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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11월호]수호신 현장팀 동행취재 - 그대들이 가는 길 우리가 지켜주리라

2006-11-01



“쿵쿵! 쿵쿵! 에프씨! 서울!”
FC서울의 경기장을 보러 상암경기장을 찾았다면 누구나 잊지 못하는 힘찬 소리. 이 거대한 북소리와 함성소리 뒤에는 묵묵히 땀 흘리는 10여명의 사람들이 있다. FC서울의 힘찬 응원을 이끄는 특급 도우미, 수호신 현장팀을 만나보았다.

PM 6:00 서울월드컵경기장 앞 창고
성남과의 후기리그 11R 경기를 두 시간 앞둔 서울월드컵경기장 앞 창고. FC서울의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하나 둘 씩 모인다. 중요한 경기를 앞둬서일까. 다들 얼굴에 숙연함이 흐른다.

창고 문을 여니 N석에 휘날릴 걸개와 대형 깃발, 탐(북)이 가득 쌓여있다. 하나씩 장비를 꺼내는 모습이 매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긴 이제 2006 시즌도 막바지이다. 보기만 해도 묵직한 깃발 뭉치를 어깨에 메고 가는 모습이 듬직하다. 자, 플레이오프를 향해 출발하는 거야!



PM 6:20 N석 맨 앞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하는 일은 N석 앞을 멋진 걸개로 채우는 일이다. 물론 그 이전에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우리 수호신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다.

아는 형, 누나들에게 인사하느라 바쁜 열 일곱 살 박지명 씨는 수호신 현장팀의 막내다. 막내라고 하면 신인일 것 같지만 벌써 3년차다. 그가 처음 현장팀 일을 한 것은 2004년 후기리그. 중학교 2학년이던 시절 ‘어쩌다보니’ 탐을 치기 시작했다던 그는 “탐 치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요”라며 그간의 일을 이야기 한다.

어리다보니 힘도 많이 부족하고 가끔은 집중력이 흐트러져 잘못 칠 때가 있는데, 탐 소리가 흐트러지면 응원의 맥이 끊긴다. 그러다 보면 귀신같이 누군가 알고 따끔하게 지적해준다. “그래도 요즘은 익숙해져가는 것 같아서 훨씬 나아요”라고 말하는 박지명 씨. 왠지 10년 뒤 FC서울의 프랜차이즈 스타 탐돌이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N석 1층 걸개 작업이 끝났다고 한다. 벌써 누군가가 2층에서 큰 걸개를 걸고 있다.



PM 6:40 N석 맨 끝
수호신 현장팀의 움직임은 일단 꽤 유기적이란 느낌이다. 누군가가 시켜서가 아니라 알아서 필요한 일을 한다. 그만큼 서로 책임감이 강하고 호흡도 정말 잘 맞는다는 얘기다.

현장팀의 인원은 약 15명 정도. 임무는 서포팅을 잘 이끌어내는 역할이다. 탐을 치거나 앞에서 서포팅 곡을 먼저 외치면서 리딩한다. 90분 동안 지속적으로 서포팅을 이끌기 위해서는, 체력은 기본이고 강력한 책임감과 팀워크도 필요하다.

이렇게 일이 고되다보면 아무래도 여성들에게 불리하지 않을까? “힘이야 들죠. 그래도 즐거워서 하는 일인데요. 뭘.” N석 2층에서 내려온 걸개를 고정시키던 여성 현장팀원의 말이다. 그녀가 알려준 바에 따르면 현장팀에 여성도 적어도 4명은 된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내 질문이 우문(愚問)이었다. FC서울을 사랑하는 마음에 성별이 웬 말인가!



PM 7:10 N석 현장팀 쉬는 자리
홈경기 준비를 마친 현장팀이 가운데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다. 탐(북)이 일렬로 늘어서 대기중이다.

“수고하셨어요.” 쉬고 있는 부팀장 신준우 씨에게 말을 건네 본다. “걸개 거는 일이 뭐 대단하다고, 경기가 중요하죠.” 웃으면서 대답하는 그에게 N석에서 서포팅하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FC서울 자유게시판이나 수호신 홈페이지에 종종 올라오는 질문이다.

“처음부터 어색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처음에 어색하더라도 경기장에 자주 와서 서포팅 곡을 익히고 하나씩 부르다 보면 어느새 수호신 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서포팅 곡이 영 어색하면 수호신 홈페이지에 와서 듣고 오셔도 되요.” 수호신에는 서포팅 곡을 듣기 위해 가입한 회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결국 FC서울 서포터즈 한 분 한 분이 서로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인터뷰 중간에 우리 팀 선수들이 훈련하러 입장한다. 모든 이들이 열광적으로 박수친다. 인터뷰가 중단된다. “죄송합니다. 워낙 습관이 되어서.” 이렇게 말하며 박수를 치는 부팀장 신준우 씨의 손에는 굳은살이 가득하다. (그의 역할은 소위 ‘탐돌이’라고 한다.)

그의 손을 보면서 현장팀이 진정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확했다. 상암경기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N석, E석을 가리지 않고 한 목소리를 내는 날이 목표다.

“5만 명이 모인 어린이날 부산전 있었잖아요. 그 날 서포팅 분위기가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언제쯤 주중의 홈 경기도 그런 분위기가 될까? “한 10년 동안 꾸준히 해서 수호신의 역량이 성장하면 되겠죠. 그 때까지 힘차게 서포팅 곡을 알리는 것이 현장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PM 7:40 선수들, 라커룸으로 퇴장
몸을 다 푼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면 이제 경기장의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수호신도 대열을 정비한다. 현장팀이 역시 각자 위치에서 탐과 메가폰을 들고 준비한다. 장내 아나운서가 나와서 함께 서포팅을 하자며 서포팅 곡을 튼다. 이제 시작이다.

경기 중에 필드에서는 이장수 감독이 지휘자라면, N석에서는 현장팀장 박정진 씨가 지휘자다. 선수 콜이나 서포팅 곡을 경기 흐름에 맞게 시시각각 정해서 알려주는 전체 리딩이 그의 역할이다. 그가 응원할 내용을 정해서 3, 4명의 서브리딩에게 수신호나 입모양으로 알려주면 선창 소리가 먼저 울리며 함께 응원가가 바뀐다.

경기 전 박정진 씨에게 서포팅 리딩 비법을 물어보았다. “다 알면서 뭐 물으세요?”라며 웃어넘기지만, 재차 영업비밀(?)을 캐물었다. 그가 공개한 비법은 바로 “경기 흐름에 맞게 열심히 외친다”는 것. 얼핏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경기 흐름에 맞게’ 한다는 것이다. 리딩팀은 90분 내내 경기장이 아니라 서포터들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서포팅 곡은 철저하게 경기 내용을 바탕으로 정해진다. “우리 페이스로 몰아칠 때는 좀 빠른 노래를 부르죠.” ‘절대강자 축구지존’, ‘FC서울 알레알레’ 같은 노래들이 우리가 공격할 때 노래들이다. 반면 상대편이 우리를 몰아세울 때는 어떤 노래를 부를까? “좀 쉬어주며 의지를 다지는 노래를 불러요. ‘The winner's Melody’(영원한 승자 FC서울~)나 ‘나의 사랑 나의 서울’이 그런 노래들이죠.”



PM 8:00 킥 오프.. 그리고 못다한 이야기.
폭죽과 환호성으로 시작한 성남전 홈경기. 경기가 진행될수록 현장팀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그날 전반은 영 좋지 않았다. 선수들도 몸이 무거웠고 수호신도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후반은 올 시즌 최고의 45분이었다. 선수들은 승리에 대한 불타는 열정으로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수호신은 현장팀장이 말한 빠른 템포로 상암을 지배했다. FC서울은 팬과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우승할만한 팀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후반 28분 김은중 선수의 첫 골이 터졌지만 FC서울의 투혼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두두 선수가 볼을 안고 바로 하프라인으로 뛰어온다. 수호신도 긴장을 풀지 않고 더 큰 목소리를 모은다. 우리의 목표는 승리뿐이기 때문에.

후반 44분 페널티에어리어 앞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N석과 E석, W석까지 관중들이 하나가 된다. 모두 박주영 선수를 믿고 그에게 박수와 함성을 싣는다. 순간 침묵. 빠르게 날아간 슈팅이 골 네트를 흔든다. 상암이 수호신의 함성으로 가득찬다.

이날 MOM(Man Of the Match)은 박주영 선수였지만, 숨은 MOM은 너무나도 많다. 첫 골과 동점골의 계기를 마련한 김은중 선수, 첫 골을 어시스트한 부상 투혼의 한동원 선수, 끊임없이 뛴 아디 선수 모두 숨은 MOM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호신의 함성이 없이 선수들이 승리의 투혼을 불사를 수 있었을까? 후반 내내 성남 선수들이 시간을 지연시킬 때, 우리의 함성이 없었더라면 경기가 빨리 진행될 수 있었을까? 박주영 선수가 프리킥을 차는 순간 상암이 뜨겁지 않았다면 골이 그렇게 완벽하게 날아갔을까? 이날의 숨은 MOM은 수호신, 그 중에서도 지지치 않은 현장팀에게 돌리고 싶다.

그들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그들은 11월 5일 경남전에서, 상암이 원정팀에게는 공포의 홈구장이라는 것을 또 다시 입증할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우승밖에 없다. 유니폼에 별을 달고 함성을 외치자.

“그대들이 가는 길, 우리가 지켜주리라!”

글=오현석 FC서울 명예기자/사진=김주용 FC서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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