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늘 N석 위를 수놓는 수많은 걸개들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웃음이 나는 재치 있는 걸개에서부터 감탄이 절로 나는 멋진 걸개까지. 하지만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저 걸개는 누가, 언제, 어떻게 만든 걸까. 늘 N석 위를 지키고 있는 걸개들의 탄생비화를 알아보자.
[SENOL GUNES HAPPY BIRTHDAY]
지난 5월 30일 경기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걸개가 있었으니, 바로 57번째 생일을 맞은 귀네슈 감독을 위한 걸개였다. 타지에서 외로이 감독 생활을 한지 3년째를 맞이한 귀네슈 감독을 위해 '[예놀리그]명장의 기준 귀네슈당' 사람들이 직접 경비를 마련해서 생일 축하 걸개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한다.
홀로 걸개를 걸고 있던 조현님으로부터 생신 축하 걸개의 탄생 배경을 전해 들었다. 일회성 걸개라 제작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물으니, “처음엔 만들까 말까 고민도 많았죠. 3년이라는 시간동안 늘 애써 주신 감독님이시기 때문에 떠나시기 전에 감독님을 위한 특별한 무언가를 해도 괜찮을 듯 싶어서 만들기로 결정을 한 거구요. 일회용이기 때문에 특히 감독님 눈에 잘 보이시도록 위치 선택에도 심혈을 기울여서 이렇게 걸고 있는 중입니다”라며 감독님께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이 걸개에는 축하 문구 뿐 아니라 '최고의 명장, 세놀 귀네슈'라는 터키어 문구도 볼 수 있었는데, 본인이 평소에 들고 응원하던 게이트기를 오늘은 특별히 붙여보았다고 설명해 주었다.
끝으로 그가 남긴 귀네슈 감독님께 전하는 메시지. “타지에 오래 계셔서 가족들이 많이 그립다고 언론을 통해 들었는데 비록 옆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가족들은 옆에 없지만, FC서울, 그리고 귀네슈 감독님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감독님을 믿고 따르니까요, 올해는 반드시 우리 모두 힘 합쳐서 우승하고요, 감독님께선 멋지게 금의환향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마음이 꼭 귀네슈 감독님에게 전해지길 바란다.
귀네슈 감독님의 57번째 생일 기념 걸개를 비롯하여,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준비한 57송이의 장미꽃과 축하 파티에 대하여,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생일 축하해 주셔서 너무 고맙다. 팬 여러분들 덕에 오늘 행복했고, 생각도 못 했는데 이런 이벤트 해 줘서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며 인사를 전했다. 평소와는 다르게 모든 인터뷰가 끝나고 난 뒤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기자들에게 덧붙인 그의 진심어린 한마디였다.
[김치곤, YOU'RE OUR PRIDE]
김치곤은 그들에게 자부심이자 자랑이었다.
'최고의 DF 김치곤' 클럽에서 만든 걸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걸개는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 김치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클럽에서 걸개 속 문구부터 디자인까지 다 같이 힘과 정성을 모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매 경기마다 일찍 와서 걸개를 건다는 그들은 "힘들어도 김치곤 선수가 늘 보시니까요. 경기 전마다 확인한다고 하시더라구요. 10개의 걸개가 걸리는 게 목표라고 장난스레 말씀하시면서, 항상 걸개를 봐 주시니까 저희는 힘이 들어도 하게 된다"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힘을 낼 수 있는 건 걸개를 통해 김치곤에게 응원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김치곤 선수가 직접 보고 고맙다고 했을 때가 가장 뿌듯해요. 걸개보고 힘을 얻었다고 해주시니까 저희가 더 고맙죠"라며 김치곤을 향한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시즌 주장도 되셨으니까 더욱더 힘내고 열심히 하셔서 매 경기마다 승리하고, 매 시즌마다 우승하는 모습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라며 진심어린 응원을 보냈다. 한 사람만을 응원하는 여럿의 마음들이 모인 그곳. 그들의 걸개에서 김치곤을 향한 응원과 애정이 듬뿍 느껴진다.
[UNLIMITED BLUE DRAGON, 이청용이 달리면 기회가 생긴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응원해왔던 그가 지금 국가대표다.”
오랫동안 이청용만을 응원해왔다는 정주연님 이야기이다. 몇 년 전, 이청용의 걸개가 경기장에 하나도 없는 게 안타까워 개인적으로 제작했다고 한다. "걸개를 만든다는 게 제겐 의미가 굉장히 컸어요. 어떻게 보면 걸개는 선수와의 약속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걸개를 만들고, 선수는 또 그걸 보고 힘을 얻고... 만들기까지 쉽지 않았지만 이청용 선수를 위해 친구와 함께 제작을 결심했죠"라며 단순한 걸개가 아닌 하나의 '약속'으로 표현해 주었다. '기회가 생긴다'라는 의미심장한 문구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여러 기사들을 보니까 저 문구가 만들 당시의 이청용 선수의 목표랑 딱 맞아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저 문구처럼 이청용 선수가 기회를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정하게 됐어요"라며 탄생비화를 들려주었다.
이 걸개는 이청용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도 있지만 반대로 정주연씨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고시 공부를 하고 있어서 힘들 때가 많다는 그녀는 "힘들 때마다 FC서울과 선수들에게 많은 힘을 받고 있어요. 특히 이청용 선수를 보면서 힘을 내곤 하는데 그 마음을 못 전해줘서 늘 안타까웠거든요. 걸개를 통해서나마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라며 애틋한 마음을 나타냈다. 이청용에게 보내는 응원메시지를 부탁하자 그저 이청용을 걱정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요즘 사람들이 부진이라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실력이 떨어졌다거나 노력을 소홀히 한다고 생각 하지 않고, 늘 믿고 있으니까 그걸 기억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절대 부상 없이 이번 시즌 잘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라며 부진이라는 말들에 대한 억울한(?)마음을 살짝 드러냈다. 그녀의 진심어린 응원이 닿았던 것일까. 취재가 이뤄졌던 5월 30일 광주전에서 이청용 선수는 부활을 알리는 골을 성공시켰다. 그녀의 걸개 속 문구처럼 이청용은 언제나 승리를 향해 달리는 중이다.
[Red is My Life]
머리에 구슬땀을 흘려가며 자신들의 몸집만한 걸개를 펼치고 있는 2명의 아이가 보였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라는 유창준과 정성렬군. 이 두 동갑내기 친구는 2층 빈자리를 골라 걸개를 부착하는 중이라고 했다. 초등학생 아이들 손에 걸린 걸개의 문구는, Red is my life! 어떤 의미를 담은 문구인지 물어보니, “FC서울을 상징하는 색깔이 빨간색, Red잖아요! 유니폼도 Red, 로고도 Red, 그리고 빨간색이 의미하는 것은 열정이고요. 열정적인 FC서울을 의미하고 싶었어요!”라고 대답하는 모습이 열정의 FC서울을 참 닮아 있었다.
2009년 개막전 때부터 선보였다는 이 걸개는 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동대문에 가서 직접 구입한 빨간 천에 문구점에서 산 라커로 친구들과 함께 제작했다니,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과 그보다 앞선 열정이 느껴진다.
선수들이 자신들의 걸개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수줍은 미소와 함께 전한 창준이는 주로 어른들만이 제작하는 걸개를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 자신들 스스로 만들어 경기장에 걸어놓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전했다.
[14인 종합세트!]
14명의 선수들 모습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걸개가 유독 눈에 띄었다. 관중석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선수별 게이트기를 보고 김수일씨가 아이디어를 내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 걸개는 감바 오사카와의 지난 원정 경기 때 처음 선보인 이후 앞으로도 홈, 원정에 상관없이 매 경기 함께할 예정이다.
이 걸개는 기존 게이트기의 원본을 하나하나 이어 붙여서 직접 제작한 것이다. 14명의 선수들 사진 위에 철벽 방어, 철벽★용호, 패트리어트, 데얀 달려! 등의 문구를 한 곳에 담은 것인지라 유독 긴 길이를 자랑한다. 그렇기에 걸개를 펼칠 때에도 여러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매 경기마다 걸개를 걸고, 걷는 것이 힘들 법도 한데, 함께 걸개를 걸고 계시던 분은 전혀 힘들지 않다고 대답한다. 그녀는 선수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그라운드에서 뛰다가 내 이름이 적힌 걸개를 보면 없는 힘이라도 날 것 같아, 그 마음에 걸개를 거는 마음이 기쁠 뿐이라고. 그래서 전혀 힘들지 않고 뿌듯할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양한 디자인만큼이나 각각의 색다른 사연이 담겨있는 걸개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선수들에게 응원을 전하고 싶어 하는 팬들의 마음. 그들의 진심어린 응원이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라며, 그들의 걸개는 늘 N석 위에서 펄럭이고 있을 것이다.
/글= FC서울 명예기자 김신애, 신원선
/취재= FC서울 명예기자 김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