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무승부였지만 나무랄 데 없는 명품 경기였다.
마치 K리그 챔피언결정전을 보는 듯 했다. 올 시즌 두 번째 최다 관중이자 역대 9위에 해당하는 4만 4358명의 구름 관중. 그리고 양 팀 선수들의 최선을 다한 혈전. 비록 결과는 1대1 무승부로 끝났지만 90분 내내 쉴 새 없는 공격축구를 펼치며 K리그가 살아 있고 또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이 날 두 팀의 경기는 K리그 역사에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최근 프로스포츠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될 승부조작 사건으로 상당히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K리그를 사랑하는 수 많은 팬들은 비난보다는 희망을 선택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열정에 선수들은 감동했고 끝까지 혼신의 플레이를 펼치며 성원에 화답했다.
이날 경기장을 가득 메운 많은 팬들이 있기에 K리그는 앞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과 선수들도 정정당당한 플레이로 멋진 축구를 보여줘야 할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명불허전’이었다. ‘독수리’와 ‘황새’.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최용수와 황선홍 두 지도자의 대결로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던 경기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넘쳐났다.
시작부터 공격적인 전술로 나선 두 팀은 90분 내내 잠시도 눈을 떼게 하지 못할 만큼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고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선제골은 FC서울의 몫이었다. 전반 8분. 하대성이 상대 PK지역 오른쪽에서 밀어준 볼을 데얀이 잡아 수비수를 완벽히 제친 후 골키퍼까지 따돌리며 골을 성공시켰다. K리그 최고 공격수의 면모를 유감 없이 보여준 완벽한 골이었다. 시즌 7호 골. 득점 랭킹 3위다.
전반 10분에도 데얀은 강력한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냈고 34분에는 코너킥 찬스에서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까지 지나친 골을 수비수가 걷어내는 등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전반을 1대0으로 마친 FC서울은 그러나 후반 1분 상대에게 기습적인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후 일진일퇴를 거듭하며 추가골을 노린 양팀은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후반 25분에는 상대진영 왼쪽에서 제파로프가 올린 크로스를 데얀이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오른쪽 골 포스트를 살짝 빗나갔고 이후 교체 투입된 방승환이 중거리 슛 등을 날렸지만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모든 것이 완벽한 경기였지만 결과는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13경기를 치른 현재 4승 4무 5패 승점 16점을 기록한 FC서울은 순위가 12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직 정규리그가 반환점도 돌지 않았고 5위와의 승점도 4점 차에 불과해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세밀함을 좀더 보완하고 데얀 외에 다른 선수들의 득점력이 폭발한다면 선두권 진입은 시간문제다. 이제 다시 강행군이다. 15일에는 부산교통공사와 FA컵 16강전을 원정으로 치러야 하고 18일에는 다시 강원 원정이다.
종료 휘슬이 울린 후 많은 팬들이 힘을 내라고 외쳐준 것처럼 다시 한번 축구화 끈을 동여매고 전진해야 한다.
/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