건을 파헤쳐 가는 내용이다. 그런데 FC서울이 영화 속 내용과 같이 서로 다른 시대의 팀과 다른 공간에서 동일한 행보를 걷고 있다면 당신은 믿을 수 있겠는가?

* 본 기사는 정규리그 데이터만을 이용했으며, 2000 K리그를 직접 체험하지 못했기에 해석함에 있어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10년 전 기억, 10년 만에 현실로

FC서울은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10년 LG치타스(現FC서울)는 정규리그에서 1위를 한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부천SK(현 제주)를 제압하며 챔피언에 등극 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플레이오프를 통한 우승과 결승전 상대가 제주라는 것만으로 평행이론에 대입시키기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그 근거를 더 찾아 봤다.



근거1. 자린 고비도 울고 갈 짠물 수비

2000년에는 10개 팀이 3번씩 붙는 방식으로 팀 당 27경기를 치렀다. 그 당시 LG치타스(現FC서울)는 무실점 경기 10회, 1실점 경기 13회를 기록하며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런데 올해 정규리그에서도 이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FC서울도 무실점 경기 10회, 1실점 경기 13회를 기록하며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근거2. 이기지 못한 8번

2000년 정규리그에서는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리그가 운영되었다. 무승부가 없고 연장전과 PK까지 치러 승패를 갈랐다. 그래서 2000년도 정규리그 성적은 19승 8패를 기록하며 8번이나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올해 성적도 20승 2무 6패를 기록하며 똑같이 8번이나 이기지 못했다. 거기다 2000년 당시 원정 경기에서 8승 5패, 2010년에는 7승 2무 5패를 기록하며 패한 숫자가 5번으로 동일했다.



근거3. 정규리그 마지막 상대는 대전

신기하게도 두 시즌 모두 정규리그 마지막 상대가 대전이었다. 2000년 당시 대전과의 경기는 쿠벡과 김성재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0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에는 이른 시간에 정조국이 득점에 성공했지만 후반전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김치우가 짜릿한 역전 결승골을 기록하며 우승 할 수 있었다. 두 경기 모두 홈에서 2골을 넣고 이김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근거4.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

올 시즌 하반기 친정팀으로 돌아온 최태욱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드래프트를 통해 LG치타스(現FC서울)에 입단하였다. 최태욱은 데뷔 첫해 정규리그 12경기(교체 In 10경기, 교체 Out 2경기)를 뛰며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대부분 경기를 교체멤버로 뛰었지만 팀이 우승하는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줬다. 그런데 올해 FC서울에도 최태욱과 같은 역할을 해준 신인 선수가 있다. 그 선수는 바로 김태환이다. 김태환도 정규리그에서 총 12경기(교체 In 10경기, 교체 Out 2경기)를 뛰며 1도움을 기록했다. 이 두 선수는 첫해에 뛴 경기 수만 같은 것이 아니라 10경기를 교체멤버로 투입되어 후반전에 팀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근거5. 거미손의 재림

FC서울 팬뿐만 아니라 K리그 팬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골키퍼로 신의손(본명:사리체프)을 기억한다. 2000년에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신의손이 보여준 선방들 때문이다. 그 당시 정규리그 23경기 21실점(경기당 0.9실점)을 기록하며 경기당 한 골이 되지 않는 탁월한 수비력을 보여주며 팀이 우승을 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2000년에는 신의손이 있었다면 2010년에는 용대사르 김용대가 든든하게 FC서울 골문을 지키고 있다. 김용대도 정규리그 28경기 26실점(경기당 0.9실점)을 기록하며 신의손과 마찬가지로 경기당 한 골이 되지 않는 실점을 기록하며 공격수들이 마음 놓고 공격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근거6. 이타적인 공격수로 변화

2000년은 독수리 최용수(現FC서울 코치)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공격수로서 재조명을 받은 시기다. 그가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타적인 공격수로의 변화였다. 1999년 20경기에 12골 2도움을 기록하며 개인적으로 최고의 득점 감각을 보여줬다. 그러나 팀은 정규리그 9위로 마치며 좋은 득점력에도 불구하고 팀의 성적은 반비례하게 되었다. 그러던 그가 절치부심하여 2000년에는 정규리그 9골 6도움을 기록하였다. 동료들을 위한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자 덩달아 팀의 득점력도 상승하고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반복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데얀이다. 2009년 데얀(23경기 14골 1도움)은 동료들이 더 좋은 찬스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해결하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러나 그랬던 그가 올 해는 180도 변했다. 수원전 도움 해트트릭 기록과 더불어 정규리그 12골 7도움을 기록하며 특급 골잡이에서 특급 도우미로 변했다. 데얀의 플레이가 이타적으로 변하자 자연스레 FC서울의 공격력도 동반 상승했다. 두 선수 모두 이타적인 플레이에 눈을 뜨며 팀 성적과 더불어 개인의 능력도 업그레이드 되었다.

이 외에도 시즌 시작 전 구단의 과감한 투자, 시즌 중반에 영입된 용병들의 맹활약 등 FC서울의 평행이론을 입증해주는 근거는 더 찾아 볼 수 있다.

‘평행이론’이란 영화의 결말에서 지진희는 평행이론 속에 처한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수학 공식처럼 정해진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슬프게 끝난다. 이 장면을 보며 제주의 슬픈 운명 그리고 FC서울의 해피엔딩이 또 한번 오버랩 되었다.


글=FC서울 명예기자 안석일 dkstjrdlf@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