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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 200경기 출전 기념! 아디의 베스트3 경기

2012-04-30

이지스(aegis), 아디神 등으로 불린 아디가 드디어 강원과의 원정경기를 통해 200경기 출장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 기록은 역대 FC서울을 거쳐간 외국인 선수 중에는 최초의 기록이고, K리그를 통틀어서도 한 클럽에서 200경기 출장기록을 달성한 최초의 기록이다. 

지난 2006년 FC서울 입단 이후, 매 시즌 30경기 안팎의 출전 수를 기록한 아디는 올해도 변함없이, 수비라인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7번째 시즌만에 대기록의 주인공이 되었다. 1976년생으로 선수단 내 최고령이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로 여전히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아디는 이제 한경기 한경기 출전자체가 역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아디의 200경기 출전을 기념해서 아디가 FC서울에서 치른 경기 중 베스트3 경기를 꼽아봤다.

1. 2008년 11월30일 vs울산 (K리그 플레이오프)

아디의 2008년은 눈부셨다. 기복없는 플레이로 시즌 내내 귀네슈 감독의 총애를 받았고, 부지런한 오버래핑과, 빼어난 1대1 대인방어 능력을 앞세워 팀 내 선수들 중 최다인 34경기에 출전하며 붙박이 레프트백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아디의 성실한 플레이는 팀이 2위를 차지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고,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상대는 울산. 당시 울산은 염기훈, 루이지뉴, 박동혁등을 앞세운 만만치 않은 팀이었지만, 전반 26분 정조국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다. 아디 역시 왼쪽에서 활발한 플레이로 서울에 힘을 보탰다. 후반 34분 염기훈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연장으로 넘어간 경기. 귀네슈 감독은 선수들에게 강력한 공격을 계속해서 퍼부을 것을 주문했고, 아디 역시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울산을 괴롭혔다.

결국 연장 전반 7분 데얀의 골이 터졌고, 연장 후반 4분엔 아디가 직접 날카로운 크로스로 김은중의 헤딩골을 도우며, 폭풍같은 서울 공격에 일조했다. 김승용의 골까지 보탠 서울은 결국 울산을 4-2로 누르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레프트백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아디는 경기 내내 측면을 지배하며 부지런한 플레이를 펼쳤고, 1도움을 올리는 등 공격포인트도 기록하는 활약을 펼쳤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1차전에서 헤딩 선제골을 터트리기도 했던 아디는 시즌 후엔 K리그 베스트11에 뽑히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2. 2010년 7월14일 vs대구 (컵대회 8강전)

2010년. 현영민, 최효진등 우수한 수비자원들의 영입으로 아디는 레프트백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꾸었다. 2006년부터 무려 4년간 한 포지션에서 뛰다가 갑자기 포지션을 변경하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아디는 수비형 미드필더에서도 무난히 적응하며 멀티플레이어 능력을 뽐냈다.

그해 7월 14일 대구와의 컵대회 8강전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아디는 전반 22분 이승렬의 패스를 받아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리며 서울이 기선을 제압하는데 일조했다. 전반 28분 하대성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전반을 2-0으로 마친 서울은 후반엔 김한윤을 투입하며 아디에게 중앙수비수 역할을 부여했다. 중앙수비수 위치에서도 적극적인 수비로, 견고한 수비벽을 쌓아올리는데 일조한 아디는 중앙수비수에서도 제몫을 해내며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덕에 서울은 대구와 2-2로 비겼지만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했고 아디는 이날 경기에서 Man of the match로 선정되었다. 이후 박용호의 부상으로 중앙수비수 자리에 공백이 생긴 서울은 그 공백을 메울 적임자로 아디를 선택했고, 아디는 부응이라도 하듯 안정적인 수비로 수비라인에 커다란 힘을 보탰다.

3. 2010년 12월4일 vs제주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2010년. 리그 1위를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서울은 지난 10년의 한을 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아디는 10월에 열린 경남과의 리그 경기에서 광대뼈 함몰이라는 중상을 당했다. 시즌 내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아디는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챔피언결정전 출전을 강력하게 희망했고, 결국 보호 마스크를 착용한 채 제주와의 챔피언결정전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오랫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아 실전감각이 떨어진 아디는 1차전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설상가상 근육경련까지 일으키며 후반 26분에 박용호와 교체되었다.

그래서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아디의 출전 여부를 장담하긴 어려웠지만, 빙가다 감독은 아디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며, 중앙수비수로 선발 출장 시켰다. 보호 마스크까지 벗어던지며 투혼을 불태운 아디는 견고한 수비로 제주의 공격을 무력화 시켰고, 후반엔 직접 공격에 가담하여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다. 1-1로 맞선 후반 27분. 김호준의 미스로 코너킥을 얻은 서울은 키커로 나선 제파로프가 문전으로 길게 올려주자 아디가 돌고래처럼 솟아올라 헤딩슈팅을 성공시키며 결승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제주를 2-1로 물리친 서울은 통산 4번째 우승에 성공했고, 아디는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다. 2010 시즌 레프트백 외에도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수비수등을 오가며 수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 아디는 공격에서도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개인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팀 역시 그의 공헌도를 감안. 시즌 후 MVP 후보로 아디를 추천하며, 그의 공로를 인정했다.

BONUS. 2010년 10월 31일 (vs부산)

이 날 경기에 아디는 출전하지 않았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출전하지 못했다고 해야겠다. 앞서 언급한대로 아디는 10월초 광대뼈 함몰이라는 중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었다. 그간 성실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던 아디를 위해 서울에선 작은 행사를 마련했다. 10월 31일 부산전을 앞두고 아디 쾌유 기원 퍼포먼스를 시행한 것이다. 이 날 경기에선 아디를 위한 특별응원도구와 마스크가 제작되어, 관중들에게 나뉘어졌고, 경기 전 전광판을 통해 아디의 쾌유를 기원하는 팬들의 염원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는 등 아디를 향한 서울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었다.

부산전 당시 응원도구로 나눠줬던 클래퍼, 아디의 쾌유를 기원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하지만 아디를 위하는 마음은 구단과 팬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선수들 역시 아디의 쾌유를 기원하며 자신들의 등번호 밑에 아디의 등번호인 8번을 써넣는 등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 줬다.

영화 퍼펙트게임에서 롯데의 4번타자 김용철은 주인공 최동원과 사사건건 충돌하지만, 어깨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서는 최동원을 보고 동료들을 향해 “나는 오늘 롯데의 4번타자가 아닌 최동원의 1루수로 뛰겠다.”고 얘기했다. FC서울 선수들 역시 적어도 이 날 경기에서 만큼은 ‘FC서울의 선수’가 아닌 ‘아디를 위한 선수’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이 날 경기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동료애와, 구단과 팬들의 아디를 향한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 서울은 부산을 3-1로 완파했다.

글=김성수 FC서울 명예기자 go16korea200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