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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2월호]박주영, 체력에 얽힌 오해와 진실

2007-02-02



공을 차는 건 발이지만, 축구는 발뿐만 아니라 모든 신체와 기술, 정신력, 이 삼박자를 골고루 활용해야 하는 전신 스포츠다. 천부적인 득점 감각과 위치선정, 그리고 공에 대한 집중력. 특히 스트라이커에게 있어서 이것들은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능력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모든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끔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것은 바로 상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다. 힘이야말로 축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빼놓을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능력일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골 결정력을 갖추고 있다 한들 문전 앞에서 상대 선수들과의 치열한 몸싸움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이는 떠먹을 숟가락이 없는 푸짐한 밥상과 다를 바가 없다.

'183cm 그리고 70kg'

박주영의 체격 조건이다. 호리호리한 체구에 한눈에 봐도 다소 왜소해 보이는 그의 신체조건을 놓고 보면 '몸싸움'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일 법도 하다. 특히 흔히들 '몸싸움의 귀재'라고 말하는 헤비 복서 출신의 이탈리아 공격수 크리스티안 비에리를 연상한다면 더욱 극명한 차이를 느낄 것이다. 더구나 박주영은 수년 전, 당시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이 박주영의 체구를 가리키며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라고 말해 그 발언 이후 많은 축구 팬들로부터 ‘박주영은 몸싸움에 약하다’라는 선입견에 휩싸였다. 설상가상으로 ‘몸싸움이 약한 박주영은 체력도 약할 것이다’라는 인식으로까지 이어졌다.

과연 이것이 진실일지, 진실이라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또 오해라면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인지 지금부터 박주영의 '몸과 체력'에 대해 확실하게 파헤쳐 보도록 하자.

진실과 오해 1 - 박주영은 왜소하다!

"박주영은 밸런스가 좋고, 튼튼한 몸을 가진 선수라는 인상을 받았다."

지난 1월 8일, 귀네슈 감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가졌던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서 한 말이다. 이미 국내에 들어오기 전, 터키에서 FC 서울의 지난 시즌 전 경기를 DVD를 통해 모두 훑어봤다고 밝힌 귀네슈 감독은 박주영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와 같은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특히 튼튼한 몸을 가졌다는 평가는 축구 경기에서 '쉽게 몸이 밀리지 않는다.', 다시 말해 '몸싸움을 잘한다.'라는 해석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박주영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피지컬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도 "박주영은 왜소해 보이는 체구와는 달리 유니폼을 벗겨보면 상체 근육이 굉장히 발달돼있는 근육질 몸매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식과는 달리 왜소해 보이는 그의 체구를 덮고 있는 유니폼 속에 첫번째 오해의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그가 단단한 돌멩이마냥 근육으로 온 몸이 다져져 있다는 것.

또한 이 두 사람의 말을 합쳐보면 재미있는 풀이도 나온다. 지난 시즌 경기를 훑어보며 박주영이 몸싸움을 잘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던 귀네슈 감독과 박주영의 몸을 살피는 피지컬 담당자의 말을 종합하면 잘 다져진 상체의 근육 때문에 오히려 몸싸움을 잘하는 선수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진실과 오해 2 - 박주영은 몸싸움에 약하다!

하지만,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십여 년 가까이를 운동만 해오는 축구 선수로서 상체 근육이 발달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 새삼스레 그것이 몸싸움을 잘하는 이유라 구분 짓기는 무언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한, 같은 근육질 몸매라면 왜소해 보이는 근육보다야 굵직스런 근육을 지닌 선수가 더 유리한 게 아닌가?

결론부터 짓자면 박주영의 상체 근육은 일반적인 근육과는 좀 구분을 둘 필요가 있다. 바로 실근육으로 특히 발달된 케이스다. 실근육이란 쉽게 말해 근육이 부피 위주로 발달된 것이 아니라 힘줄이 발달돼 커진 경우를 말한다. 육안상으로 봐도 웨이트 트레이닝(이하 웨이트)으로 다져진 굵직굵직한 몸매에 비해 왜소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의학계 종사자들은 하나같이 바디 빌더들의 커다란 근육이 실근육에 비해 보기만큼 힘이 없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박주영과 같이 실근육이 발달된 인물이 또 하나 있다. '부르스 리', 바로 이소룡이다. 벌크와 매스 위주의 근육을 지향하는 오늘날을 미뤄보면 그리 크지도 않고, 어찌 보면 빈약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소룡의 몸매가 불 품 없어 보일 법도 하지만, 이소룡의 몸매를 형성하고 있는 근육은 철저하게 힘과 파워 그리고 스피드를 위해 다져진 '실용형' 몸이다. 이소룡의 스페셜 리스트인 존 리틀의 'The Art of Expressing the Human Body(The Bruce Lee Library)'란 책을 보면 그의 근육은 "모든 근육이 과시를 위한 근육이 아니라 스피드와 파워를 극대화하여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짜여진 근육"이라고 이소룡의 몸매를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이같은 실근육형 몸매는 일반적인 웨이트 훈련으로도 만들기가 불가능하다. 이소룡 또한 생전에 오랜 기간(1965~1970) 특수 웨이트 프로그램을 본인이 직접 고안하여 훈련했다고 전해져오고 있다. 특히 이 방식은 가슴, 어깨, 다리, 등(Back), 몸통 등 모든 근육을 동시에 발달시키는 프로그램으로서 각 개별적 근육의 큰 벌크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체조 선수들과 같은 유연성과 파워를 동시에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축구에서의 몸싸움 역시 힘과 근육만 있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축구 신동'이라고 불리는 잉글랜드 출신의 웨인 루니는 몸싸움에 굉장히 능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비교적 매끄러운 몸매의 소유자다. 이는 '근육=몸싸움'이라는 논리에 철저하게 위배되는 예에 해당된다. 보편적으로 몸싸움 실력을 기르기 위해 유럽권 선수들은 웨이트와 에이로빅을 병행하는데 이것은 파워 외에 유연성을 기르기 위함이다. 태강즉절(太剛則折)이라는 말이 있듯이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쉬운 법이다. 마찬가지로 웨이트에 너무 치중하여 몸을 단단히 만들면 힘은 세지지만, 부상 위험도가 높아진다. 반대로 너무 에이로빅 등으로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도 몸싸움에서 버틸 힘이 부족해진다. 정답은 이 둘을 잘 조율하는 하는 것이고 이소룡의 몸매는 이것이 잘 조화롭게 이루어진 몸매라 할 수 있다.

박주영의 체구는 비교적 이소룡과 비슷한 실근육형의 광배근이 발달된 역삼각형 몸매다. 흔히 날개 근육이라고 부르는 광배근은 어깨와 갈비뼈 부근의 부채꼴 모양의 근육을 지칭한다. 바디 빌더들의 비대한 역삼각형 몸매와는 달리 섬세한 근육이 특히 발달된 호리호리한 몸매다. 또한, 몸도 꽤 유연한 편에 속한다. 이쯤 되면 박주영의 대한 오해와 더불어 의아했던 귀네슈 감독 발언에 대한 대답까지 한꺼번에 설명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제 박주영은 몸싸움에 약하다라는 편견은 버리길 바란다.



진실과 오해 3 - 박주영은 체력이 약하다!

지난달 강릉 전지훈련 중 11일에 실시했던 팀 체력 테스트에서 박주영은 강철같은 체력을 과시했다. 김치곤, 정조국, 이을용 등과 조를 이뤄 테스트에 나섰던 박주영은 다른 선수들이 다 탈락한 뒤에도 혼자 수 바퀴를 더 돈 뒤 그마저도 혼자 뛰기 머쓱한지 중도에 그만뒀다.

물론 꾸준히 운동을 하며 체력을 유지해왔던 것도 주요했지만, 그동안의 세간의 인식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에 합류하여 현재 힘든 훈련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주영은 "무엇을 먹거나 잠깐 열심히 한다고 해서 금방 체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랜 기간 끊임 없이 컨디션을 체크하고 운동을 병행해야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짧은 시간 만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평상시 내가 잠이 많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지 않은가? 사실이다. 나는 쉬는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잔다. 그런데 그게 최고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아무리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제대로 어떠한 활동도 할 수가 없다. 잠을 자야 체력을 유지할 수 있고 늘릴 수도 있다."고 또 다른 체력 관리 비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박주영은 체력 증진과 맛을 위해 머나먼 이국땅인 터키에서 팬들에게 특별히 맛있는 영양식까지 추천하고 나섰다.

"요즘 터키 음식에 푹 빠졌다. 특히 브라질 음식 '훼이조아다' 요리(토마토 소스와 브라질 검은콩인 훼이종에 돼지고기를 섞어 만든 요리)를 추천한다. 터키에서 먹는 브라질 음식이라 색다르긴 하지만 정말 맛있다. 밥에다 비벼먹는 영양식인데, 아무래도 위에 부담을 덜 주고, 칼로리가 높지 않아 운동하는 사람들에게는 제격인 것 같다. 훼이조아다 요리를 먹고 훈련에 임해보니 뭔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구단 직원들한테도 먹어보라고 계속 권유했다. 그런데 드셨는지는 모르겠다.(웃음)"

브라질 전통 음식이라 접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팬들을 위해 박주영이 특별히 추천하는 만큼 기회가 생기면 주저 말고 꼭! 먹어보기를 바란다. 칼로리도 적다 하니 여성들 다이어트에도 제격일듯싶다.

몸도 왜소하고, 몸싸움도 못하고, 체력까지 약하다는 평가에 '국민 약골' 이윤석이 떠오를 정도로 억울했던 박주영. 이제 오해와 편견을 풀고 '몸짱'과 '체력왕' 박주영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글=김주용 FC 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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