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무잡잡한 얼굴
작지만 다부져 보이는 체구
선수들 못지 않은 화이팅...
올 시즌부터 FC서울의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김용갑 코치의 첫 인상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항상 누구보다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잔디의 상태를 확인하고 경기 전 선수들과 함께 한 발 한 발 그라운드를 달리며 묵묵히 땀을 흘렸던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한 해 동안 김용갑 코치가 몸소 보여준 꾸준함을 경기장에서 지켜봐 왔기 때문일까? 내려야 하는 정류장을 하나 지나쳐 한참을 돌아가야 했지만 마음도 발걸음도 가볍기만 하다.
#1. FC서울 코치 김용갑
“저는 감독님을 보좌하는 참모로서 감독님이 지시하는 사항들을 함께 상의하면서 팀을 같이 설계해가고, 우리 FC서울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직접 몸으로 선수들과 같이 뛰면서 훈련을 지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김용갑 코치는 팀 내에서 자기 자신의 역할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다. 경기장에서 주로 비춰지는 그의 모습은 경기 시작 전 제일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잔디를 만져보며 그날의 전반적인 그라운드 상태를 파악하고, 선수들과 함께 워밍업을 하는 모습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실제로 그는 경기 중에도 경기의 기본적인 흐름을 파악하면서 끊임없이 감독과 의견을 나누고 전술적인 부분에 대한 지시를 전달하기도 한다. 최용수 코치와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최코치는 현재 팀의 고참 선수인 김병지, 이민성 선수와는 대표팀도 같이 했었고, 나보다는 선수들과의 친밀감이 더 있는 것 같다”며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중간역할을 최코치가 매우 잘 해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최 코치 또한 선수들과 어떤 접촉을 하게 될 때는 저와 사전에 협의를 해서 효율적으로 선수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2. ‘작은 거인’을 아시나요?
선수시절의 김코치는 천안일화(현 성남일화)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5년간 천안일화에서 뛴 그는 주로 교체멤버로 출전하고는 했었는데 그 당시는 천안일화가 K리그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던 시절이라 팀 내에 좋은 선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 전북현대로 이적을 한 김코치는 그곳에서 다시 4년간 선수생활을 하고 나서 조용히 은퇴했다. “저의 주 포지션은 미드필더였어요. 대학시절에는 센터포워드나 처진 스트라이커를 맡기도 했었지만 프로에서는 줄곧 게임메이커나 양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었습니다.” 전북에서의 선수 시절에는 헤딩골도 자주 넣고 그랬었는데 그 때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작은 거인’이다. 그의 선수시절을 아는 사람들은 현역 선수 중에 울산현대의 최성국 선수와 신체조건이나 플레이스타일이 유사하다고 말하지만, 김용갑 코치는 게임메이커로서 개인적인 플레이보다는 다른 선수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많이 했었다고 한다. “전북 시절 김도훈 선수와 발이 참 잘 맞았다”며 이미 여러 해가 지난 선수시절을 회상하던 그는 본인 스스로가 솔직히 선수로는 잘 하지 못했다며 솔직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3. 지도자로서 맺은 FC서울과의 인연
현역 은퇴를 하자마자 선수로서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전북에서 트레이너로 2년간 활동하던 때는 김코치가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위해 필요한 교육들을 받으면서 자신만의 내공을 쌓아가던 중요한 시기였다. 그런 그의 꾸준한 노력 덕분이었을까? 김코치는 2001년 1월부터 축구협회에서 호남권역 유소년 전임지도자를 맡아 지도자의 길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이후 2002~2005년 까지 청소년 대표팀의 코칭스태프로 활약했는데, 2002~2003년에는 한동원, 이상협, 안상현 선수가 선발되었던 U-17(17세 이하) 대표팀을 지도했었고, 2004~2005년에는 박주영, 김승용, 심우연, 안태은 선수가 선발되었던 U-20(20세 이하) 대표팀을 지도했었다. 또한 2005년 말에는 송진형 선수가 선발되었던 U-18(18세 이하) 대표팀을 지도하기도 했다. “FC서울에 처음 왔을 때 선수단의 반 이상은 이전에 제가 지도해 본 경험이 있었던 선수들이었어요. 그래서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속도나 선수들과의 융화에 있어 큰 이점이 있었습니다.” 듣고 보니 김코치와 FC서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셈이다.
#4.김코치의 하루는..
“저는 지금 선수들과 함께 숙소생활을 하고 있어서 거의 24시간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고 보셔도 됩니다.” 김코치는 우선 아침에는 8시쯤 일어나서 선수들과 함께 가볍게 산보를 하고 아침식사를 한다. 그리고 오후에 훈련이 있을 경우에는 오전에 팀의 경기 비디오들을 선수들과 함께 다시 보면서 팀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특히 문제점을 밝혀내 다음 경기를 대비하기 위한 기초작업들을 한다. 오후가 되어 챔피언스파크로 출근하면 이장수 감독에게 그 날 그 날의 훈련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말씀 드리고, 선수들과도 훈련을 나가기 전에 미팅을 통해 오늘의 훈련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시킨 후 예정된 훈련을 진행시킨다. “훈련이 끝나면 그 이후의 저녁시간은 숙소에서 쉬면서 선수들을 개인적으로 불러서 낮에 훈련 때 잘한 부분이 있으면 칭찬을 해주고, 잘 안된 부분이 있으며 불러서 연습하게 하고, 또 침체된 선수가 있다면 자신감도 심어주고, 반면 컨디션이 좋은 선수는 그런 좋은 리듬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안정을 시켜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김 코치의 하루는 FC서울로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그는 올해 1월 3일자로 FC서울에서의 일을 시작한 이후로 거의 친구를 만나 본 적도 없었고,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도 일체 하지 않고 있다고 하니 김코치가 얼마나 자신의 일에 몰입해 있는지는 더 이상 물어보나마나다. “저는 성격상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못합니다. 한 가지만을 완벽하게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축구 자체가 저에게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즐기면서 하니까 재밌어요!” 일과 취미 모두가 축구라니 정말 못 말리는 김코치다.
#5. 워밍업은 그 때 그 때 달라요
‘왜 선수들의 워밍업은 맨날 조금씩 달라지지?’ 라는 의문을 품었던 독자가 여러분 가운데 적어도 한 명쯤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당신은 정말 정확한 눈썰미를 가지고 있다. 경기를 앞두고 있는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워밍업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에 의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 질 수 있다고 한다. “기후의 경우 시즌 초반인 봄이냐, 여름이냐, 또는 가을이냐? 그리고 경기적 요소에서는 주중과 주말에 계속 경기를 병행하고 있느냐,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만 경기를 하고 있느냐? 그리고 홈 경기냐, 원정경기냐?에 따라 워밍업의 시간이나 진행과정은 모두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원정경기를 갔을 때 선수들은 오전에 운동을 하고 오후까지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경기 시간까지의 인터벌이 너무 길어진다. 특히 차를 오래 타면 근육이 수축되고, 선수들이 정해진 공간 안에서만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바이오리듬이 활성화가 안되어 있는 상태로 원정경기 장소에 도착하게 된다. 그래서 바이오리듬을 다시 깨워주려면 워밍업을 홈경기보다는 조금 더 충분하게 해준다고 한다. 또한 여름 같은 경우 저녁에 홈경기가 있다고 하면 선수들이 오후에도 훈련을 하고 오기 때문에 워밍업은 가볍게 하고 들어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어쩔 때는 워밍업을 15분 정도로 굉장히 짧게 하고, 또 상대적으로 25분 이상 길게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워밍업을 위한 훈련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기본적으로는 볼 터치와 패스연습을 많이 하는데, 두 명씩 짝을 지어서 머리나 다리, 또는 가슴을 이용하여 볼을 살리는 훈련이 바로 그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게임을 앞두고 저런 걸 왜 하나하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 훈련만큼 선수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리기에는 최고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더불어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가장 많이 손상이 올 수 있는 근육들을 스트레칭을 통해 쭉 늘려주어야 합니다.” 만약 이 과정을 하지 않았을 경우 실제경기에서 부상과 관련된 돌발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아진다고 한다.
#6. FC서울의 훈련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김코치가 성심을 다해 지도하는 FC서울의 훈련은 현대축구의 흐름인 ‘속도, 압박, 전술의 완성도’중 ‘속도’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경기속도가 빨라지려면 패스속도, 즉 패스타이밍이 빨라야 하고, 패스타이밍이 빨라지려면 시야가 좋아야 하며 또한 순간적인 반응이 빨라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속도’란 30m, 40m가 내내 빨라야 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1~2m, 4~5m의 반응이 빨라야 한다는 것인데 바로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 풋워크와 신체밸런스 코디네이션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순간적인 몸의 반응이 빨라야 속도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기 때문에 시즌 중에도 선수들이 모두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 “사실 우리 팀에 나이 많은 선수들의 수가 적지 않은데 그런 선수들이 시즌 후반까지 꾸준히 활약할 수 있는 것은 이런 훈련들을 꾸준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코치의 훈련방법은 이미 ‘속도’와 ‘체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전혀 부족해 보이지 않는다.
김코치가 중요시하는 또 다른 훈련은 바로 패스게임인데 선수들이 각자 자신의 포지션에서 적절한 위치를 잡고 볼을 전개하여 경기 전체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바로 이 점으로 현대 축구에서는 승패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볼 점유율이 55/45만 되어도 55쪽이 승리할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볼을 많이 소유하고 공격을 전개하게 되면 상대는 그만큼 많이 뛰어다녀야 하므로 에너지가 소비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체력을 그만큼 비축해 놓았다가 후반전 20~25분 정도가 되었을 때 경기를 결정지을 수 있는 상황으로 이끌면 되는 것입니다.” 이런 훈련의 경우에는 감독님도 역시 많이 지시를 하신다고 한다.
#7. 감사해라. 그리고 즐겨라!
김코치는 훈련 외적으로도 평소에 선수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해라. 그리고 여기서 무엇을 이룰 것인지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 일에 대해서 즐겨라’ 라는 말을 많이 한다. “축구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과의 관계도 즐기라고 말합니다. 즉, 내가 이런 사람들과 이 시기에 같이 운동을 했구나, 이런 코칭스테프와 같이 했구나, 이런 구단프런트들과 같이 했구나, 그리고 우리 팬들! 이런 소중한 팬들이 우리를 위해서 응원해주는구나. 이 모든 것을 즐기라는 것입니다.” 더불어 김코치는 선수들에게 사생활도 즐기라는 조언을 한다. “결혼을 한 선수들은 가정으로 돌아가서는 가족들과 함께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그래도 선수를 할 때가 시간이 많으니 틈이 날 때마다 가족들과의 즐거운 시간들을 많이 보내라고 하고, 총각인 선수들도 축구 외적인 시간에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보고, 여자친구도 만나보고, 다른 문화들도 체험해보고 하면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선수들이 자신의 사생활도 즐기게 되면 축구를 할 때에도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이 김코치의 뚜렷한 생각이다.
#8. 칭찬은 서울을 춤추게 한다
“저는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거의 안 합니다. 이왕이면 칭찬을 많이 하는 편인데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목소리 톤을 굉장히 높여서 칭찬을 많이 해줍니다, 그리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을 최대한 이해시키려고 하는 편이에요.” 김코치는 선수가 실수를 했을 때 ‘야! 그렇게 밖에 못해!’ 라고 윽박지르기 보다는 ‘OO야!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이런 방법들이 있다’ 하고 방법을 제시해주는 화법을 사용한다. 이것은 실전에서의 선택은 선수 자신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경기 중에는 물론 바로 바로 더 좋은 방법들을 제시해주지 못하지만 경기를 마치고 그 외의 시간에 따로 선수들을 만나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주고, 제시한 방법들은 평소에 연습을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더 좋은 경기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해준다고 한다.
김코치는 지도자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부분으로 ‘덕’을 이야기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수와 지도자간에 신뢰가 없고 내가 거만하다 던지 내가 군림하려고 한다 던지 하면 내가 아무리 좋은 지도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선수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아요. 그것은 곧 내가 선수들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하고, 선수들이 나라는 사람의 지도자관 이나 인품을 내가 말해서 아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야지만 내가 그 선수들과 밀접하게 관계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어떤 상황이든지 선수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서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9. 선진축구 체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무엇이든지 자신의 범위 안에서만 고이게 되면 당연히 사고의 폭이나 시야도 덩달아서 좁아지게 마련이다. 이 점은 김코치가 스스로에게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될 수 있으면 많은 것들을 체험했으면 해요. 일단 올 시즌이 끝나면 해외에 나가서 선진축구의 현장을 둘러보고 싶은데, 특히 남미 쪽으로 가서 그들이 축구와 함께하는 모습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고 더 느끼고 싶습니다.” 특히 김코치는 그 동안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를 다니면서 어깨너머로 보고 배우는 것들이 정말 많았다고 한다. 간단하게는 그 팀이 워밍업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배우는 것에서부터, 축구 강국의 경우 각각의 시기, 즉 첫 경기냐 두 번째 경기냐, 8강전이냐 4강전이냐에 따라 경기전의 워밍업 훈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지켜보면서 느낀 바가 정말 많아 보였다.
그는 FC서울에 오기 전에도 협회에서 10일 정도 일정의 지도자 연수를 보내 준 적이 있었는데 영국의 런던을 연고지로 하고 이영표의 소속팀으로 널리 알려진 토트넘 훗스퍼 구단으로 직접 공문을 보내서 연수를 허락 받았다. “그 곳에서 직접 출퇴근을 하면서 청소년팀, 2군 팀, 1군 팀의 훈련 받는 것도 지켜보고, 구단의 피지컬 트레이너나 코치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토트넘의 홈경기도 직접 관람하고 왔습니다.” 그는 이런 경험들을 하는 동안 몸은 고생스럽지만 이 일에 대한 목표가 있기 때문에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고 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다시 선진축구 체험을 위해 해외로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10. Goal을 위하여
김코치에게는 FC서울에 오면서 우승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고 한다. 선수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고 하는데, 목표가 있어서 여기에 왔고 만약 그 목표가 없었다면 이 곳에 오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 선수들은 누구나 개개인의 잠재력은 가지고 있어요. 문제는 그 흐름이 어떤 계기를 통해서 완전히 정착이 되는가 인데, 컵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좋은 흐름을 탔고 컵대회 이후에도 두두와 이을용 선수가 보강되었기 때문에 후기리그 중반에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다시 흐름이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코치는 FC서울에게 남은 경기가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후기리그 남은 경기가 우리의 의도대로, 계획한대로 잘 이루어지고 플레이오프에 올라가고 거기에서 우리가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서 내년 시즌에도 그런 좋은 계기를 통해서 선수들도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고 팀의 전력도 함께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김코치의 축구인생에서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나중의 이야기지만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저의 목표는 이 일이 좋고,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에 나이가 지금보다 더 많이 들고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더라도 축구라는 범위 안에서 지도자 활동을 하면서, 이 일 자체를 즐기면서 그렇게 인생을 마감하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오면 꼭 프로팀이 아니라도 어린 선수들도 전문적으로 가르쳐보고 싶고, 그것 말고도 앞으로 축구지도자로서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은 사람이 바로 김코치다.
#11. 서포터스는 나의 자부심
“제가 원래 튀는 편은 아니에요. 그냥 묵묵하게 있는 편인데 경기에 앞서 항상 제가 하는 일이 있어요. 최코치와 함께 먼저 경기장에 걸어 나와서 제가 잔디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거에요. 어떤 날은 물이 조금 더 많이 뿌려져 있거나 적게 뿌려져 있고, 잔디가 조금 길 때도 있고 짧을 때도 있고 그렇지만 항상 잔디는 그 자리에 있어요. 그리고 제가 항상 흥분되고 설레는 것은 우리 서포터스들도 항상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김코치는 그라운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면서 물론 서포터스 쪽을 오래 바라보지는 않지만 그럴 때마다 그에게만 느껴지는 전율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비록 코칭스태프는 벤치에 있고 서포터스들은 관람석에 있어서 따로 떨어져 있지만 같이 하나가 되어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을 때 굉장히 행복하다고 했다.
“특히 우리 서포터스들이 K리그에서 선진응원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습니다. 영국에서 축구장에 갔을 때 자기 자리에서 질서정연하게 응원을 하다가 중요한 상황에서는 다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보내고, 박수를 치고, 그 상황이 끝나면 다시 자기 자리에 앉아서 경기를 보는 자연스러운 관람문화가 인상이 깊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FC서울의 서포터스 분들이 K리그의 선두에 서서 선진응원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들을 보면 저 역시 팀의 코치이자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우리 서포터스들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 동안 마음 속 깊숙히 느껴왔던 서포터스들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 더 즐겁고, 더 신나는, 그리고 재밌는 축구를 통해 보답하고 싶다는 김용갑 코치. 그를 만난 후 그에게 더해진 인상은 한 마디로 항상 노력하고 공부하는 지도자라는 것이다.
그는 지도자에는 정답이 없다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올 한해 김코치의 모습에서 FC서울의 코치로서 거의 정답에 가까운 모습을 보았다. 그의 말처럼 선수와 지도자는 180도 다르고, 선수생활을 잘 못했다고 해서 지도자 생활을 잘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뚜렷한 목표와 새로운 체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지금처럼 축구 자체를 즐기는 한, 그는 자랑스러운 FC서울의 코치로서 우리와 늘 함께할 것이다.
글=김광식 FC서울 명예기자/사진=강동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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