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큼 화끈한 경기였다.
FC서울이 또 다시 수원을 완파했다. FC서울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2010 컵 대회 4강전에서 4대2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FC서울은 지난 2006년에 이어 4년 만에 대회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무더위 속에서 치러진 경기였지만 FC서울의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환상적인 골 퍼레이드로 짜릿한 승리를 이끌어냈다. 경기를 지켜본 많은 관중들은 감동적인 선수들의 플레이에 많은 박수를 보냈고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경기 초반부터 스피드 있는 플레이를 펼친 FC서울은 화끈한 공격을 펼쳤지만 전반은 득점 없이 끝냈다. 이 무더위에 저렇게 뛰고도 후반까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자아낼 정도였지만 후반에도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열정은 그칠 줄 몰랐다.
먼저 골을 터트린 것도 FC서울이었다. 후반 12분 현영민이 올린 프리킥을 데얀이 정확한 헤딩 슛으로 상대 골 문을 갈랐다. 상대 골키퍼가 꼼짝 못하는 완벽한 골이었다. 그러나 이후 수비에서의 실수와 역습으로 두 골을 내리 허용하며 경기는 다시 승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FC서울에는 또 다른 해결사가 있었다. 바로 ‘피터팬’ 이승렬이었다. 남아공 월드컵 이후 한층 자신감과 기량이 향상된 이승렬은 교체 투입된 후반 37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얻어냈다. 상대 페널티지역에서 볼을 받은 이승렬이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골키퍼와 1대1 상황이 되자 이운재의 키를 넘기는 지능적인 슛으로 팀의 두 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FC서울은 승리를 위한 파상공세를 펼쳤지만 경기는 2대2로 종료되며 연장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는 8강전부터 단판으로 치러져 승부를 꼭 가려야만 했다. 후반 들어 더욱 거세게 상대방을 몰아 붙인 FC서울은 연장 후반 5분 데얀과 10분 이승렬이 연속 골을 터트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한 여름 밤에 치러진 축구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특히 이날 FC서울 입단식을 치르며 K리그 무대에 데뷔한 제파로프의 활약도 빛났다. 후반 12분 교체 투입된 제파로프는 날카로운 프리킥은 물론 감각적인 패스로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데얀 이승렬 등과도 좋은 호흡을 보였을 뿐 아니라 정확한 위치선정과 돌파를 선보이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K리그에 데뷔한 첫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제파로프는 단숨에 많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FC서울은 지난 4월 4일 정규리그에서의 3대1 완승에 이어 또 다시 수원을 4대2로 꺾으며 라이벌전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이로써 컵 대회 결승에 오른 FC서울은 오는 8월 25일 전주에서 홈 팀 전북과 우승을 다투게 됐다.
이날의 승리는 분명히 값진 것이었지만 그러나 FC서울은 숨 돌릴 틈 없이 달려가야 한다. 31일 역시 홈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제주와의 일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무더위 속에서 연장전까지 치러 체력적인 부담이 관건이다. 반면 제주는 경기가 없어 FC서울보다는 유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수원을 꺾고 하늘을 찌를 듯한 상승세를 타게 된 FC서울이기에 준비만 잘 한다면 반드시 홈에서 제주를 꺾고 리그 선두에 복귀할 수 있다.
K리그 최고 팬들의 많은 성원과 선수들의 건투를 기대해 본다.
/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