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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11월호]박주영백지훈김승용 그들이 말한다!

2005-11-01



백지훈, 김승용, 박주영.
참 만나고 싶었다. 함께 있는 모습이야 그라운드에서건 훈련장에서건 볼 수 있지만 이 세 사람을 한 자리에 ‘모시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미팅룸에 들어서는 선수들을 보는 순간 어색하면서도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다. 85년 생,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세 친구의 평소 모습은 어떨까? 그들과의 솔직 담백 토크. 비밀보따리를 풀 예정이니 조용히 따라오도록.


Secret No. 1- 주영이는 개구쟁이
축구 경력이야 다들 10년이 넘지만 이제 겨우 약관의 나이를 지나 ‘소년’의 티를 벗은 그들이다. 그라운드를 벗어나 편안한 복장으로 마주하자 비로소 그들의 나이가 실감이 났다. 처음이라 그랬을까, 살짝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인터뷰에서 말수 적기로 유명한 박주영 선수는 역시나 별 말없이 앉아있기만 했고, 김승용 선수는 살짝 긴장한 듯 했다. 하지만 금새 대화를 주도하기 시작한 사람은 놀랍게도 백지훈 선수였다.

☞실제 성격은 어떤 편인가?
지훈: 얼굴에 표정도 잘 드러나고, 조금은 소심한 편이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편은 못된다.
승용: 장난 끼도 많고 친한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살갑게 대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는 잘 대면하지 못한다.
주영: 잘 모르는 사람들과는 좀처럼 섞이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팬들께도 잘 다가가지 못한다. 물론 아는 사람들과 있으면 말도 잘하고 편하게 대한다.

☞장난은 누가 제일 잘 치나? 수다쟁이는?
지훈: 이 자리에 우리들 셋만 있었다면 엄청 시끄럽게 수다 떨고 있었을 거다. 제일 말 많은 사람? 주영이다 주영이.
승용: 주영이가 사람을 어찌나 괴롭히는지.. 슬쩍 다가와 뒷목 치고 도망가는 건 예사에,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팬들이 주영이 더러 무뚝뚝하고 말없다고 하는 것 모두 선입견이다. 짓궂게 장난치는 데 최고다.
주영: 고개를 끄덕끄덕. ‘맞아, 내가 그렇긴 하지’라는 표정.

☞실제 혈액형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나?
지훈: 난 딱 맞는 A형이다. 소심하고, 얼굴에 표정도 다 드러나고, 항간에 떠도는 혈액형에 관한 이야기와 성격이 비슷해서 조금 신기하기도 하다.
승용: A형이긴 한데..(잘 모르겠다는 얼굴. 그러자 옆에서 지훈 曰 “얘 소심해요, A형이야, A형!)
주영: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내가 AB형인 줄 잘 모른다. 보통 B형 성격이 강한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Secret No. 2- 미래가 창창한 그들의 일상
스물 하나, 연애도 하고 싶고 많이 놀고도 싶은 나이이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뚜렷한 직업과 목표가 있는 이들은 쉽게 자신을 긴장에서 놓아주지 않고 있다. 특히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스물한 살, 또래들과 다른 점을 느낀다면? 대학생활이 부럽지는 않나?
지훈: 대학생활을 부러워 해 본 적은 없다. 휴가 때 잠깐 나가면 친구들이 자유롭게 지내는 것이 부럽기는 하다. 조금은 그런 자유를 갖고 싶기도 하다.
승용: MT를 가거나 미팅을 해보고 싶다. 항상 시간에 얽매여 있고 대중에 노출되어 있다보니 그런 부분이 조금 부럽다.
주영: 작년에 대학생활을 하면서 평범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누렸다고 생각한다.

☞평소 선호하는 옷과 헤어스타일은?
지훈: 옷은 그저 편안한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쥬얼 스타일을 좋아한다. 정장은 구단에서 나온 단복 여름용과 춘추복 2벌 밖에는 없다. 머리는 신경을 좀 쓰는 편이다.
승용: 지훈이 형이야 뭘 입어도 잘 어울린다. 머리는 길러볼까도 했지만..(그때 옆에서 지훈: 기르긴 뭘 길러! 안 어울려서 매번 잘라요!) 기르는 과정을 잘 참지 못한다. 그래서 자르는 편이다.
주영: 옷은 캐쥬얼하게 입고, 머리는 길면 긴대로 놔둔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지훈: 영어공부는 정말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시간이 나질 않아 엄두도 못 내지만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괜찮은 영어 선생님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좋으면 좋겠다.
승용: 일본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일본어 공부를 하려고는 하는데 아직 마음뿐이다.
주영: 오전엔 학교수업, 오후에는 운동을 하느라 바쁘다. 예전에는 과외도 했었는데, 여력이 없어 아쉽다.

☞노래방 18번이 있나?
지훈: 노래방은 절대! (정)조국이랑만 간다. 다른 사람이랑은 절대 안 간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가면 우리 노래를 들어줄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만의 세계가 있다.(푸하하 웃음) 노래 정말 못한다.
승용: 김정민 노래를 좋아하고, 세븐의 ‘와줘’도 좋아한다.(좌중에 웃음보가 터짐) 숙소에 ‘동진패밀리(동진, 승용, 만춘, 주영선수)’라고 있는데 같이 잘 다니고 노래방도 자주 갔었다. 그 중 동진이 형이 노래를 참 재미있게(?) 부른다.
주영: 요즘엔 최신 가요는 거의 모르겠다. 책 뒤지다가 아는 노래 있으면 그냥 한다.

여기서 잠깐. 이들 중 팬들에게 선물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누굴까? 꽃미남 지훈? 리마리용 승용? 국민스타 주영? 답은 리마리용이 주었다. “단연 지훈이 형이 최고에요. 숙소 방이나 차에 선물이 꽉꽉 차 있다니까요? 주영이는요, 처음에 팬들이 선물은 안 주고 싸인 만 받아가서 삐졌었어요. 큭큭..”



Secret No. 3- 춥다, 추워. 요즘 연애생활은 어떠신가들?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영건 3인방에게 여자친구는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누가 제일 잘 하나요?”라 묻자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나온 주영의 대답, “여자친구 있는 사람 저 밖에 없는데..."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든다. “주영이가 여자친구한테 얼마나 잘 하는지 몰라요. 통화하는 거 들어보면요, 진짜 닭살이에요.”(지훈), “진짜 부럽다 할 만큼 잘 해요.”(승용) 그러자 묵묵히 앉아있던 주영, 단 한마디로 주변을 평정한다. “내가 그렇게 할 사람 한 명밖에 없는데 뭘.”

☞여자친구가 있다면 꼭 함께 가보고 싶은 곳은?
지훈: 정동진에 배 모양의 호텔(선크루즈 호텔)이 있다고 들었다. 여자친구와 함께 가면 얼마나 좋을까?
승용: 제주도가 좋더라. 제주도는 여러 번 가봤지만 여자친구가 생기면 꼭 가보고 싶다. 그만큼 좋은 곳이 없는 것 같다.
주영: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어딜 가던 안 좋겠나.

☞소개팅 경험은 있나?
지훈: 몇 번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모두 친분만 쌓는 것으로 끝난다. 나와 소개팅은 별로 안 맞는 것 같다.
승용: 소개팅에서 좋은 여자친구를 만난 적도 있고 그렇지 못한 적도 있다.
주영: 해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그렇다면 지훈, 승용은 어떤 식으로 이성에게 다가가는 편일까? 둘 다 A형에 소심하다고 자평한 이들은 의외로 ‘적극적이다’라는 대답을 해 주었다. “길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서 대시를 해 본 적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소개팅처럼 형식적인 만남보다는 차라리 그 쪽이 더 나은 것 같아요.”(지훈) 아니, 그렇다면 이른바 헌팅도 한다는 말인가? 놀랠 노자였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가 놀라는 기색을 보이자 옆에서 승용이 놀리듯 쿡쿡거린다. “지훈이 형이야 얼굴이 되니까.. 큭큭..” 그렇다면 승용은? “저도 마음이 있으면 적극적인 편인데요, 싫은 사람은 딱 잘라 거절하는 편이에요. 주위에서 저더러 생각이 표정에 다 드러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자 지훈이 대뜸 한 마디 한다. “거봐, 너 A형 맞다니까! A형이 원래 얼굴에 다 표시 내고 다녀!”

Secret No. 4- 축구는 나의 모든 것
이들 세 사람이 처음 함께 만났던 때는 2004년 청소년 대표팀에서였다. 대표팀과 소속팀까지 함께 뛴 것이 벌써 2년. 많은 기대를 모았던 지난 6월 네덜란드 세계 청소년선수권을 마지막으로 대표 선수들은 모두 흩어졌지만 이들 85년생들은 모임을 가지며 여전히 친목을 다지고 있단다. 한마디로 ‘날렸던’ 그 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묻자 지훈이 당당하게 답한다. “저희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 땐 더 열심히 할 겁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지훈: 아무래도 지난 6월 청소년 선수권에서의 나이지리아 전일 것이다. 골 하나가 사람 인생을 바꿔놓는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승용: 지난 1월 26일 카타르 대회 일본전에서 골을 넣었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리마리용 세리머니 정말 재미있지 않았나?
주영: 기억에 남는 경기가 정말 많다. 카타르 대회, K리그와 대표팀 데뷔전도 기억나고 또 청소년 선수권 경기도 다 기억에 남는다. 생일날 해트트릭 한 것도 참 좋았던 것 같다.

☞축구선수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지훈: 어렸을 때는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 한 발 다가선 것 같다. 이제 월드컵에서 꼭 뛸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승용: 나는 그라운드 위에서 뛰는 게 가장 행복하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한다. 더욱 노력해서 우선 팀 내에서의 입지를 다지도록 하겠다. 앞으로 일본에 진출했으면 좋겠다.
주영: 항상 즐겁게 운동하려고 노력한다. 열심히 해야 뭐든 기회가 온다고 생각한다.



Epilogue
앞으로 서울의 미래를 이끌어 갈 영건 3인방과 길고도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축구 외적으로 즐겁게 풀어본 이야기들은 그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해 주었다. 젊은 선수들이기에 앞으로 꿈꾸는 것도, 하고 싶은 일도 정말 많을 것이다. 요즈음 학교공부를 다시 시작해 바빠진 주영과 일본으로의 진출을 꿈꾸는 승용, 그리고 월드컵의 무대를 소망하는 지훈까지 참 자랑스러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FC 서울이 사실상 올 시즌 우승의 꿈이 멀어졌다는 것이었다. 한때 부진에 빠져있던 팀의 중점에 있던 이들은 말한다. “사실 경기라는 게 좋을 때는 한없이 좋고, 나쁠 때는 한없이 나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논할 수밖에 없는 게 스포츠이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희들, 어느 때이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서 더욱 노력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들이 해쳐나갈 미래는 여태까지 걸어온 길보다 훨씬 힘들고 고단할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이들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항상 노력하는 자세로, 열과 성을 다해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더하는 이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정리=오현정 FC 서울 명예기자
사진=FC 서울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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