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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서울아빠’의 풋볼다이어리

2008-07-09



지난 6월 28일 부산과의 홈 경기가 있었던 날, N석이 아닌 E석에 앉은 FC서울 서포터즈들이 있었다. ‘서포터즈들은 보통 골대 뒤인 N석에 앉아 응원을 하는데 저들은 과연 누구일까?’라고 많은 팬들이 궁금해 했다. 그들은 바로 6월 25일에 1주년을 맞이한 수호신의 소모임 중 하나인 ‘서울아빠(서울을 사랑하는 아빠들의 모임)’다. 서울아빠는 불우이웃돕기에 적극 나서는 등 따뜻한 마음을 베푸는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E석에서도 응원하는 것도 소외된 어린이들을 초청해 함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함이다. 따뜻한 이 아빠들의 홈 경기 하루를 '서울아빠' 김재희 씨의 일기를 통해 살펴봤다.



▲서울아빠의 김재희 씨


AM 8:00
항상 경기 있는 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평소보다 훨씬 쉽다. 항상 경기가 있는 아침에는 오늘의 하루 일과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우선 오늘은 토요일이라 직장에 가지 않기 때문에 점심때는 가족들과 즐거운 식사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오늘은 서울아빠 회원들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다가 고아원 어린이들을 초대하기로 했기 때문에 중요한 손님들이 경기장을 찾는 날이다. 또한 이들과 E석에서 함께 응원하기로 해서 오후부터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PM 12:00
아무리 축구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라도 토요일인 만큼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필요하다. 남들처럼 여유롭게 여행을 가지는 못하지만 가족들과 즐거운 점심식사를 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FC서울 경기를 보는 것을 이제는 다 알기 때문에 모두가 경기장에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입장이다. 서울아빠의 공통점은 가족들에게도 충실하며 열심히 FC서울도 응원한다는 것이다.

PM 2:00
오늘 부산전은 오후 8시에 벌어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 따라서 점심 후에는 낮잠을 청한다. 경기장에서 힘껏 응원하려면 틈틈이 잠을 자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는 어떻게 응원을 할 것인지 어떤 컨셉으로 경기장으로 갈 것인지 생각해 보며 휴식을 가진다.

PM 4:00
오늘은 마포구에 있는 한 고아원을 방문해 그곳에 있는 어린이들을 데리고 저녁식사를 함께 한 후 경기장을 찾는 날이다. 따라서 달콤한 낮잠에서 일어나 고아원으로 향해 어린이들과 경기장 근처에 위치한 FC서울 아지트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E석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서울아빠들


PM 6:00
다른 관중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서울아빠’는 경기장 개장시간에 맞추어 두 시간 전 입장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N석 중앙에 자리를 잡아 경기장에서 땀 흘리는 FC서울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언제나 가장 먼저 경기장에 입장하여 응원준비를 하기 시작하는 우리 서울아빠. 부산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서울아빠를 비롯한 모든 서포터즈에게 응원준비를 하는 이 시간은 가장 바쁘고 중요한 시간이다. 준비한 응원곡을 따라 부르며 연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PM 8:00

경기가 시작됐다. FC서울 선수들의 선전을 위해 열심히 응원한다. 전반 20분 뜻하지 않게 부산에게 먼저 선제골을 내줬다. 코너킥에서의 아쉬운 실점이라 경기장엔 잠시 침묵이 흐른다. 하지만, 서울아빠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아니 오히려 더욱 뜨거워졌다. 전반전 박주영의 패스를 이어받은 아디가 왼쪽 돌파를 시도 멋진 슈팅을 날렸지만 부산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다. 서울아빠는 ‘사랑해 아디’의 콜 송을 힘껏 부른다. 아쉽게도 FC서울은 전반전을 0대1로 마감한다.

PM 8:45
전반이 끝나고 하프타임이다. 많은 관중들은 이 시간에 화장실을 가거나 매점에서 출출한 배를 달랜다. 그러나 다른 모임과 비교해 서울아빠의 장점은 하프타임 때 나타난다. 서울아빠에는 아빠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들어 엄마 팬들의 가입이 급증해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이렇게 ‘서울아빠’는 후반전을 맞이한다.

PM 9:00
드디어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부산을 반드시 잡아야 했던 상황 탓일까 서울아빠의 응원 목소리가 전반전보다 커진다. 선수들도 후반전에 동점골을 넣기 위한 혼신의 힘을 그라운드에 쏟아 붓는다. 후반 13분 서울아빠들이 앉은 E석 오른쪽에서 큰 함성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뒤덮는다. 이청용의 패스를 받은 데얀이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린 것이다.

하지만 FC서울의 승리를 위해서는 한 골이 더 필요했고 ‘서울아빠’를 비롯한 모든 축구팬들은 역전 골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아빠의 간절한 바람은 종료직전 현실로 이루어졌다. ‘패트리어트’ 정조국이 환상적인 중거리 슛으로 역전 골을 성공시키며 FC서울에게 승리를 선물한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환상적인 경기다. FC서울만이 할 수 있는 경기다. FC서울이기에 가능한 경기였다. FC서울 팬인 것이 이 순간 너무 자랑스럽다. 뜨거운 눈물이 났다.

PM 10:00
결국 경기는 우리 FC서울의 승리로 끝났고 오랜만의 명승부에 '서울아빠‘는 그냥 집으로 돌아 갈 수 없었다. 지하철 역 앞 GS25 편의점 앞에서 다 함께 힘껏 FC서울을 외치며 인사를 하고 하루의 응원을 마무리 한다. 이때 지나가는 FC서울 팬들도 동참해 함께 승리를 자축한다. 팬 모두가 FC서울이라는 이름아래 모두가 함께 하나 되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서울아빠가 추구하고 목표하는 것이며 모임결성 1주년 만에 현실로 이루어졌다. 우리의 FC서울 사랑은 꺼지지 않는다. 영원할 것이다.

/글=김성준 FC서울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