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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진화하는 블루 드래곤 이청용

2008-03-11



이청용. 그가 처음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06년 3월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던 수원과의 개막전 경기였다. 당초 경험 많은 '캐논 슈터' 이기형의 선발이 점쳐졌으나, 예상을 깨고 '무명의 신예' 이청용이 수원전 베스트11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사실 이청용의 선발 라인업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당시 키프러스 전지훈련에서 뛰어난 드리블 능력과 돌파력으로 이장수 전 FC서울 감독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은 터였다. 더구나 당시 이청용이 활약하던 2군 리그에서는 선수들 사이에서 '신(神)'이라 불리우며 독보적인 행보를 걷고 있었다.

하지만, 첫사랑이 그러하고 첫시험이 그러하듯 모든 'First'가 첫키스 마냥 달콤할 수는 없는 노릇. 이청용 역시 이 'First'에 대한 안 좋은 추억에서 빗겨갈 수는 없었다. 기대와 관심 속에 출전했던 K리그 데뷔 경기는 끝내 첫 출전이라는 긴장과 압박감에 미미한 활약만을 남긴 채 끝나고 말았고, 이후 서너 차례 출전 기회를 더 잡았지만 더이상의 큰 성과없이 그의 2006년 한 해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물론 단순히 긴장감과 부족한 실전 경험만이 이청용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3-5-2 전술을 기본 전술로 활용했었던 FC서울은 공격적인 윙포워드보다는 수비력을 겸비한 안정된 윙백이 전술상 더 적합했고, 스트라이커 출신이었던 이청용은 수비력에서 경험문제를 드러냈다. 또한, 기존의 중용됐던 윙백 선수들에 비해 성공률 낮은 크로스도 지적의 대상이었다. 결국 '무명의 반란'은 날개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이듬해, 이청용은 자신의 축구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UEFA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던 '명장' 세뇰 귀네슈 감독의 신임 감독 부임이었다.귀네슈 감독의 부임 아래 팀은 새로운 개혁을 시작했고, 첫 스타트로 포메이션의 변경이 뒤따르며 이청용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다.

이번엔 달랐다. 전술상으로도 포백으로 전환됐고, 화끈한 공격 축구를 선호하는 감독의 스타일도 틀렸다. 감독 또한 이청용의 공격적인 재능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그를 신임했다. 게다가 포백도 안정화되면서 그동안 지적되어오던 수비력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게 돼 더욱 부담없이 공격에 치중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결국 이청용은 지난 시즌 이러한 전폭적인 감독의 지지 아래 물 만난 물고기처럼 그라운드를 누비며 영광스러운 한 해를 보내게 된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로 상대 수비진을 단숨에 무너뜨리는가 하면, 때로는 과감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또한, 비약적으로 증가한 순도 높은 패싱력도 당연 돋보였다. 지난해 3월 수원과의 하우젠 컵 대회 당시 박주영의 쐐기골을 도운 어시스트는 당연 백미 중에 백미였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잠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청용, 그는 올해 고작 스무살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어린 선수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블루 드래곤'은 또다시 올 시즌을 앞두고 진화에 성공한 듯싶다.

비록 친선전이었지만 지난 1일, LA갤랙시전에서 보여줬던 그라운드의 오른쪽 전 영역을 커버 할만큼의 폭넓은 활동반경과 그에 따른 활발한 수비 가담. 특히 전반 6분, 수비진영에서 '월드스타' 베컴에게 날린 과감한 태클은 그가 다시 한 번 한 단계 성장했음을 알려주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공격에만 집중되었던 이청용의 플레이가 수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로 상대 진영에서만 공을 받던 플레이도 어느덧 최전방까지 내려와 최원권과 함께 유기적인 호흡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조건 당해도 참고만 있었던 내성적인 선수가 베컴에게 거친 태클을 날린 뒤, 곧바로 그에게 양손을 들어올리며 멋쩍은 웃음과 함께 얼굴에서는 여유로움이 흠씬 풍겨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세계 최고의 윙플레이어인 호날두와 얼굴을 마주보며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이청용. '월드 스타' 베컴과 맞붙어도 전혀 기죽지 않는 그인데 이제 K리그에서 그를 주눅 들게 할만한 선수는 존재하지 않을 듯싶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금 성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수줍은 많은 어린 선수가 이제는 FC서울의 공격 첨병으로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 이청용이 FC서울의 중심은 아니다. 그렇기에 올해 그가 다시 어디까지 더 노력하고 진화할 것인지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아마 올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그라운드에서 "블루드래곤 송(song)"이 메아리 치지는 않을까?

/김주용 FC서울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