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원의 날이었다. 한동원이 프로 데뷔 첫 골을 터트렸다. 2002년 프로에 데뷔한 지 5시즌 17경기 만에 터트린 감격적인 첫 골이다.
한동원이 14일 부산에서 원정경기로 열린 부산과의 컵 대회 첫 경기서 전반 45분 팀의 역전 골을 터트리며 그의 시대가 개막했음을 알렸다. 2002년 5월 1일 아디다스컵 울산전에 첫 출격하며 FC 서울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아왔던 한동원은 이 날 골을 터트림으로써 1군 무대에서도 당당히 통할 수 있음을 알렸다.
한동원의 활약은 이뿐 아니다. 전반 13분에도 김은중이 성공시킨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이 날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한동원과 ‘예비아빠’ 김은중이 맹활약한 FC 서울이 컵 대회 첫 승을 거뒀다. 한동원은 결승골과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김은중은 동점골과 쐐기골을 성공시켰다.
지난 5일 부산전에서도 2골을 몰아넣은 바 있는 김은중은 이 날 역시 두 골을 기록하며 부산 전 킬러로 우뚝 섰다. 특히 곧 아이를 출산할 예정인 김은중은 이 날 좋은 활약을 펼치며 아내에게 멋진 선물을 안겼다.
이 날 승리를 거둔 FC 서울은 승점 3점으로 컵 대회 선두로 나섰고 부산과의 상대전적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5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FC 서울의 골키퍼 김병지는 이 날 경기 출전으로 K리그 통산 401경기 출전 기록을 세우며 기존 성남 신태용(은퇴)과 최다 출전 타이기록의 금자탑을 세웠다. 안태은은 프로 데뷔 첫 선발 출전했고 지난 달 30일 성남전에서 코 뼈 부상을 당했던 김한윤은 이 날 오른쪽 수비수로 나서 90분을 뛰며 부상이 완쾌됐음을 알렸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FC 서울은 전반 시작 2분 만에 뽀뽀에게 기습 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FC 서울 전사들에게는 ‘부산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전반 13분 김은중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파울을 얻어내자 이를 히칼도가 재빨리 한동원에게 연결했다. 볼을 잡은 한동원은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연출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긴장되는 순간. 키커로 나선 김은중은 골 문 오른쪽 구석을 향해 상대 골키퍼가 손도 쓸 수 없는 완벽한 슛을 날려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역전 골이 터진 것은 전반 45분 이었다. 서울 진영에서 볼을 잡은 히칼도가 수십 여 미터 단독 드리블을 하며 빠른 공격을 전개하며 왼쪽에 있는 아디에게 연결했다. 볼은 잡은 아디는 정확하게 GA 정면에 있는 한동원에게 패스했고 한동원은 침착하게 오른발 슛으로 연결, 자신의 프로데뷔 첫 골이라는 감격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FC 서울의 공세는 후반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추가골이 터진 것은 후반 12분. 이번에는 김승용이 나섰다. 부산의 오른쪽 측면을 빠르게 돌파한 김승용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당황한 부산 수비가 발로 골키퍼에게 패스, GA 라인 선상에서 간접 프리킥을 얻어낸 것. 부산 선수 전원이 골 문 안으로 들어가 전혀 틈이 없어 보였지만 히칼도의 패스를 받은 김은중이 강력한 오른발 슛을 날려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에도 FC 서울은 후반 16분 히칼도의 코너킥을 한동원이 그대로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으나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는 등 경기 내내 부산을 철저히 압도하며 완승을 거뒀다. 더욱이 FC 서울은 박주영 김동진 백지훈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빠진 상태에서 전력 누수 없이 베스트 멤버가 모두 나선 부산을 완파함으로써 남은 시즌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특히 이 날 골을 넣은 한동원 김은중 뿐 아니라 히칼도 김승용 등 다른 공격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였고 무엇보다 히칼도가 올 시즌 처음으로 풀 타임 활약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어 컵대회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원정경기로 치러진 컵 대회 첫 경기서 승리를 거둔 FC 서울은 17일 창원에서 경남과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부산=축구화백 whabaek@gssports.co.kr